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장성환 기자] 서울시교육청이 올해 본예산 확정 두 달 만에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편성해 서울시의회에 제출했습니다. 이에 해당 추경안이 서울시의회에서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국민의힘을 넘어 본회의를 통과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서울시교육청 추경안에 최근 논란되고 있는 '농촌 유학 지원금' 등 포함
14일 서울시교육청과 서울시의회 등에 따르면 서울시교육청이 제출한 추경안은 4724억원 규모로 지난해 말 삭감된 올해 본예산 5688억원의 83% 수준입니다. '학생·학교 대상 긴급 사업비' 2183억원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3기 주요 정책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긴급 사업비' 2153억원, '기타 사업비' 388억원 등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학생·학교 대상 긴급 사업비'에는 '공립학교 기본운영비' 1829억원이 포함됐습니다. 지난해 말 올해 본예산에서 '공립학교 기본운영비'가 대폭 깎이자 학교 현장에서는 냉·난방 등 시설 운영에 차질을 빚어 여름에 '찜통 교실', 겨울에 '냉장고 교실'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 바 있습니다. 이러한 부분을 반영해 서울시교육청은 본예산에서 삭감된 1829억원을 변동 없이 그대로 추경안에 담았습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2021년 대비 전기세 31.7%, 영업용 가스비 39.6%, 업무 난방용 가스비 144.9%, 상수도비 25.3%, 하수도비 52.6%가 상승해 기본운영비 예산을 늘리지 않을 수 없었다"며 "이와 같은 물가 상승분 824억원과 시설비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학교 공간 자율 계획 사업비 1005억원을 확보해 교육 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하려 한다"고 밝혔습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농촌 유학 지원금' 예산도 9억6000만원이 편성됐습니다. '농촌 유학'은 서울 지역 학생들이 6개월 이상 전남·전북 지역 학교로 전학 가 농촌 체험을 하면서 머물 수 있도록 하는 사업입니다.
서울시의회는 작년 말 올해 본예산 심사 과정에서 '농촌 유학 지원금'으로 쓰이는 '생태전환기금' 10억원을 전액 삭감했습니다. 하지만 서울시교육청이 '농촌 유학' 모집 공고를 내는 등 사업을 예정대로 진행하자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의원 전원이 이에 대한 감사원 공익감사 청구안을 제출한 상황입니다. 해당 청구안이 서울시의회 본회의에서 의결되면 그대로 감사원 감사 청구가 실시됩니다.
서울시교육청이 총 4724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해 서울시의회에 제출했지만 다수 의석인 국민의힘을 넘을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22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서울시의회 제315회 정례회 제7차 본회의'에 입장하고 있는 모습.(사진 = 뉴시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주력 사업인 '디벗'·'전자칠판' 등도 추경 편성
'조 교육감의 3기 주요 정책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긴급 사업비'에는 '교육의 디지털 전환을 위한 예산'이 1905억원으로 가장 큰 액수를 차지했습니다. 지난해 본예산에 제출한 액수보다 609억원 줄인 금액입니다.
'교육의 디지털 전환 사업' 내용으로는 조 교육감의 주력 사업인 스마트기기 휴대 학습 사업 '디벗' 지원과 '전자칠판' 설치 등이 포함돼 있습니다.
작년에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처음 시행된 '디벗' 사업은 당초 올해 고등학교 1학년 전체로 확대할 예정이었으나 일단 70% 내외의 학생들만 우선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중학교 1학년 학생들에게는 이월금 70%와 추경안 가운데 30%를 합해 지원한다는 계획입니다.
서울시의회는 지난해 말 올해 본예산 심의 과정에서 '디벗' 사업을 교육적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포퓰리즘이라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전자칠판' 설치 사업은 서울 지역 초등학교 5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 특수학교까지 전체 교실에 설치하려 했지만 초등학교와 특수학교를 제외한 중·고등학교에만 우선 보급하기로 했습니다.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본예산 삭감 불복 의미로 추경안 제출 옳지 않아"
서울시교육청이 서울시의회와의 의견 차이를 좁히기 위해 작년 말 본예산에서 깎인 금액보다 적은 액수의 추경안을 편성했지만 조 교육감의 역점 사업인 '디벗'·'전자칠판'·'농촌 유학' 등의 사업 내용은 고수하고 있어 이번에도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 소속 정지웅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본예산에서 전액 삭감한 사업들은 해당 사업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뜻이었지 규모를 줄여오라는 게 아니다"라면서 "사업의 필요성 등을 의회에 차근차근 설명하고 설득해야지 이렇게 두 달 만에 본예산 삭감 불복의 의미로 추경안을 제출하는 건 옳지 않다"고 부정적인 의견을 표했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이 '농촌 유학 지원금' 9억6000만원 등 총 4724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해 서울시의회에 제출했지만 다수 의석인 국민의힘을 넘을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아토피 특화 농촌 유학'을 운영하고 있는 전북 진안군 조림초등학교를 방문해 학교 시설을 둘러보고 있는 모습.(사진 = 서울시교육청 제공)
장성환 기자 newsman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