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올해 조단위 몸값으로 기업공개(IPO) 대어로 꼽힌 오아시스가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 예측에서 참패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증시 입성에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기관투자자 대부분이 희망 공모가를 밴드 하단 아래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상장 철회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오아시스 측은 현재 신중하게 논의 중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오아시스가 지난 7~8일 이틀간 진행한 기관 대상 수요 예측에서 다수의 기관투자자는 2만원대의 가격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집니다. 당초 오아시스가 희망한 공모가 밴드(3만500원~3만9500원)에 한참 미달한 수준입니다. 오아시스는 이커머스 가운데 유일한 흑자 기업이라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웠으나 뚜껑을 열어보니 시장에서는 기업 가치가 고평가됐다고 판단한 것이지요.
오아시스는 주관사 단과의 협의를 통해 공모가를 하향 조정하거나 적정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다른 시기에 재도전할지 결정할 방침입니다. 오는 13일 공모가격 확정 공시를 앞둔 만큼 상장에 대한 고심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오아시스 관계자는 "경영진이 어떻게 할지 논의 중이다. 상황을 보며 진행을 해야 할 것"이라면서 "합당한 가치라고 생각해 진행했으나 공모가가 낮게 나오면서 아직 시장의 활기가 덜 돌지 않았나란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습니다. 앞서 비교기업으로 묶이는 컬리 역시 우호적이지 않은 시장 상황으로 지난달 상장 철회 의사를 밝힌 적이 있죠.
준형 오아시스 대표가 8일 열린 기업공개(IPO) 기자간담회에서 회사에 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사진=홍연 기자)
오아시스의 구주매출 비율이 30%로 높은 편이라는 점도 공모 흥행에는 부정적인 요인으로 거론됐었는데요. 구주매출은 기존 주주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 지분 가운데 일부를 일반인에게 팔아 IPO 자금에서 높은 비중이 기존 주주들에게 돌아갑니다. 오아시스 측은 정보통신(IT) 기술 개발을 위한 투자 자금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오아시스가 커지려면 모기업인 지어소프트에서 자체 개발한 '오아시스 루트'의 고도화는 필수라는 거죠. 투자자들은 어찌 됐건 이를 긍정적으로 보진 않았습니다.
안준형 오아시스 대표는 IPO 기자간담회에서 수요 예측 결과에 상관없이 상장을 강행할 지에 대해 "순리에 따라 겸허하게 결과를 기다리면서 그때 가서 고민해보겠다"고 했는데요. 다수의 기관투자자가 공모가 희망범위보다 낮은 가격에 베팅해 IPO 진행을 위해선 재무적투자자(FI)가 공모가 하향에 동의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오아시스가 수요 예측 흥행에 실패하면서 중대형주의 IPO 시장 한파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입니다. 소형주들은 연이어 '따상'했으나 대어의 부진으로 분위기 반전은 힘들다는 분석이죠. 이경준 혁신IB자산운용 대표는 "올해에는 소형주들 위주로 돌아가고 중대형은 (IPO 공모에) 흥행이 안 될 것"이라면서 "오아시스는 성장성과 흑자기업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밸류에이션 자체가 높았다"고 평가했습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