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교육계의 난제로 꼽히는 '유보 통합'을 추진하고자 첫발을 뗐지만 그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있습니다. '유보 통합'은 유아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유치원과 영·유아 보육을 맡고 있는 어린이집을 합쳐 일원화된 유아 교육·보육 체계를 만들겠다는 건데 그간 다르게 운영돼 온 두 기관을 하나로 묶으려 하니 반발이 만만치 않습니다.
'유보 통합'과 관련해 여러 의제들이 있지만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는 '교사들의 신분과 처우'에 대한 부분입니다. 유치원 교사는 전문대학이나 4년제 대학에서 유아교육학과 등 관련 분야 학과를 졸업하고 유치원 정교사 자격을 취득해야 합니다. 특히 국·공립 유치원 교사의 경우 높은 경쟁률의 임용시험을 쳐서 합격해야만 자격을 얻을 수 있습니다.
반면 어린이집 교사는 학점은행제와 같은 온라인 강좌 수강 등의 방법으로 보육교사 2급 자격증을 취득하는 게 가능합니다. 이로 인해 유치원 교사들이 '유보 통합'으로 어린이집 교사들과 동등한 자격을 가지는 것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자신들보다 진입 장벽이 낮은 어린이집 교사들과 같은 자격을 가지게 되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겁니다. 유치원 교사들은 여러 차례 '유보 통합' 거부 시위를 벌였고, 지난달에는 '유보 통합'에 반대한다는 국민동의 청원까지 올라왔습니다.
하지만 보육 전문가로 일해 온 어린이집 교사들의 전문성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그 자격을 취득하는 과정이 좀 더 수월하다고 해서 지금까지 아이들의 보육을 맡아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일한 분들의 노고를 깎아내리면 안 됩니다. 게다가 어린이집 교사들은 지금까지 유치원 교사들보다 훨씬 낮은 급여를 받으면서 일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유아 교육과 보육은 경중을 따질 수 없이 둘 다 중요한 부분인 만큼 어린이집 교사들의 처우 개선은 꼭 필요해 보입니다.
정부는 아직까지 이 부분에 대해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지 못했습니다. 향후 '유보통합추진위원회'가 교사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근로 여건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교사 자격 및 양성 체제 개편 방안'을 논의하겠다는 방침입니다. 그러는 사이 유아 교육·보육 현장에서는 서로를 헐뜯고 비난하면서 갈등의 골만 깊어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서로에 대한 미움과 증오만 쌓인 상태에서 '유보 통합'이 이뤄진다고 한들 조화를 이룰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정부는 이 문제를 방치하지 말고 하루 빨리 해결해야 합니다.
'유보 통합'이 '교사 자격 및 처우' 문제로 시작부터 난관을 겪고 있습니다. 사진은 서울의 한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모습.(사진 = 뉴시스)
장성환 기자 newsman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