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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개선된 기업들 인력 구조조정 서두른다
에쓰오일, 올해 창사 이래 첫 생산직 '희망퇴직'
입력 : 2023-02-14 오후 4:54:15
[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실적이 개선된 국내 기업들이 인력 구조조정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기업들이 호실적을 거뒀는데도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는 이유는 경기 침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차원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14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에쓰오일은 올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생산직 희망퇴직 신청을 받습니다. 이번 희망퇴직은 노동조합이 사측에 제안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보통 희망퇴직, 권고사직 등의 구조조정은 회사 실적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뤄집니다. 임금을 많이 받는 임원급 위주로 인원을 감축해 회사 경영 부담을 줄이기 위해 활용되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에쓰오일은 지난해 연간 매출 42조4460억원, 영업이익 3조4081억원을 기록해 사상 최대 실적을 자랑했습니다. 그럼에도 올해 처음으로 진행되는 생산직 희망퇴직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입니다. 
 
에쓰오일의 희망퇴직 신청자는 만 55세 이상, 근속연수 20년 이상의 숙련된 근로자들로 희망퇴직시에 퇴직금과 함께 위로금을 받을 예정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위로금은 퇴직일 기준 만 55세 직원인 경우 기본급의 5년 분을 일괄 지급받게 되며, 56세부터는 기본급이 일정비율로 축소됩니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생산직 직원들이 사무직에만 희망퇴직을 권고하는데 불만을 가져 올해부터 생산직에도 희망퇴직을 받게 됐다"며 "희망퇴직을 신청하는 근로자들은 대부분 50대인데, 퇴직금과 위로금으로 오히려 제2의 삶을 준비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기업들이 호실적을 거뒀는데도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습니다. (사진=픽사베이)
 
올해 정유업 악화 예고…인력 구조조정 수순
 
일각에서는 올해부터 예고된 정유업계의 업황악화에 따른 구조조정이라는 분석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고유가로 원료비 부담이 높아졌고, 정제마진은 낮아져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한 소비 수요 감소로 인해 경영환경이 나빠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지난해 연간으로 따져봤을 때 정유업계는 초호황을 이뤘지만, 4분기 실적으로만 보면 일제히 적자로 돌아섰습니다. 정유 4사의 정유사업 영업손실 규모는 1조2932억원입니다. 회사별로는 SK이노베이션이 6612억원 손실로 규모가 가장 컸고 뒤이어 에쓰오일 3796억원, GS칼텍스 1919억원, 현대오일뱅크가 605억원 순입니다. 올해도 상황은 비슷할 전망입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지난해 금리가 많이 올랐으니 시차를 두고 올해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심화되고 있다"며 "기업 실적이 나빠지는 현상이 발생한 후 인력 구조조정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정유업계에서는 경기침체 후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하기도 했습니다. GS칼텍스가 2012년 미국의 셰일혁명으로 브렌트 유 가격이 급락하면서 경영 상황이 악화되자 차장급 이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에 나선 바 있었습니다. 에쓰오일과 SK이노베이션은 2014년과 2015년 국제 유가 하락으로 10개 부서를 통폐합하거나 임원 감축하기도 했습니다.
 
전기차 시대 인력 감축도 구조조정…미래 경쟁력 확보
 
상황은 정유업계 뿐만 아닙니다. 자동차 부품업계 역시 전동화 시대 전환에 맞춰 구조조정을 통한 잉여인력을 줄이고 자율주행과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 소프트웨어 등 새로운 투자에 나서고 있습니다.
 
지난해 처음으로 50조원 매출을 기록한 현대모비스가 지난달 말부터 50대 이상, 책임 직급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전직과 경력 전환을 위한 리스타트 프로그램 신청 접수를 시작했습니다. 현대모비스는 리스타트 프로그램은 인력 감축을 위한 희망퇴직과는 다르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글로벌 자동차업계가 전동화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인력 감축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실제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에 비해 투입 인력이 30% 가량 줄어 듭니다. 인력 감축을 통해 새로운 투자를 이끌어 낼 것이라는 계획으로 풀이됩니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업계에서는 희망퇴직이 아니라고 하지만, 전기차 시대로 전환되면서 인력 수축은 결국 새로운 투자를 이끌어낼 수 있다"면서 "퇴직을 자발적으로 유도해 고정비용을 줄이고자 하는 노력이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
표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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