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보연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들은 지난달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하면서 전반적으로 "1년 반 동안 이어진 금리 인상 효과를 지켜보고, 대내외 경제 상황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놨습니다.
다만 기준금리 동결 결정이 통화긴축 완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면서 추가 인상 가능성은 열어뒀는데요. 연준의 공격적 긴축이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를 촉발했다는 비판이 커진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늦춰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이 14일 공개한 지난달 23일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다수결(5대 1)로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하며 금통위원 대다수는 1년 반에 걸친 인상이 향후 물가와 실물경제 등에 미치는 영향을 지켜보고 추가 긴축 여부를 고려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먼저 한 위원은 "그간의 금리인상 효과가 성장, 물가, 금융 등 경제전반에 걸쳐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며 "금리정책의 파급시차가 수분기에 이르는 점을 감안할 때 그 효과는 향후 증폭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다른 금통위원도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선 그간의 금리 인상이 성장과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해가면서 신중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으로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고강도 긴축이 제동이 걸린 상황인데요. SVB 사태에 따른 금리 인상발 유동성 리스크가 가시화된 점도 한은의 긴축속도 조절에 힘이 실리는 대목입니다.
동결을 지지한 다른 위원도 "지난 1년 반에 걸쳐 기준금리를 300bp 인상했으므로 현 단계에서 얻을 수 있는 추가적 편익은 매우 작거나 불확실하다"며 "그보다는 경제회복력을 과도하게 위축시키거나 금융안정 측면에서의 리스크를 높일 가능성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다른 위원 역시 "내외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이번에는 기준금리를 현 3.50% 수준에서 동결하고 그동안의 긴축이 실물경제 및 물가에 주는 영향을 지켜보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유일하게 금리 인상 소수의견을 낸 조윤제 위원은 "금리 0.25%p 인상이 경기에 다소 위축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겠으나 대외여건이 호전돼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생각한다"며 "무엇보다 한국은행으로서 최우선시해야 할 물가안정의 진행 경로에 부수돼 있는 현재의 불확실성에 대해 적극 대처해 궁극적으로 인플레의 장기 지속 가능성을 낮추고 추후 정책대응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지난달 금통위 당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자신을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5명이 향후 3개월간의 최종 금리 수준을 3.75%로 열어둬야한다는 의견을 가졌다고 밝힌 바 있는데요. 이들이 공통적으로 가장 중요하게 꼽은 건 물가였습니다.
한 금통위원은 "앞으로 물가를 중심으로 국내외 경제여건의 전개상황을 점검해 나가면서 추가인상 가능성을 열어둔다"고 밝혔습니다. 또 다른 위원 역시 "향후 기준금리의 추가적 인상 여부와 관련지어 중요한 변수는 물가"라며 "향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하락하려면 근원물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과 "비근원 물가의 근원물가로의 이차 파급효과"를 이유로 꼽았습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3일 금융통화위원회를 마치고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보연 기자 boye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