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경찰이 윤석열 대통령의 한남동 관저 결정 과정에 역술인 천공이 개입했다는 의혹 관련해 천공의 '인적사항'만 확인한 상태라고 밝혔습니다. 아직 조사는 시작도 하지 않은 채 이름과 주거지 등 기초정보 정도만 알아봤다는 이야기입니다.
남영신 전 육군참모총장의 경우 참고인으로 조사했다고 하지만, 남 전 총장 측은 "직접 조사를 받으러 간 적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직접 대면조사를 배제하고 서면조사 정도로 처리됐을 가능성이 커 경찰의 수사 의지에 의구심만 커지고 있습니다.
서울경찰청 전경. (사진=뉴시스)
"천공 인적사항만 확인"…CCTV 답변, 의혹만 증폭
서울경찰청은 13일 출입기자들을 상대로 한 정례 브리핑에서 "천공에 대한 조사는 아직 하지 않았고 인적사항으로만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천공이 육군참모총장 공관과 국방부 영내 육군 서울사무소 등을 다녀갔는지 여부에 대해 휴대전화 위치 또는 CCTV만 확인해도 금방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천공이) 피의자가 아닌 참고인이라서 사실관계 확인상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적절한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에둘렀습니다.
아주 원론적인 답변입니다. 수사 기관은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당연히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합니다.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을 상대로 한 형사 고발이 12월6일, 2달 전 이뤄졌지만, 천공의 이름 석자와 주거지 정도만 파악한 상태라는 것은 경찰이 몸을 사리거나 수사를 속도감 있게 할 의향이 없다는 뜻으로도 읽힙니다.
CCTV와 관련된 답변은 의혹을 더욱 키웁니다. 서울경찰청은 이날 브리핑에서 당시 '천공'이 드나든 흔적이 담긴 CCTV를 확인했느냐는 물음에 "확인이 어렵다"고 답했습니다. 당시 시점이 지난해 4월 말이라 현재 확인이 어렵다는 해명입니다.
그런데 후속 질의에 대한 답변이 더욱 두루뭉술합니다. CCTV를 확인해 보니 (영상이) 남아 있지 않다는 말이냐는 질문에 "저희들도 확인 중이지만, 확인이 어려운 걸로 알고 있다"고 말합니다.
CCTV 속 천공이 나오는 장면이 지워진 것이냐는 물음에는 "일단, 기간 문제가 좀 있는 거 같다"고 합니다. 보존 기한이 지나면 자동으로 지워지는가라는 추가 질문에는 "세부적으로는 말씀드리기 곤란하다"고 답했습니다.
CCTV가 지워졌는지 확인이 되지 않느냐는 거듭된 물음에 대해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지워졌다고 생각하지는 않고, 보관기관이라든지 이런 데서 명확하게 확인하겠다"는 답변을 내놨습니다.
다시 말하면, 천공이 당시 육군참모총장 공관에 드나들었는지 여부를 확인할 핵심 증거가 '아직 남아 있다'는 겁니다. CCTV 내용이 원본 그대로 남아 있다면, 확인만 하면 '일사천리'로 명확해질 텐데, 아직 천공에 대해서는 '인적사항' 정도만 파악하고 있다는 겁니다.
남영신 전 육참총장 "조사했다"지만…남 전 총장측 "직접조사 없었다"
이와 함께 서울경찰청은 천공 관련 의혹과 관련해 "고발 대리인과 여러 관련자들을 조사 중이고, 이를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조사받은 인물은 남영신 전 육참총장과, 천공의 한남동 육군총장 공관 방문 사실을 남 전 총장에게 보고한 것으로 알려진 부사관입니다. 경찰은 나머지 인물들과는 출석 일정을 조율 중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본지 확인 결과 남 전 총장에 대한 '직접조사'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그러면 서면 또는 전화로 조사를 했다는 말입니다. 의혹을 풀 핵심 인물을 직접 대면조사도 하지 않았다는 건데, '수사의지'를 가늠케 하는 대목입니다.
대통령실은 본지의 천공 의혹 보도에 대해 서울경찰청에 기자들을 상대로 고발장을 제출했습니다. 본지는 피고발인 당사자임에도 서울경찰청이 확인조차 해주지 않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고발인 조사가 끝난 뒤 피고발인 조사를 하는 게 수순이기는 하지만, 고발을 당한 피고발인에 대해 변호인이 선임계 작성을 위해 신원 확인을 요구해도 거부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게 중론입니다.
한남동 대통령 공관. (사진=연합뉴스)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