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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2월 15일 14:09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황양택 기자] Nh농협생명과
한화손해보험(000370)이 급격한 금리 상승 여파에 따라 발생한 자본잠식 상태를 새 회계기준인 IFRS17에서 해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양사는 채권 재분류 전략이 고금리 환경에서 역풍을 맞던 상황인데, 근본 문제인 회계기준이 바뀌면서 다시 회복했다.
1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농협생명은 지난해 말 기준 자본총계가 –1451억원이다. 지난해 9월 말 –4820억원보다 3369억원 개선됐다. 올해부터 적용되는 IFRS17 체계서는 자본 규모가 4조5000억원으로 늘어난다.
같은 기간 지급여력을 나타내는 RBC비율은 107.3%에서 145.6%까지 상승했다. 농협생명은 재무건전성 제고를 위해 지난해 1조6800억원 규모의 자본을 확충했다고 설명했다. 올해는 지난달 말 2500억원 규모의 사모사채(농협금융지주 대상)를 발행하며 총 자본을 늘렸다.
(사진=농협생명, 한화손보)
농협생명은 지난해 금리가 급격히 오르면서 채권평가 손실이 증가해 자기자본이 대폭 줄었던 상황이다. 특히 회사는 채권 분류를 만기보유증권 없이 매도가능증권으로만 구성하면서 금리 영향력이 다른 보험사보다 크게 나타났다.
만기보유증권은 보험사가 계속 보유할 것이란 전제가 깔려있기 때문에 원가법 기준으로 산정하지만 매도가능증권은 평가익(시가평가)이 자본 항목의 기타포괄손익누계액에 반영된다. 앞서 저금리 시절에는 채권에 대한 평가이익이 있었지만 금리가 오르면서 반대 상황이 된 셈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농협생명은 매도가능증권 규모가 44조7587억원이었는데 여기서 평가손익이 –5조6190억원 발생했다. 이에 따라 기타포괄손익누계액은 –5조5480억원으로 마이너스 규모가 커졌고 자본총계는 그만큼 쪼그라들었다.
근본적 배경은 지난 회계기준 IFRS4에서 보험부채를 원가법에 따라 측정했기 때문인데, 올해 도입한 IFRS17서는 부채도 시가로 평가함에 따라 금리 상승기 나타나는 변화가 왜곡 없이 반영된다. 시가 평가에 따라 부채 규모가 감소하면 그만큼 자본은 늘어난다.
IFRS17과 함께 자산에 대한 회계 기준인 IFRS9이 적용되는 점도 주요했다. 농협생명처럼 채권을 재분류하는 전략이 IFRS9에서는 어려워지는데, 올해 회계제도가 새롭게 도입되면서 기존에 분류했던 채권은 보험사 의도와 무관하게 다시 재정비된다. 농협생명의 경우 만기보유증권 항목이 공란이었지만 IFRS9에서는 이와 유사한 상각후원가측정금융자산(AC)이 새로 구분된다.
농협생명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자산 재분류는 평가 방식에 따라 장부가액으로 평가하는 자산(AC), 지금처럼 시가로 평가하는 자산(FVOCI), 기타 자산(FVPL) 등 세 가지로 분류한다”라면서 “과거 있었던 평가손실이 거의 없어진다. 분류 기준이 있으며 해당 범위 내에서 이사회를 거쳐 분류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손해보험 업계서는 한화손해보험이 만기보유증권 없이 매도가능증권으로 채권을 재분류했던 상황이다. 한화손보는 지난해 3분기 기준 매도가능증권 10조7898억원에서 평가손익 –2조3670억원이 발생했다. 기타포괄손익누계액은 –1조9283억원이었고 자본총계는 2077억원으로 자본금(7737억원)보다 적었다.
한화손보 최근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자본총계는 2676억원으로 여전히 자본잠식 상태다. 다만 한화손보 역시 IFRS17서는 자본총계(비지배지분 제외)가 3조791억원이 된다고 밝혔다. 회사는 IFRS17 전환으로 부채총계가 지난해 말 기준 20조1152억원에서 올해 1월1일 기준 13조9426억원으로 감소한다.
한화손보 관계자는 <IB토마토>에 “IFRS17 전환으로 회계 기준이 바뀌면서 개선되는 부분이 있다”라면서 “4분기 RBC비율의 경우 아직 공시가 안됐고, 차후 분기보고서에서 나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