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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광서 경비업무했어도 업무상 재해입니다.
입력 : 2023-03-07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김수민 기자] 28년간 탄광에서 근무한 뒤 폐암으로 사망했지만, 근무 경력 대부분이 '경비 업무'라면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지 못할까요?
 
아닙니다. 수십 년 간 탄광 내 경비원으로 근무했더라도 그 중 수년간 채탄 작업을 했다면 폐암과의 업무 관련성을 인정할 수 있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습니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박정대 부장판사)는 A씨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유족에 따르면 A씨가 최대 6년 동안 갱 안에서 채탄 작업을 했고, 여기에 더해 최소 20년간 갱 주변에서 경비원으로 근무했다"며 "폐암과 업무의 관련성을 부정하기는 더욱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탄광 갱도와 다소 거리가 있는 근처 마을 주민까지도 다른 곳에 비해 폐암 발병률이 10배 이상 높다는 통계자료가 있다"며 A씨 역시 비록 채탄보다 경비 업무를 더 오래 했어도 폐암 위험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습니다.
 
아울러 "망인이 탄광 근무 종료한 후 오랜 기간 동안 분진 흡입과 관련된 증상이 나타나지 않다가 곧바로 폐암에 이른 것이라고 하더라도 평균 26.6년에 달하는 잠복기를 갖는 폐암의 특성 등을 고려하면, 망인 업무와 폐암 사이의 관계를 부정할 만한 근거가 되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망인의 흡연 이력은 탄광 근무 기간에 버금갈 정도로 길어 망인의 업무가 폐암을 일으킨 유일한 원인이 됐다고 보긴 어렵다"면서도, "최소한 망인의 업무가 흡연과 함께 폐암을 유발하거나 그 악화 속도를 촉진한 하나의 요인이 됐다고 보기에는 어려움이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A씨는 1962년부터 약 28년간 탄광에서 일하다 2016년 1월 폐암을 진단 받고 투병하던 중 숨졌습니다. A씨는 B광업소에서 약 11년 5개월간 경비원 업무를, C탄광에서 약 15년 1개월간 경비원과 채탄부 업무를 해왔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유족 측은 A씨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2016년 10월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지만 근로복지공단은 "A씨가 근무 대부분의 기간은 분진 노출과 무관한 경비원으로 근무했다"며 폐암이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유족은 이후 2021년 5월 재차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으나 거부 당하자 이 사건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서울가정법원·서울행정법원(사진=연합뉴스)
 
김수민 기자 sum@etomato.com
김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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