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코펜하겐=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서울 마포 상암동 신규 자원회수시설(소각장)의 롤모델을 찾아 덴마크 소각장을 방문한 오세훈 서울시장이 친환경 지역명소로 조성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보다 창의적인 활용을 위해 주민 의사를 전제로 일부 지상화하는 방안도 열어뒀습니다.
오 시장은 20일<현지시간> 덴마크 코펜하겐에 있는 소각장 ‘아마게르 바케(Amager Bakke)’를 방문했습니다.
덴마크 코펜하겐에 있는 자원회수시설 아마게르 바케. (사진=서울시)
아마게르 바케, 주민 친화형 자원회수시설 손꼽혀
아마게르 바케는 기피시설로 대표되는 폐기물 처리시설을 주민들에게 환영받는 기대시설로 만든 성공 사례로 꼽히고 있습니다.
애초 아마게르 바케 부지에는 40년의 한계수명을 지난 열병합 발전소가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이를 대체할 차세대 발전소 건설과정에서 발전소 건물이 흉물스럽게 보이는 것을 우려해 건축공모전을 통해 혁신적인 디자인을 채택했습니다.
아마게르 바케 건물은 발전소와 소각시설 여러 동을 높이 순으로 연결해 상부에 언덕처럼 스키 슬로프를 얹는 방식으로 만들었습니다. 기피시설인 소각장 상부를 대중에게 개방하면서 2021년 세계건축축제(WAF)에서 선정하는 올해의 세계 건축물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스키를 타지 않는 방문객들은 슬로프 옆 산책로를 통해 코펜힐을 오를 수 있으며, 정상에 있는 전망카페를 통해 코펜하겐시의 전경을 즐길 수 있습니다. 북쪽 벽 쪽으로는 높이 85m, 너비 10m 규모의 인공 암벽장을 만들어 실제 암벽을 오르듯 클라이밍을 즐길 수 있습니다.
1일 1200톤의 처리량을 갖고 있으며, 인근 15만 가구의 열과 전기를 생산합니다. 연간 5만명의 방문객을 기록하며, 해외 폐기물 수입과 전력·열 생산 등으로 연간 약 300억원의 수입을 올리고 있습니다.
아마게르 바케 운영사인 ARC 관계자는 “같은 위치에 오래된 소각장이 있었고 뒤쪽에 발전소가 있어 전력 반도라 불릴 정도로 지역사회와 주민들이 여기에 관련 산업이 있음을 잘 알고 있다”며 “옥상을 개방하고, 수증기와 이산화탄소만 배출하며 악취를 제거해 지역사회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포인트로 지역사회를 설득했다”고 말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20일 덴마크 코펜하겐에 있는 아마게르 바케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서울시)
마포 소각장 단순 비교 어려워…롤모델 한계도
아마게르 바케는 성공적인 모델로 꼽히지만, 서울에 새로 만들어질 마포 소각장과 직접적인 비교 대상이 되기엔 한계도 명확합니다.
아마게르 바케의 입지는 코펜하겐 중심가인 여왕궁과 2km, 가까운 주택단지와는 200m에 불과합니다.
가까운 아파트 단지와 500m 남짓 떨어진 마포 소각장과는 전혀 다른 입지적 요건을 갖고 있습니다.
게다가 기존에 소각장뿐만 다수의 발전소 부지가 밀집한 아마게르 바케를 두고 느끼는 지역사회의 정서와, 마포 소각장에 반발하는 지역사회의 정서를 같은 선상에 비교하기에도 무리가 따릅니다.
아마게르 바케의 배출가스 농도는 한국과 EU 기준치를 모두 충족하는 수준이지만, 특별히 서울보다 친환경이라고 단언하긴 힘듭니다.
서울 4개 소각장과 비교했을 때 황산화물은 0.45ppm으로 서울 평균 0.18ppm보다 높으며, 다른 질소산화물, 염화수소, 먼지는 서울보다 낮은 수준입니다. 다이옥신은 4개 시설 평균과 비슷한 수준으로, 강남 소각장의 경우 0.0002ng-TEQ/S㎥으로 아마게르 바케의 0.0016ng-TEQ/S㎥보다 훨씬 양호한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아마게르 바케의 경우 흉물로 보일 수 있는 소각·발전시설의 표면을 스키장 등으로 활용해 호평을 받았지만, 마포 소각장의 경우 완전 지하화를 전제로 지상공간에 주민 편의시설이 들어설 계획입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20일 덴마크 코펜하겐에 있는 아마게르 바케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서울시)
오세훈 "마포 소각장 연기, 위로 쏜다면 주거지역 아닌 한강으로"
이날 오 시장은 아마게르 바케 건립 총괄 프로젝트를 담당한 에너지 기업 람볼(Ramboll)과 운영사인 ARC 관계자로부터 소각시설, 오염물질 배출 방지시설 등 친환경 시설에 대한 설명을 청취하고, 아마게르 바케 주민 편의시설인 코펜힐 정상까지 오르며 스키장, 산책로 등 주민 편의시설을 확인했습니다.
서울시는 창의적인 설계와 디자인, 친환경적인 운영방식을 갖춘 아마게르 바케의 사례처럼 마포 소각장도 친환경적이고 안전한 시설, 지역발전을 견인하는 명소로 조성할 방침입니다.
서울시가 구상 중인 새로운 마포 소각장은 주요 시설 및 진입도로를 지하화하고 지상에는 혁신적인 디자인을 적용한 주민 편의시설입니다. 오 시장은 주택단지 반대방향으로 향하는 아마게르 바케의 수증기처럼 마포 소각장의 수증기도 주택가 방향이 아닌 한강 방향으로 향하는 방향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오 시장은 “과학 기술이 덴마크에 미치지 못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노력만 한다면 시민들이 정말 깊은 신뢰를 보낼 수 있는 배출 가스의 질을 유지 관리할 수 있다”며 “상암동에 바람이 동서로 부니 위로 수증기기를 쏘아올리면 주택가 쪽이 아니라 한강 쪽으로 가 주민들이 오히려 안심할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20일 덴마크 코펜하겐에 있는 아마게르 바케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서울시)
100% 지하화 아닌 가능성 열어, 지상 올라올 수도
다만, 오 시장은 이날 현장을 둘러본 후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다면 주민들이 현재 원하는 100% 지하화가 아닌 일부 지상화 대안도 함께 검토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100% 지하화할 경우 지상부 디자인이 한정되는 반면, 일부 지상화를 감안하면 건물 활용도가 더욱 넓어진다는 설명입니다.
오 시장은 “100% 지하화할수도 있고 50% 지하화 80% 지하화할 수도 있다.. 그건 융통성있게 열어두면 좋겠다”며 “아이 손 잡고 올라가는 아빠를 봤는데 굉장한 시사점이 있는 광경으로 조금이라도 건강상 위해가 있다고 하면 아이들 데리고 올라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100% 지하화가 유일한 해법인지는 주민들과 마인드 오픈해서 대화하면 진전된 방향으로 얘기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여전히 보이지 않는 모습을 원하면 그렇게 할 것인데 혹시라도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있어 주민들이 그게 낫겠다 하면 몇%든 지상으로 올라올 가능성 열어놓겠다”고 설명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20일 덴마크 코펜하겐에 있는 아마게르 바케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서울시)
덴마크 코펜하겐=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