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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지하철 참사로 떠난 친구들을 추모하며
입력 : 2023-02-20 오전 6:00:00
2003년 2월은 중학교 진학을 앞두고 들뜬 마음으로 학교를 다니던 때였습니다. 초등학교 졸업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라 수업은 진행되지 않았고 학교를 가면 친구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만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곧 중학생이 된다는 생각에 다들 들뜬 분위기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뉴스에서 사고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대구 지하철 1호선에서 화재가 발생해 수많은 사망자들이 나왔다고 했습니다. 제가 사는 지역은 경상북도 영천시로 대구와 차로 1시간 정도 거리에 있습니다. 당시의 저는 대구에 가본 일이 거의 없었던지라 저와 제 주변 사람들이 그 사고의 영향을 받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사고 다음 날에도 친구들과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할지 생각하면서 등교했습니다. 그러나 교실 문을 열었을 때 평소와 다른 공기가 느껴졌습니다. 시끌벅적하고 깔깔대던 아이들이 다들 심각한 표정으로 웅성거리고 있었습니다. 자리에 앉은 저는 곧바로 짝꿍에게 물었습니다.
 
"뭐야? 무슨 일인데?"
 
"00이랑 00이가 어제 대구 나갔다가 지하철에서 불이 나 죽었대."
 
충격이었습니다. 한 친구는 초등학교 1학년, 다른 친구는 초등학교 2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터라 잘 알고 지내는 사이였습니다. 며칠 전까지 인사하던 친구가 사고로 죽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습니다.
 
얼마 후 대구 지하철 참사 특집 프로그램이 방송됐는데 제 친구들의 이야기가 다뤄졌습니다. 오래전이라 정확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제 친구 방에 교복이 걸려있는 장면만은 또렷이 떠오릅니다. 친구의 부모님이 교복도 입어보지 못하고 딸아이가 죽었다면서 흐느끼던 모습도 아직까지 기억에 남습니다.
 
뒤숭숭한 분위기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 첫 등교 날이 됐습니다. 학교에 가기 위해 교복을 입으려는데 문득 친구 방에 걸려있던 교복이 떠올랐습니다. 그 친구들도 사고만 나지 않았으면 오늘 교복을 입고 학교에 갔을 텐데 하는 생각에 씁쓸했습니다. 그 뒤로도 교복을 입을 때마다 그 친구들이 문득문득 떠올랐습니다.
 
2003년 2월 18일 대구 지하철 참사 이후 20년이 흘렀습니다. 참사로 192명의 희생자가 발생했고, 다친 사람도 151명이나 됩니다. 이후에도 참사는 어김없이 반복됐고 또 다른 희생자들을 양산했습니다. 아직 우리 사회의 안전 시스템은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그렇다면 적어도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고 책임자들도 합당한 처벌을 받는 사회가 돼야 합니다.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 20주기를 하루 앞둔 17일 대구 지하철 1호선 중앙로역에 설치된 '기억공간 추모의 벽'을 찾은 한 시민이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헌화하고 있다.(사진 = 뉴시스)
 
장성환 기자 newsman90@etomato.com
 
장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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