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성남 기자] 한국예탁결제원 신임 사장 유력 후보인 이순호 금융연구원 은행보험연구2실장에 대한 자질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 실장이 NH농협금융지주 사외이사에선 사임했지만, 여전히 증권업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부분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7일 이 실장은 지난해 3월부터 맡고 있던 NH금융지주 사외이사직을 사임했습니다. 일신상의 사유로 사임했지만, 업계에서는 NH지주와 예탁원이 소송을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이해 관계가 상충된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NH지주의 자회사인 NH투자증권은 옵티머스펀드 관련 손해액을 투자자들에게 배상한 뒤 예탁원 등을 상대로 구상권 청구 소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이 실장의 NH지주 사외이사 경력이 예탁원 사장직을 수행하는데 결격 사유가 된다고 지적해 왔습니다. 원고측(NH지주)에서 소송을 진행 중인 상황에서 피고측(예탁원)의 대표가 되는 셈이기 때문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해당 사안은 이해 상충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논란의 소지가 있다"면서 "(이 실장의) NH지주 사외이사 사임은 아마도 이런 논란을 차단하기 위한 차원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 실장은 NH농협금융 이사회 내 감사위원회 위원과 사회가치 및 녹색금융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습니다.
예탁원 노동조합도 이 실장의 내정 철회와 사장 재공모를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지난 15일 예탁원 노조는 서울 여의도 예탁원 사옥 앞에서 집회를 열었고 17일에는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졌습니다. 노조 측은 이 실장의 내정 철회 및 사장 재공모를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오는 23일엔 부산 예탁원 본사에 내려가 투쟁을 이어갑니다.
제해문 예탁결제원 노조위원장은 "내일 사장 면접을 앞둔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이해 상충 문제에 대한 질의를 피해가기 위해 사임한 것으로 생각한다"면서도 "그렇다고 해도 대선캠프 출신의 은행 전문가, 학자 출신에 팀장급인 이 실장이 예탁원 사장으로 온다는 것은 조직 체급에 맞지 않는 인사"라고 말했습니다.
제해문 노조위원장은 "팀장급 인력이 1000명에 달하는 예탁원 직원을 지휘한다고 하는 것도 어불성설"이며 "자본시장 비전문가가 예탁원 사장이 된다는 것은 오히려 CEO 리스크를 발생시킬 수 있는 요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예탁원 사장의 경우 업계에선 '관료 출신' 사장이 선임될 것으로 예상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 이 실장을 사장으로 내정하고, 유력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관치 낙하산 논란이 일었습니다.
한편 예탁원 임원추천위원회는 사장 응모자 11명에 대해 서류심사를 거쳐 이 실장과 박철영 예탁원 전무, 도병원 전 흥국자산운용 대표 등을 면접 대상으로 올렸습니다. 면접은 오는 22일 진행합니다. 임추위는 사장 후보자들의 면접 심사를 거쳐 오는 28일 임시주주총회에 최종 후보를 추천합니다. 주총 의결을 거쳐 금융위원회가 승인하면 3년 임기의 사장직을 수행하게 됩니다.
한국예탁결제원. 사진=뉴시스
최성남 기자 drks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