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서울시와 이태원 참사 유가족 사이의 대화 채널은 현재 닫힌 상태입니다. 서울시에 따르면 기본 채널인 정무부시장 전화통화는 물론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을 통해 서울시장이 소통을 요청했으나 별반 성과가 없습니다. 서울시는 현재 언론을 통해 메시지만 내는 실정입니다.
작년 10월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는 지난 5일 100일을 맞이했습니다. 서울시 표현대로라면 100일 이전까지는 큰 문제 없었습니다. 오히려 대화가 잘 되는 편이었다는 얘기도 일부 나옵니다. 다소 이견이 있기는 했지만 추모공간에 대한 초기 논의도 있었습니다.
이태원참사 한 유가족이 15일 서울광장 분향소에서 영정사진을 보면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100일 추모제 앞두고 갈등 본격화
구체적인 갈등이 촉발된 것은 100일 추모제를 앞두고 발생했습니다. 100일 추모제 장소를 두고 유가족 측은 광화문광장을 요청했으나 서울시는 이미 일정이 잡혀있다는 이유로 이를 거절했습니다. 유가족 측은 재차 요청했으나 결국 거절당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협의가 어긋나기 시작했습니다. 마침 이 시점은 녹사평역 지상 분향소 생활에 지친 유가족들이 새 추모공간을 찾고 있었습니다. 유동인구가 적은 녹사평역 지상 분향소에서 지내던 유가족들은 시들해진 관심에 지쳐 새 분향소 장소로 광화문광장을 희망했습니다.
반대로 새로운 광화문광장을 선보인지 얼마 되지 않는 서울시로서는 광화문광장에 시설물로 여겨지는 분향소 설치를 받을 수 없었습니다. 이미 서울시는 서울시대로 유가족의 새 분향소 부지로 녹사평역 지하 4층을 낙점하고 서울교통공사 협의를 거쳐 정무부시장은 물론 오세훈 시장까지 현장답사를 마친 상태였습니다.
유가족 측에서도 100일 추모제에 광화문광장 분향소까지 거부당하자 반발이 커져 갔습니다. 그리고 지난 4일 서울광장에 분향소가 설치됩니다. 서울시는 원리·원칙대로 이를 불법 무단 시설물로 규정하고 행정대집행을 예고했습니다.
서울시가 이태원 참사 유가족 측에 제안한 추모공간. (사진=정동진 기자)
녹사평역 지하 제안 누가 했나. 결국 대화 단절
100일 추모제가 갈등의 시작이었다면, 녹사평역 진실게임은 대화 단절의 계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서울시는 지난 7일 브리핑을 통해 15일까지 철거 기한을 연기하고 추모공간 대안을 제시해달라고 제안했습니다. 서울시는 철거기한을 일주일이나 뒤로 미루는 ‘통 큰 결정’을 발표하고 “녹사평역은 유가족 측이 최초 제안한 공간으로 유가족들과 계속 논의를 해 왔는데 100일 추모제 때 광화문으로 오겠다고 통보받아 당황스럽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바로 유가족 측에서 “서울시와 더는 소통하지 않겠다”며 대화 단절의 계기가 됐습니다. 유가족 측은 서울시가 유가족과 녹사평역을 잘 얘기하다가 느닷없이 바꾼 것으로 ‘언론 플레이’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녹사평역 지하 4층을 누가 먼저 제안했는가를 두고 때 아닌 ‘진실게임’까지 벌어졌습니다.
이종철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지난 14일 “서울시는 녹사평역 지하 4층을 제안했는데 그걸 유가족들이 제안했다니 서울시는 더 이상 언론플레이를 그만해라”며 “민간건물은 주인이 나가라 하면 나가야 해서 관급 건물을 달라고 하니, 관급 건물이 없다고 해 ‘이태원역도 있고 녹사평역도 있고 용산구청도 있고 시청로비도 있다’고 얘기했을 뿐”이라며 해명했습니다.
양 측이 소통을 안 해 온 것도 아닙니다. 어느 순간 소통이 틀어졌고, 지금은 간극이 걷잡을 수 없이 멀어졌습니다. 지난 4일 이후 불과 100m 거리에서 전화도 한 통 없이 10여일을 보냈습니다. 양 측이 하루속히 만나 대화로 오해를 풀고 대안을 얘기하길 기대합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전체회의를 앞두고 이종철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와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