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하늬·김수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법원이 포괄일죄를 일부 인정했습니다. 이에따라 김 여사가 연루된 의혹에 대한 공소시효도 남게 돼 김 여사에 대한 수사 가능성을 열어뒀습니다.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 관련 1심 선고에서 징역2년, 집행유예3년을 선고받고 밖으로 나서고 있다.(사진=공동취재사진)
2010년 10월 21일 이후 범죄도 공소시효 남아
재판부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을 총 5단계로 나눴을 때 1단계(2009.12~2010.9)를 제외한 2단계부터 5단계(2010.10~2012.12)까지의 범행을 하나의 범죄로 인정했습니다. 이로써 2단계 범행부터는 공소시효가 유지됩니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이 사건의 공소시효는 10년으로, 법원이 각 범행을 포괄일죄가 아닌 개별 범죄로 봤다면 1~3단계에 해당하는 범행은 공소시효가 끝난 상태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재판부는 "(1단계와 그 이후 범행은) 주포의 변경으로 범행 방식의 변화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며 "이모씨가 주포로 활동한 1단계는 주포가 김모 씨로 정해진 시점 이후와는 주가거래 패턴 차이 발생 등 상이하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2단계 이후부터는) 주포 김씨가 모집한 전주와 계좌에 의한 시세조종이 5단계까지 간헐적으로나마 이어지고 있어 포괄일죄 관계로 판단된다"며 "2010년 10월부터 5단계 범행 종료까지는 포괄일죄로, 공소시효가 도과됐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번 판결에서 포괄일죄 인정 및 공소시효 도과 여부가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법원의 판단에 따라 김 여사에 대한 검찰 수사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앞서 검찰은 2021년 12월 권오수 전 회장을 기소하면서 3단계 이후의 범행 뿐 아니라 1,2단계의 범행도 하나의 범죄로 봐야 한다며 포괄일죄를 주장해 왔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김 여사, 2010년 1월부터 2011년 초까지도 연루
이날 법원이 포괄일죄를 일부 인정하면서 2010년 10월 21일 이후의 범행부터는 공소시효가 남게 된 겁니다.
김 여사가 이 사건에 연루돼 있다고 알려진 시기는 2010년 1월부터 2011년 초까지입니다. 애초 이 사건 관련 김 여사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자 윤 대통령 측은 김 여사는 금융 전문가인 줄 알고 선수에게 계좌를 넘겼다가 실적이 좋지 않아 2010년 5월 관계를 끊었는데, 그사이 계좌가 주가조작에 악용됐다는 취지로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도이치모터스 사건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김 여사가 증권사 직원과 통화를 했다거나 윤 대통령 측이 관계를 끊었다고 밝힌 2010년 5월 이후에도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매매한 흔적 등이 나왔습니다.
김 여사의 주가조작 개입 여부와 관련된 정황 발생 시기가 이날 법원이 인정한 공소시효 기간 내에 걸쳐 있는 만큼 김 여사에 대한 검찰 수사가 동력을 얻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 상임위원장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김건희 특검' 추진 속도 불붙나
더불어민주당은 주요 피고인의 유죄를 근거로 '김건희 특검' 추진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입니다. 김건희 특검법은 민주당에서 작년 9월 당론으로 발의한 상태입니다. 재판 결과가 나온 이날 민주당은 권오수 전 회장이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것을 두고 '솜방망이 처벌'이라고 비판하며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특검 도입을 촉구했습니다.
민주당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진상조사 태스크포스(TF) 의원들은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제 김 여사만 남았다. 김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공범이라는 것을 입증하는 증거는 이미 차고 넘친다"며 "공판에서 새롭게 밝혀진 많은 진실에도 검찰은 여전히 김 여사 소환조사는커녕 수사가 진행되는지조차 알 수 없는 감감무소식으로 오늘 법원의 판단으로 김 여사 혐의만 더 명확해졌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일각에서는 김 여사에 대한 특검까지는 무리가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김 여사의 계좌 관리자 의혹을 받는 이모씨가 시세조작 혐의에 대해 공소시효 만료로 무죄를 선고받았기 때문입니다. 또 주가조작의 '몸통'으로 기소된 권 전 회장에게 집행유예라는 상대적으로 가벼운 처벌이 선고됐다는 점도 '전주' 중 하나로 의심받는 김 여사를 상대로 한 수사의 실익이 없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한편 이날 대통령실은 대통령 배우자가 전주로서 주가 조작에 관여했다는 더불어민주당의 주장이 깨졌다는 입장문을 냈습니다. 대통령실은 "1심 법원은 대통령 배우자가 맡긴 계좌로 일임 매매를 했던 A씨에 대해 '공소시효가 이미 도과되었다'며 면소 판결을 했다"며 "공소시효가 남아 있다는 민주당의 주장은 사실이 아님이 명백히 드러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김하늬·김수민 기자 hani487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