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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SVB 파산 여진 속 국내 금융시장 '촉각'
"시스템 리스크 확산 가능성 제한적"
입력 : 2023-03-13 오후 4:01:15
[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가 글로벌 금융·경제 전반의 리스크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에 국내 금융시장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미국 정책당국의 우발적 뱅크런 위험 조기 차단 노력으로 시스템 리스크까지 이어지진 않을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인데요, 다만 이번 사태가 금융시장 변동성을 확대하는 만큼 그 여파는 여전히 경계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SVB 사태에도 '블랙먼데이' 없었다
 
실제로 미국 SVB 파산 여파가 우리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았습니다. 13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6.02포인트(0.67%) 상승한 2410.61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거래 직후 내림세로 돌아섰지만 반등에 성공했습니다. 원 ·달러 환율 역시 하락했습니다. 이날 외환시장에서 원 ·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7.2원 하락한 1317원으로 거래를 시작해 낙폭을 키워 22.4원 내린 1301.8원에 장을 마쳤습니다. 
 
SVB 사태는 대규모 소매 고객 기반이 없는 특수 은행들에 국한된 데다 미국 대형 은행들이 코로나 이후 레버리지가 축소되고 초과 유동성은 증가하는 추세라 시스템리스크 전반으로 확산 가능성은 크지 않은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또 연방준비준비제도(Fed)의 과도한 긴축 리스크는 낮아져 한은에 대한 금리 인상 압박도 줄어들 것이란 기대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그러나 자본력과 건전성이 취약하고 SVB와 유사한 자산 구조를 가진 지역은행들의 뱅크런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사태가 조기 진압되지 않을 경우 금융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또 이번 이슈가 금융시스템보다 스타트업, 처케피탈 생태계에 미치는 파장이 큰 만큼 지속해서 주의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SVB 파산은 투자자들의 위험 자산 회피가 강화된다는 측면에서 국내 주식 시장에 단기 변동성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미국 연준의 50bp 인상 가능성이 확대될 시 SVB 파산의 전염 우려와 결부돼 단기 주가 변동성 확대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SVB 파산이 Fed의 가파른 금리 인상에서 촉발된 만큼 국내 은행들 역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나오는데요. 국내 은행은 자산부채 구조가 SVB와 다를 뿐만 아니라 자본비율 및 유동성비율 등 전반적인 자본 건전성이 양호하고 수익성도 견조해 파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지배적인 관측입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있는 실리콘밸리은행(SVB)에서 경찰관들이 나오고 있다. (사진=뉴시스/AP)
 
국내 기관 피해 우려…연준 긴축에도 '눈길'
 
SVB 파산에 따른 금융시장 충격으로 국내 기관들도 크게는 수백억 원에 달하는 피해를 볼 전망입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SVB 파이낸셜 그룹의 지분을 10만795주 보유했다고 신고했습니다. 지분 가치는 지난해 말 기준 2319만6961달러(한화 약 307억원) 규모에 달합니다. 
 
한국투자공사(KIC)도 SVB의 주식 462만달러(약61억)어치 가지고 있어 SVB가 최종 파산하면 두 기관은 이 돈을 다 잃을 수도 있습니다. SVB금융그룹의 주가는 파산 여파로 지난 9일 기준 106.04달러로 지난해 말과 비교해 반 토막 수준으로 내려앉았고 이후 거래 정지 상태입니다. 
 
국민연금 측은 "SVB 파산과 관련해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사태로 연준의 통화 긴축 정책에 수정이 이뤄질지도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데요. SVB 갑작스러운 파산 배경으로 연준의 기준 금리 인상이 꼽히고,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지면서 금리를 올리기 부담스러운 상황이 된 것이지요.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미 연준(Fed)이 이번 사태로 긴축에서 쉽게 물러서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긴축 완화) 가능성은 조금 커고 어떤 이유에서건 금리가 하락하는 것은 중장기적으로 증시에 긍정적"이라고 밝혔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와 관련해 국내 금융시장에 대한 영향을 면밀히 점검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도 SVB 파산 사태에 따른 국내외 금융시장 영향을 점검하는 한편 필요시 시장 안정화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날 오전 이승헌 한국은행 부총재는 '시장 상황 점검회의'를 열었는데요. 금융위기 이후 미국 은행 건성이 개선됐고 미국 정부 역시 예금자 전면 보호조치를 시행해 이번 사태가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할 가능성은 적다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오는 14일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결과 등에 따라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어 면밀히 모니터링 하고 필요하면 적절한 시장 안정화 조치를 취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앞서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금융보호혁신국은 2090억 달러의 자산을 보유한 미국 16위 은행 SVB의 폐쇄를 결정했습니다. SVB는 전날 420억 달러(약 55조1250억원)에 달하는 뱅크런 사태가 벌어져 영업 중단과 파산으로 이어진 것인데요. 이번 SVB 파산 선고는 지난 2008년 워싱턴 뮤추얼 이후 미국 은행 중 가장 큰 규모의 파산입니다. 
 
13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홍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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