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서울시의 갈등이 여전한 가운데 이를 들여다보면 장애인 정책방향을 두고 양 측은 큰 이견을 보이고 있습니다.
전장연이 13일 서울시에 요구한 내용을 보면 장애인권리예산과 탈시설 가이드라인이 눈에 띕니다. 이를 풀면 유엔이 발표한 탈시설 가이드라인을 준수해 탈시설과 이동권을 포함한 장애인 권리예산을 반영해달라는 요구입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이 작년 10월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최재형 국민의힘 국회의원 사무실 앞에서 탈시설 권리 이행을 주장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전장연 "UN 기준 맞춰 모든 장애인 탈시설"
전장연이 요구하는 바는 명확합니다. 장애인들이 시설로부터 나와 차별받지 않고 자립생활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전장연의 설명대로라면 이동권이란 개념도 탈시설에서 결국 파생됐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전장연은 탈시설의 근거로 지난해 9월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가 발표한 ‘긴급상황을 포함한 탈시설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작년 12월 장애인권리협약 선택의정서에 가입한 만큼 국제적인 기준에 맞춰 탈시설을 이행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탈시설 가이드라인은 시설 수용을 차별적인 관행으로 보고 있으며, 당사국은 모든 형태의 시설 수용을 폐지하고 단계적인 탈시설 계획을 수립·이행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지역사회 기반 조성, 예산 할당, 주거 서비스, 당사자 참여도 이뤄져야 합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일 서울 강동구 중증뇌병변장애인 긴급수시돌봄 한아름 단기거주시설을 방문해 김우솔 씨가 손근육 재활운동하는 모습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사진)
서울시 "탈시설-시설 균형, 장애인 자립 여건 조성"
반면, 서울시의 해석은 상이합니다. 서울시는 전국에서 가장 선도적으로 탈시설 정책을 수립하고 이행해 온 지자체입니다. 서울시는 1·2차 탈시설 계획을 통해 1258명의 장애인 탈시설을 이끌어 낸 바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서울시의 입장은 탈시설과 시설의 균형있는 공존입니다. 전장연에서 요구해 온 100% 탈시설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수년간 탈시설 정책을 추진했던 서울시는 24시간 돌봄이 필요한 중증 발달장애인 등의 경우 당사자 의견을 바탕으로 시설 이용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선회했습니다.
서울시는 유엔장애인권리협약 19조를 근거로 듭니다. 19조는 ‘장애인은 특정한 주거형태를 취할 것을 강요받지 않는다’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시설에 거주하는 것도 하나의 주거형태로 볼 수 있다는 해석입니다.
탈시설 가이드라인에 대한 해석도 다릅니다. 가이드라인에서 얘기한 ‘탈시설(Deinstitutionalization)’의 개념이 Institution과 관련돼 시설(Facility)보다는 제도화로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입니다. 혼자 살든 같이 살든 제도적으로 틀에 갖힌 형태를 장애인에게 강요할 것이 아니라 장애인이 선택할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김상한 서울시 복지정책실장은 지난 2일 전장연과 면담한 자리에서 “시설에 거주하든 지역사회에 거주하든 주거 형태와는 관계없이 자립생활과 지역사회의 접근이 보장되는 여건이 조성돼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을 하고 있다”며 “탈시설을 하면 24시간 활동보조로 장애인 1명당 연 1억5000만원이 들어가는데 정말 장애인을 위한 것인가”라고 말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경석 전장연 대표가 2일 서울시청에서 면담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사진)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