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령인구 감소로 대학이 위기라는 이야기가 나온 지 오래입니다. 지방의 대학들은 존폐의 기로에서 아슬아슬하게 버티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초·중·고 사교육비 총액은 26조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학생 수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데 사교육비는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학벌주의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더 좋은 대학에 가고자 사교육에 의지하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학벌주의도 문제지만 부모의 경제력에 따른 교육의 불평등 문제도 심각합니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월 평균 소득 800만원 이상인 가구는 자녀 1인당 한 달 사교육비가 평균 64만8000원에 달했습니다. 월 평균 소득 300만원 미만인 가구 사교육비 17만8000원의 3.7배나 됩니다. 교육이 계층 이동의 사다리는커녕 불평등을 대물림하는 수단으로 전락했음을 방증하는 수치입니다.
과도한 입시 경쟁은 어린 학생들의 육체적·정신적 건강을 해칠 뿐만 아니라 그들을 불행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사교육을 받는 아이들은 이른바 학원 뺑뺑이를 도느라 힘들고, 사교육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은 친구들과 다른 출발선에 좌절합니다. 이는 개인의 불행을 넘어 국가의 위기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결국 국가가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정부는 사교육비 증가의 원인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학교 대면 교육이 축소되면서 학습 결손 우려가 커진 탓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는 핑계입니다. 정부의 안이한 인식이 역대 최대 규모의 사교육비라는 결과를 불러왔습니다. 사교육비 총액은 지난 2015년 17조8000억원에서 2019년 21조원까지 매년 늘어나다가 코로나19가 닥친 2020년 한 해만 감소한 뒤 또다시 기록 갱신을 이어갔습니다. 그럼에도 정부는 지난 2014년 이후 어떠한 대책도 세우지 않다가 이제야 부랴부랴 올해 상반기 안에 사교육비 경감 방안을 발표하겠다고 합니다.
대책은 분명합니다. 학생들이 사교육에 의지하지 않도록 공교육의 내실을 다지는 것입니다. 물론 공교육만으로 모든 학습 수요를 충족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사교육이 공교육의 보완재 기능을 해야지 대체제의 역할을 하면 안 됩니다. 본질적인 변화도 필요합니다. 성적으로 남들과 경쟁하는 게 아니라 학생 개개인이 본인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공부하는 문화를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대학 서열을 해소하고 학력에 따른 임금 격차를 줄이려는 노력도 뒤따라야 할 것입니다. 교육은 가난한 사람에게도 희망이 돼야 합니다.
지난해 초·중·고 사교육비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사진은 지난 7일 서울 대치동 학원가의 모습.(사진 = 뉴시스)
장성환 기자 newsman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