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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은행 늘리려는 당국, SVB사태 간과 말아야
입력 : 2023-03-15 오전 6:00:00
미국의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전세계가 들썩이고 있습니다. 정부는 연일 점검회의를 열며 SVB파산으로 인한 시중은행과 금융시장 영향을 들여다보고 있는데요. SVB 파산에 정부가 더욱 예민해 보이는 것은 왜일까요. 최근 정부가 '은행 과점체제 해소 방안' 중 하나로 SVB로 대표되는 챌린저뱅크 설립을 제시했기 때문일 겁니다. 은행이 금리인상기를 틈타 이자수익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해 직원들 배불리기에 나서고 있다며 현재의 틀을 뒤흔들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던 터라 정부와 금융당국은 SVB사태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을 겁니다. 
 
금융당국은 1차 회의에서 SVB로 대표되는 특화은행의 필요성과 단점에 대해서도 논의했는데요. 특화은행은 충분한 규제완화 없이 수익성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 지적됐습니다. 또 특정 여신에만 집중하는 은행은 해당 부문의 자산건전성 충격을 다른 부분의 여신을 통해 흡수하기 어려워 더 높은 수준의 자본적정성이 필요하다는 문제점도 제기된 상태입니다. '소상공인 은행'이나 '중소기업 전문은행' 등을 예로 들었지만 이 역시 경기순응성 등이 높아 부실화 가능성이 높다고 이미 평가했습니다. 
 
더 나아가 금융당국이 내놓은 제1차 실무작업반 논의 내용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장·단점이 명확하게 요약됩니다. 스몰라이센스 및 소규모 특화은행 도입 등을 통해 '새로운 선수'를 허가하면 금융권에 경쟁을 촉진할 수 있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결국 소비자후생이 높아진다는 장점이 제시되어 있습니다. 주목되는 것은 문제점이 '건전성과 소비자 보호 문제'로 동일하다는 점입니다. 정부가 규제완화를 통해 신규은행을 인가해주면 하나같이 수익성과 건전성이 악화돼 결국 소비자 피해가 생길 수 있다는 단점이 공통적으로 기재되어 있습니다. 정부도 이미 알고 있겠지요.
 
정부는 이미 금융시장에 메기를 푼다는 결론을 내놓은 상태이고, 메기를 '어떻게' 풀지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40여년된 특화은행이 36시간만에 무너진 SVB사태를 가볍게 여겨서는 안될 것입니다. 방법은 두 가지 있습니다. 시장에 메기를 푼다는 전제를 수정하거나, 어떤 메기를 풀지에 대해 장기간 숙고하는 것입니다. 대통령이 은행의 과점체제를 지적한만큼 전제를 바꾸진 않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시간을 더 가지면 어떨까요. 정부는 상반기까지 은행과점 체제를 깰 수 있는 개선방안을 도출하겠다고 못박은 상태인데요. 불과 3개월여 남았습니다. '제대로 된' 메기를 풀고 싶다면 SVB사태에 대해 철저히 분석하고, 이외의 다양한 대안들에 대해 검토할 충분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금융당국과 업계 관계자들을 살인적인 스케쥴로 몰아붙여 해결될 일이 아닙니다. 현재의 일정대로 3~4개월만에 도출될 묘안도 미심쩍습니다. 속도전을 펼치다가 한국판 SVB사태를 불러오는 것은 아닐지 걱정됩니다.
 
이보라 금융팀장
이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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