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함부르크=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서울시가 여의도공원을 재구조화해 뮤지컬 중심 다목적홀을 갖춘 제2세종문화회관을 조성해 한강 수변 랜드마크로 만듭니다.
지난해 10월 발표한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새단장에 이어 제2세종문화회관 조성까지 동시에 추진돼 시민을 위한 문화시설이 대폭 확충될 것으로 보입니다.
유럽 출장 중인 오세훈 서울시장은 18일<현지시간> 함부르크를 대표하는 문화예술시설인 엘프필하모니(Elbphilharmonie)를 방문한 자리에서 여의도공원 재구조화 사업의 비전을 공개했습니다.
엘프필하모니. (사진=서울시)
창고 위에 지은 건물, 우여곡절 끝 명소 탄생
엘프필하모니는 1966년 지어진 항만시설의 카카오 창고를 리노베이션한 건축물입니다. 2017년 개관 이래 연간 콘서트홀 관람객만 90만명에 달하며, 누적 관람객이 이미 1000만명을 넘겼습니다.
대규모 지역개발 사업인 하펜시티 프로젝트를 상징하는, 26층 높이의 건축물로 콘서트홀을 중심으로 호텔과 고급 아파트, 전망대 등을 갖췄습니다.
공중에 솟은 크리스털 궁전이라 불리며, 낡은 항구와 환락가로만 떠오르던 함부르크의 이미지를 세계 최고의 필하모니로 바꿨습니다.
특히, 2100석을 갖춘 그랜드홀은 객석이 무대를 감싼 비니어드 형식으로, 최적의 음향을 구현하기 위해 그랜드홀 전체를 하나의 소재로 만들었습니다.
콘서트홀 외에도 550석 규모의 리사이트홀과 170명이 사용할 수 있는 교육시설을 아마추어 예술인과 지역주민들에게 개방돼 음악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습니다.
또한 기존 건축물과 새 건물의 접점부에 조성된 광장(더 플라자)은 무료로 방문객들에게 개방되며 함부르크 전경으로 360도로 즐길 수 있어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엘프필하모니. (사진=서울시)
엘프필하모니 사업이 순조로웠던 것만은 아닙니다. 2007년 함부르크시가 사업을 시작한 이후 창고 건물 위에 대형 유리 외관을 올리는 방식을 구현하는 데 있어 경제·기술적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공사기간은 당초 예상보다 3배 이상인 10년으로 늘어났고, 투입된 예산도 계획보다 10배나 늘어났습니다. 이 과정에서 함부르크시와 건축회사 간의 법정공방으로 공사가 전면 중단되고, 사업 중단 목소리까지 일었습니다.
하지만,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함부르크 시장으로 재임할 당시 적극적으로 사업 재개에 나서면서 우여곡절 끝에 완성됐습니다. 비록 1조2000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했지만, 지금은 시민들로부터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시설로 자리잡았습니다.
크리스토퍼 리벤 슈터(Christoph Lieben-Suetter) 엘프필하모니 사장은 “엘프필하모니가 특별한 이유는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와 같이 랜드마크로 이름을 날리면서, 함부르크가 사람들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세계적인 도시가 돼가는 것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18일<현지시간> 독일 함부르크의 엘프필하모니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서울시)
오세훈 "제2세종문화회관에 한강 조망 공공공간 만들 것"
이날 크리스토퍼 사장과 함께 시설 곳곳을 둘러본 오 시장은 수변 건축방식의 특징과 공연장 및 광장 시설에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엘프필하모닉은 엘베강 하류에 지어진 탓에 수해로부터 피해를 막고자 7.5m 높이에서 건물이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물이 범람해도 내부로 넘어오지 않도록 차단시설을 갖추고, 연중 검사를 통해 안전성을 확보합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수위 차를 어떻게 극복해 건축에 적용하냐가 관전포인트로 한강이 1년에 몇 번씩 큰물이 들어와 개발이 더뎠는데 여기 사례를 보고 눈이 번쩍 뜨였다”며 “우리는 서울에서 비 오면 떠오르게 할 생각만 했는데 여기는 건물을 높여 밑에는 물이 들어와도 안전하도록.밑에는 주차장·창고로 활용해 앞으로 한강 개발에 도입할 곳이 많을 듯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돈 내는 사람만 콘서트 즐기는데 여기와서 보면 참 잘못된 관행으로 광화문 세종문화회관도 제2세종문화회관도 조망하는 공공공간 만들겠다”며 “음향이야 기본으로 음향이 안 좋으면 공연장은 빵점이다. 기술자들에게 맡기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여의도공원 안에서 바라본 제2세종문화회관. (사진=서울시)
서울시는 국제금융중심지로 발돋움한 여의도의 위상 변화에 발맞춰 동·서로 단절되고 휴식·산책 등 단순 근린공원 기능에 머물던 여의도공원을 세계적인 도심문화공원으로 재편합니다. 그 중심에 수변 랜드마크 제2세종문화회관이 건립됩니다.
