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수민 기자] 법원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유죄로 판단한 시세조종에 동원된 여러 계좌들 가운데 3개가 김건희 여사의 명의임을 인정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조병구 부장판사)는 10일 선고한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에 대한 판결문에서 2010년 10월 이후의 거래 중 상당수를 시세조종으로 인정했습니다.
아울러 김 여사 계좌 3개와 김 여사의 어머니 최은순씨 계좌 1개가 각각 유죄로 인정된 시세조종 행위에 동원된 차명 또는 위탁 계좌로 봤습니다.
김 여사 명의 계좌 중 1개는 주포 김씨와 주가조작 가담자 민모씨 사이에 '3300에 8만개 때려달라'(김씨), '준비시킬게요'(민씨), '매도하라 해'(김씨) 등의 문자메시지(2010년 11월1일)가 오간 직후 메시지와 같은 내용의 주문이 나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시세 조종에 계좌 이용돼…1·2단계 연속 위탁 계좌는 둘 정도"
재판부는 이에 대해 "이 주문들은 피고인들 사이에 연락이 이뤄진 결과로 볼 수 있다"며 "이 계좌가 시세조종에 이용된 것으로 인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이 계좌에서 직접 주문을 낸 것인 누구인지 확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피고인 권오수 또는 피고인 이모(투자자문사 대표)씨에게 일임됐거나 적어도 이들의 의사나 지시에 따라 운용된 계좌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2일 공판에서 김씨와 민씨 사이의 문자메시지 직후 김 여사 계좌에서 실제 실행된 기록을 제시하면서 "이 거래는 김건희 씨가 직접 증권사에 전화해 거래한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김 여사 명의 계좌 중 남은 2개의 거래 내역은 주가조작 선수 중 한 명이 운영하던 투자자문사 컴퓨터에서 2011년 1월13일 작성한 '김건희'라는 제목의 엑셀 파일에 기록으로 정리돼 있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재판부는 또 "제1단계에 이어 제2단계에서도 연속적으로 위탁된 계좌는 김 여사, 최씨 명의의 계좌 정도"라고 판결문에 적시했습니다.
공소시효가 남은 2단계 주가조작에 김 여사의 계좌가 동원됐고, 다른 자금제공자들과 달리 1·2단계 주가조작 모두에 연루된 정황이 재판을 통해 드러난 만큼 김 여사를 둘러싼 주가조작 연루 의혹은 이번 1심 선고로 완전히 해소되진 않은 셈입니다.
그러나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 이용됐다는 사실만으로 주가조작의 공범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김 여사가 자신의 계좌가 주가조작에 동원되는 것을 인지하고 이를 위탁했거나, 주가조작 가담자와 사전에 연락을 주고받은 뒤 시세조종을 위해 주식을 거래했다는 점이 증거를 통해 명확히 입증돼야 공범으로 인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김 여사는 이 사건과 관련해 아직 검찰 소환 조사를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건희 여사가 지난달 3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주한 외교단을 위한 신년인사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연합뉴스)
김수민 기자 su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