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 모든 생명체는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으니, 특히 인류는 서로 사랑하지 않으면 생존이 불가능한 나약한 존재라! 오래 전부터 사람들은 사랑을 갈망하며 문학과 예술을 꽃피워 왔습니다. 오늘도 사랑에 굶주린 수많은 영혼들이 인터넷과 모바일의 미디어 플랫폼을 떠돌고 있습니다.
요즘 우리나라에서 가장 사랑받지 못하는 사람들, 누굴까요? 언론인 아닐까요? 많은 국민들이 언론이 좀 잘했으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부드럽게 표현한 것이지, 실은 욕입니다. 대개 멸칭으로 불리고, 개혁 대상 1호로 지목됩니다. 젊은 언론인들은 결혼 상대 기피 대상으로 올랐다고 합니다. 2년 전 언론에 대한 징벌적손배제 도입 논란 당시 언론에 화가 난 시민들 80% 가량이 찬성입장을 냈다는 조사결과가 있습니다. 이 정도면 가장 사랑받지 못하는 사람이 언론인이라는 말이 과장은 아닐 것 같습니다.
망신살은 해외에도 뻗쳐서, 우리 국민의 언론신뢰도는 세계 최하위권입니다. 6년째 ‘언론신뢰도 세계 꼴찌’ 수준을 면하지 못하고 있으니, 무슨 핑계를 대기도 민망합니다. 매년 언론신뢰도를 발표하는 한국언론진흥재단과 영국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조사결과에는 또 한 가지 주목할 지표가 있으니, 이른바 ‘언론회피’ 지수입니다. 뉴스 보기가 싫어서 회피한 경험이 있느냐는 질문에 67%가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2017년 52%에서 크게 높아진 수치입니다.
남에게 좋은 소리보다는 비판하는 걸 본업으로 하는 숙명을 타고 났지만, 그래도 민주주의의 고귀한 자식으로 태어났는데, 우리 언론은 국민들에게 왜 이토록 밉상이 되었을까요?
언론의 뉴스를 믿지도 않고, 심지어 이제 보기도 싫다는 우리 국민들, 무엇이 가장 큰 문제인지 ‘언론수용자조사’에서 물었습니다. 편파적 기사와 허위조작정보(가짜뉴스)라는 답이 가장 많았습니다. 낚시성 기사, 어뷰징기사, 오보, SNS 내용을 사실확인이나 추가취재 없이 그대로 인용한 기사, 광고성 기사 등도 지적되었습니다. 요즘 핫한 챗GPT에게 ‘한국인들이 뉴스 미디어를 신뢰하지 않는 이유’를 물어봤더니, 놀랍게도 답을 합니다. 선정주의, 부정확한 보도, ‘정치적 편견을 꼽았습니다. 반려묘의 생명은 귀여움이요 언론의 생명은 신뢰인데, 믿을 수 없는 잘못된 보도가 문제였습니다. 당연한 결과입니다.
그런데 정말 중요한 게 하나 더 있습니다. 언론이 성찰도, 반성도 없이 같은 잘못을 무한반복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예컨대, 권력과 자본에 납작 엎드려 애완견이 되어놓고 오히려 국민들의 확증편향을 탓합니다. 언론인, 언론사, 언론 관련 단체, 언론학계가 ‘내 탓이요’라고 통절한 반성을 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국민들의 분노지수를 볼 때, 언론이 ‘자율적’으로 윤리와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헛된 약속을 국민들이 더는 믿지도 않을 것 같습니다. 실망과 불신이 아주 오래 됐고 그 깊이가 매우 깊다는 점을, 언론인들만 모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언제까지 미움 받으며 살렵니까? 사랑과 믿음과 소망 중에, 그 중에 제일은 ‘믿음’입니다. 언론에게는 그렇습니다. 특히 MZ세대에게 70년대식 미워도 다시한번 같은 신파극은 없을 것 같으니, 서두르세요.
김성재 한국언론진흥재단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