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서울시와 이태원 참사 유가족 사이의 대화채널이 사실상 막힌 가운데 서울시장과 서울시의회의 책임있는 해결·중재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습니다.
서울광장 분향소가 설치된지 보름을 넘겼습니다. 양 측은 현재 직접적인 유선통화는 사실상 연결조차 힘든 상황입니다. 서울시청과 불과 100m 거리에 있는 분향소 방문도 일부 실무 직원 차원에서 이뤄질 뿐 유의미한 만남은 아직 없습니다.
이미 양 측은 서울광장 분향소가 설치되는 과정에서 서로 감정이 상했습니다. ‘불법 무단 설치’, ‘행정대집행’, ‘유가족이 먼저 녹사평역 제안’ 등의 발언이 유가족을 자극했습니다. 서울시는 서울시대로 녹사평역 지하를 거부당하고 급작스레 이뤄진 서울광장 분향소를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10.29 이태원참사 대책위원회 유가족들이 15일 서울시청 앞 합동분향소 인근에 설치된 가벽과 관련해 경찰과 충돌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시 투 트랙 전략 실질적 진척 없어
서울시는 ‘추모공간 합법화’와 ‘행정대집행’이라는 투 트랙 전략을 구사 중입니다. 하지만, 추모공간 합법화는 대화 자체가 성사되지 않으나 아직 실질적인 논의도 못 해본 상황입니다. 서울광장 분향소를 합법화하든 녹사평역 지하를 받아들이든 서울 모처에 찾든지 아직 진척이 없습니다.
행정대집행도 녹록치 않습니다. 아무리 법적요건을 갖췄다지만, 당장 행정대집행을 하기엔 반발이 상당합니다. 원리 원칙이 중요한 서울시라지만 사회적·정치적 부담이 커 이대로는 집행하기 쉽지 않다는 여론이 우세합니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2021년 7월27일 서울 광화문광장 세월호 기억공간에서 물품들을 옮기고 있다. 이날 기억공간에서 정리된 물품들은 서울시의회 임시공간으로 옮겨졌다. (사진=공동취재사진)
서울시장, 시의회 의장 나서 중재 해결해야
결국, 대화도 단절됐고, 당장 철거하기도 힘든 상황에서 서울시와 서울시의회 차원이 나서서 해결·중재하기 위해 노력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해 12월에도 유가족과 만나는 등 이태원 참사 이후 수 차례 소통 노력을 보였습니다. 얼마 전 전장연 갈등도 직접 면담을 가지며 새로운 국면으로 이끌어 냈습니다. 다만, 서울광장 분향소 설치 이후엔 별도로 유가족과 만남을 갖진 않은 상태입니다.
유가족 측이 오 시장과의 대화 역시 거부하고 있어 대화채널 복구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면담이 성사된다면 보다 극적인 해결도 기대할 수 있다는 전망입니다.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도 이미 “서울시와 접점이 없으면 의회가 나설 수 있다”며 중재 의사를 밝힌 바 있습니다. 앞서 2021년 광화문광장 세월호 추모공간 철거를 두고 서울시와 유가족이 갈등을 빚자 당시 시의회 의장이 중재에 나서 대안을 찾았습니다.
김 의장은 “이 순간에도 핼러윈 참사 희생자들의 추모공간 요청이 제기되고 있다”며 “서울시청과 유족들은 서로 역지사지해 조속한 해법을 촉구한다. 우리 의회도 관심있게 지켜보겠다”고 말했습니다.
김 의장의 경우 중재 의사를 밝혔으나, 보다 구체적인 개입 계획은 아직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유가족 측도 아직은 시의회의 중재에 대해 검토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종철 유가족 대표는 “시의회에서 도움을 준다는 건 고맙지만 혼선을 줄 수 있어 현재로선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오 시장과는 더이상 대화를 원치 않고 만나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전체회의를 앞두고 이종철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와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