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챌린저뱅크 파산·인터넷은행 위태…특화은행 괜찮나
'당국 벤치마킹 모델' SVB 파산
입력 : 2023-03-15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이보라·김보연·신유미 기자]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하면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특화은행 설립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앞서 국내 은행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출범시킨 토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의 건전성에도 경고등이 켜진 상황인데요. '은행 과점 체제'를 해소하기 위해 신규 플레이어를 진입시키겠다는 정부 정책의 전면적 수정이 불가피해보입니다.
 
'출범 3년차' 토스뱅크 유동성·건전성 위태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미국 SVB사태에 따른 국내 리스크 상황을 점검하고 있습니다. 국내 금융권으로 위기가 전이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지만, 시중은행보다 규모가 작고 유동성 문제에 수시로 노출되는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미국 현지 언론을 중심으로 2018년 이후 진행된 미국 중소형은행에 대한 규제완화가 현재의 SVB사태를 불러왔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재발을 막기 위해 2010년 '도드-프랭크법'을 제정해 금융규제를 강화했는데요. 하지만 이후 2018년 법을 개정해 대형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중소·지방은행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했습니다.
 
국내에서는 출범한지 얼마 안된 인터넷전문은행이 유동성과 건전성 이슈에 노출돼 있습니다. 토스뱅크의 경우 2021년 출범 당시 2500억원에 불과했던 자본금 규모는 총 6차례 증자를 거치며 1조4500억원으로 늘렸습니다만 만성적자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토스뱅크의 지난해 누적 당기순손실은(지난해 3분기 기준)1719억원입니다. 2021년 10월 이후 누적 손실로 환산하면 2000억이 넘습니다.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은 곤두박질치고 있습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토스뱅크의 BIS는 11.35%로 2021년말 36.71%에서 3분의 1토막 났는데요. 같은 기간 카카오뱅크의 BIS는 37.2%로 집계됐습니다.
 
금감원이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토스뱅크의 연체 대출 증가율이 가장 가팔랐는데요. 지난해 말 토스뱅크의 1개월 이상 연체 대출은 619억원으로 1분기 말에 비해 56배 이상 늘었습니다. 대표적인 건전성 관리 지표인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연체 기간이 3개월 이상) 비율 역시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에 비해 뚜렷한 악화 추세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토스뱅크의 1개월 이상 연체 대출은 619억원으로 1분기말에 비해 56배 이상 급증했습니다. 토스뱅크의 작년 3분기 말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분기 말에 비해 각각 0.26%p, 019%p올라 0.30%, 0.23%를 기록했습니다.
 
그래픽=뉴시스
 
 
특화은행 설립 전략수정 불가피
 
금융당국은 지난달 22일 열린 제1차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TF'회의에서 은행권 과점 체제 해소를 위해 신규 은행을 허가하는 방안 중 하나로 '스몰 라이선스'와 '소규모 특화은행'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데요. 정책 모델의 모범사례로 미국 SVB를 제시하기도 했었습니다. 당시 당국은 "미국 실리콘밸리뱅크는 별도 인가 단위에 따른 특화은행은 아니지만 사실상 고위험 벤처기업만을 고객으로 상대하는 특화은행처럼 기능하고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하지만 SVB가 파산하면서 금융당국은 전략을 수정해야 할 위기에 처했습니다. 스타트업과 벤처기업같은 특정 집단을 주 고객층으로 했던 SVB가 긴축 장기화로 자금난을 겪었고 이는 곧 파산으로 귀결됐기 때문입니다. 기존 은행시장에 시장 참여자를 확대해 경쟁을 촉진하겠다는 정부의 발상이 곧 금융사의 건전성 악화로 이어지고, 결국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불거지고 있습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SVB사태 같은 일이 우리나라에서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석 교수는 "소규모 특화은행이 민간은행보다 규모가 작은데, 이와 경쟁해 예금을 유치하려면 예금금리를 높게 제시할 수 밖에 없다"면서 "높은 금리를 주고 조달된 투자 자금으로 수익을 내려면 당연히 위험이 높은 곳에 투자를 해야 한다는 점에서 일부 집단에 특화된 챌린저뱅크의 경우에는 위험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금융시장에 신규 플레이어 진입을 고려하더라도 기존 은행과 같은 수준의 엄격한 규제를 적용해야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만약 신규로 은행 라이센스를 주려면 현재 은행업에 맞는 건전성 규제와 소비자 보호 규제를 적용하는 것을 전제로 라이센스를 주는 게 적절하지 않을까 본다"고 말했습니다.
 
정치권에서도 정부가 은행과점 체제 해소보다는 금융리스크 점검에 집중해야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금융위, 금감원에서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소위 '스몰라이센스' 은행업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리가 들린다"면서 "현재는 이런 구조조정을 통한 새로운 은행업을 만드는 것보다 기존 은행의 재무건전성과 활동성을 파악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보라·김보연·신유미 기자 bora11@etomato.com
 
이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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