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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만으로는 국가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
입력 : 2023-02-14 오전 6:00:00
우리나라는 학벌주의가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10대 청소년들은 이른바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등 명문대로 일컬어지는 대학에 진학하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삼고 이를 이루지 못하면 크게 좌절합니다. 아동·청소년 사망 원인 1위가 오랜 기간 '극단적 선택'인 부분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입니다.
 
최근에는 그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습니다. 단순 명문대가 아닌 수도권 의대로의 쏠림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종로학원이 전국 의대 38곳의 대학알리미 공시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0~2022년 3년 동안 의대를 다니다가 그만둔 학생의 수가 561명에 이르는데 이 가운데 416명(74.2%)이 지방 소재 대학 의대에 다니던 학생들이라고 합니다. 그간의 의대 선호 현상도 심각했지만 이제는 수도권 의대로 더 편중되고 있는 양상입니다.
 
이러한 의대 쏠림 현상은 여러 사회 문제를 양산할 수밖에 없습니다. 나라의 모든 인재가 의료 분야로 몰리는 건 국가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다른 분야에서 더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사회적 인식 등으로 인해 의사가 되고자 한다면 엄청난 국가적 손실입니다. 물론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학도 중요하지만 의학만으로 선진국이 된 나라는 없습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1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첨단 분야 인재 양성 전략 방안'을 보고하면서 △항공·우주·미래 모빌리티 △바이오헬스 △첨단 부품·소재 △디지털 △환경·에너지 등을 5대 핵심 분야로 정해 인재 양성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세계에서 국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인공지능(AI)·반도체·배터리 등 미래 기술 인력 확보 역시 시급합니다.
 
첨단 분야·미래 기술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의대 쏠림 현상 문제를 해결하는 게 우선입니다. 의사가 사회적으로 가장 성공한 직업이라는 인식을 깨고 AI나 항공·우주 등 분야의 종사자도 이에 준하는 대우와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의사의 가치를 깎아내리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다른 분야의 직업들도 의사만큼 사회적인 존중을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입시업계에서는 '30살 이전에 의대만 합격하면 늦지 않다'는 말까지 회자되고 있다고 합니다. 남들보다 좀 늦은 나이라도 의대를 가서 의사만 될 수 있다면 높은 수입 등으로 그 시간을 다 보상받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제는 정부가 '30살 이전에 공대에 진학해도 늦지 않다, 반도체 기술을 배워도 늦지 않다'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야 합니다.
 
10대 청소년과 20대 초반 대학생들의 의대 선호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습니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전북 전주시 호남제일고등학교에서 3학년 수험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는 모습.(사진 = 뉴시스)
 
장성환 기자 newsman90@etomato.com
 
장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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