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장성환 기자] 유아교육계가 유치원과 어린이집으로 나뉜 유아 교육·보육 체계를 일원화하는 유보 통합을 추진하기 전에 유치원의 명칭부터 '유아학교'로 변경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유치원이 일제강점기 잔재 표현인 데다 현행법에도 유치원을 학교로 명시하고 있어 이를 바꾸는 게 우선이라는 겁니다.
17일 유아교육계에 따르면 지난 2002년부터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와 한국국공립유치원교원연합회(국공유) 등을 중심으로 유치원의 '유아학교' 명칭 변경을 요구해 왔습니다. 이들은 지난해 11월에도 '유아 교육 현안 해결 촉구 청원 서명운동'에 돌입하면서 청원 과제에 '유치원 명칭 유아학교 변경'을 포함시켰습니다.
조성철 한국교총 대변인은 "이는 단순한 명칭의 차이가 아니다. 해당 기관에 다니는 근무자의 위상과 아이들의 마음가짐 등 여러 가지가 달라지게 된다"며 "유보 통합 이전에 유치원의 '유아학교' 명칭 전환부터 해야 한다. 양질의 유아 교육을 제공하려면 이 부분이 이뤄지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유아교육계가 유보 통합 전 유치원의 명칭을 '유아학교'로 변경하는 것부터 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사진은 유치원 간판.(사진 = 뉴시스)
유치원 표현 일제강점기 잔재…현행법에도 학교로 명시
유치원은 독일어 '킨더가르텐(Kindergarten)'을 직역해 일본식 한자어로 표현한 '幼稚園(요치엔)'에서 유래한 말입니다. 특히 일제강점기 당시에는 유치원이 교육 대상을 일본인 자녀로 제한해 조선인은 다니지 못한 아픈 역사도 가지고 있습니다.
현행법에도 유치원이 학교로 명시돼 있는 상태입니다. 유아교육법 제2조 2항에는 '유치원이란 유아의 교육을 위해 이 법에 따라 설립·운영되는 학교를 말한다'고 기재돼 있습니다.
이경미 국공유 회장은 "국민학교라는 명칭도 일제 잔재라는 이유로 1995년도에 초등학교로 변경되지 않았나"라면서 "법에도 분명히 유치원이 학교로 명시돼 있는데 바꾸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오히려 원래 학교 명칭을 사용하면 안 되는 일부 사설 학원과 어린이집에서 이를 쓰고 있다"며 "이런 상황을 교육부가 방치하는 것은 입법 취지를 무시한 직무유기"라고 덧붙였습니다.
지난 정부서 '유아학교' 명칭 변경 합의했지만 정권 바뀌고 도루묵
교육부는 작년 3월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재직 당시 한국교총과 단체교섭을 맺고 유치원의 명칭을 '유아학교'로 변경해 나가는 데 합의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이후 정권이 교체되고 윤석열 정부가 국정과제에 '유보 통합'을 내걸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유보 통합 추진방안' 발표에서 유치원과 어린이집 통합 기관 명칭의 경우 추후 더 논의한 뒤 결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정치권에서도 유치원의 명칭을 '유아학교'로 바꾸려는 노력이 있었습니다. 지난 18대와 19대 국회 때 이러한 내용을 담은 '유아교육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큰 관심을 받지 못한 채 폐기됐습니다. 지난 2020년에도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유치원의 '유아학교' 명칭 변경을 골자로 한 '유아교육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아직 국회에 계류 중입니다.
'유아학교 명칭 변경 추진연대' 출범, 국회 국민동의 청원 등 활동
이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국국공립유치원교사노동조합·한국교총·국공유는 지난 15일 '유아학교 명칭 변경 추진연대'를 출범하고 유치원의 명칭을 '유아학교'로 바꾸는 데 힘을 모으기로 했습니다.
이들은 현재 국회 국민동의 청원에 관련 청원을 등록한 상태입니다. 또한 향후 강 의원의 '유아교육법 개정안' 처리를 위한 응원 메시지 국회의원들에게 보내기, 국회의원 면담, '유아학교' 명칭 변경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 등의 활동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이 회장은 "어린이집의 경우 민간 어린이집과 가정 어린이집 등 굉장히 다양한 형태로 나뉘어 있어 유보 통합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 전에 유치원부터 '유아학교'로 명칭을 변경해 유아 교육의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유아교육계가 유보 통합 전 유치원의 명칭을 '유아학교'로 변경하는 것부터 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사진은 지난달 31일 서울 지역 한 유치원에 원아들이 들어가고 있는 모습.(사진 = 뉴시스)
장성환 기자 newsman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