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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신 사태', 특권 의식 뿌리 뽑기가 먼저다
입력 : 2023-03-09 오전 6:00:00
이른바 '정순신 사태'의 후폭풍이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 정순신 변호사는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지만 아들의 과거 학교 폭력 문제가 불거지면서 하루 만에 낙마했습니다. 특히 학교 폭력 가해자인 정 변호사의 아들은 수능을 100% 반영하는 정시 전형으로 지난 2020년 서울대에 입학했지만 피해자는 정신적인 고통으로 극단적인 선택까지 시도하는 등 정상적인 학업 생활을 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져 국민들의 분노가 큰 상황입니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은 부랴부랴 교육부에 "학교 폭력 근절 대책을 조속히 보고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근래 참모들과의 회의에서는 학교 폭력 가해자 처벌을 강화하는 방향의 미국식 '원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 도입도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물론 학교 폭력이 근절돼야 하는 건 당연합니다. 물리적인 폭력뿐만 아니라 정 변호사 아들의 사례처럼 언어폭력도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심각한 학교 폭력입니다. 이는 피해자와 그 가족에게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우리 사회의 특권 의식을 뿌리 뽑는 일입니다. 이번 사태로 학교 폭력 가해자에 대한 합당한 조치가 힘 있는 부모에 의해 철저히 교란되는 현실이 드러났습니다. 당시 서울중앙지검 검사였던 정 변호사는 아들이 학교 폭력으로 전학 처분을 받았음에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재심과 재재심을 거쳐 행정 소송과 전학 처분 등에 대한 집행 정지까지 냈습니다. 정 변호사의 아들은 주변 친구들에게 아버지가 판사들과 친분이 있으니 재판에서 무조건 이길 것이라고 떠들고 다녔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를 들은 피해자의 심정이 얼마나 참담했을지 상상할 수조차 없습니다.
 
해당 소송은 대법원까지 간 끝에 정 변호사 측이 최종 패소했지만 피해자는 약 1년의 시간 동안 가해자와 같은 교실에서 수업을 듣는 등 고통 속에 살아야 했습니다. 권력을 가진 학부모 앞에서 학교와 교육청의 학교 폭력 징계 시스템이 무용지물로 전락한 것입니다. 피해자의 부모는 법조인이 아닌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면서 자식에게 한없이 미안한 마음을 가졌을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정부는 학교 폭력을 근절하는 것에 집중해 대책 마련을 하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법조인이나 정치인 등 소위 권력자로 일컬어지는 사람들이 주변 지인은 물론이고 자식의 일에도 자신의 권력을 함부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게 더 시급해 보입니다. 적어도 교육에서만큼은 모두가 공평해야 합니다. 부모의 직업과 상관없이 동등하게 교육받고 잘못을 했으면 합당한 벌을 받는 게 순리입니다.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임명됐다가 아들의 과거 학교 폭력 문제로 하루 만에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 관련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사진은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입구의 모습.(사진 = 뉴시스)
 
장성환 기자 newsman90@etomato.com
 
장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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