단기적으로 2026년 착공을 목표로 여의도공원을 수변 국제금융 도심에 맞는 세계적 수준의 도심문화공원으로 리모델링하고 서울의 수변 문화 랜드마크로서 제2세종문화회관을 도입합니다.
공원 상부 리모델링은 여의도 도시공간 구조를 반영해 주변과 연계되도록 수변·문화·생태로 구역별 테마를 설정했으며, 공원의 수목은 이식 및 보존하는 등 생태의 영향을 최소화할 계획입니다.
수변 문화공원은 한강공원과 연결되는 랜드마크 시설 제2세종문화회관과 도시 정원을 조성하고, 문화 녹지광장은 국제금융지구와 연계되는 다목적 잔디광장을 조성해 다양한 이벤트 공간이자 도심의 휴식 공간으로 활용합니다. 생태공원은 샛강과 연계된 기존 생태숲을 최대한 유지하며 가족과 어린이를 위한 공간으로 조성합니다.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바라본 제2세종문화회관. (사진=서울시)
기존 문래동에서 부지 변경, 문래동엔 구립 문화시설
서울시는 당초 문래동 구유지에 제2세종문화회관을 건립할 예정이었으나, 문래동 구유지는 대규모 아파트단지로 둘러싸인 주거지로 서울 서남권을 대표하는 대규모 공연장의 입지로는 미흡하고, 부지의 크기가 협소하여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서울시는 영등포구와 협의해 여의도공원에 제2세종문화회관을 건립하고, 문래동 구유지에는 지역 주민과 문화 예술인들을 위한 구립 복합 문화시설을 건립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여의도·영등포가 위치한 서남권 지역은 공연장 인프라가 부족한 실정으로 서남권의 새로운 문화 중심지 조성이 필요하고, 3대 도심 중 서울도심 세종문화회관, 강남도심 예술의 전당이 있으나, 여의도·영등포도심에만 대표적인 공연장이 없어 서남권 제2세종문화회관 건립이 요구됐습니다.
영등포구는 문래동 제2세종문화회관 건립을 위해 세부 계획을 검토하던 중 △구유지 무상사용의 문제 △협소한 규모의 문제 △지역을 위한 문화예술시설 부족 문제를 발견했습니다.
영등포구는 해결방안으로 관내 넓은 시유지에 세종문화회관 명성에 맞게 건립할 것을 건의했으며, 서울시는 이를 검토하여 여의도공원으로 위치를 결정하게 됐습니다.
서울시는 문래동 구유지의 대지가 협소했다는 문제점을 반영해 제2세종문화회관의 위상에 걸맞는 건축계획을 수립할 예정입니다. 제2세종문화회관에는 대공연장(2000석), 소공연장(400석), 향후 여의도에 건설될 서울항 이용객 및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F&B시설, 문화교육시설 등이 들어옵니다.
도시·건축 디자인 혁신 시범사업으로 추진하기 위해 상반기 중 여의도공원 제2세종문화회관의 사전 디자인을 공모할 예정입니다. 상반기 디자인공모를 통해 우수한 디자인과 공사비를 제안받고 시민 의견 청취를 통해 사업계획을 수립할 예정입니다.
오 시장은 “여의도 간 건 필연적으로.제2세종문화예술회관이라고 하는 한 여의도 가는 게 맞다”며 “기존 세종문화예술회관은 클래식 중심으로 리모델링하고, 제2세종문화예술회관은 뮤지컬 중심 다목적홀로 운영할 생각”이라고 말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18일<현지시간> 독일 함부르크의 엘프필하모니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서울시)
독일 함부르크=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