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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알선만 했는데…빚 대신 갚아야 할까요?
입력 : 2023-03-23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김수민 기자] 대출 이용자를 연결해주면 수수료를 주되 알선자가 대출금을 대신 갚게 한 위탁계약은 부당한 거래라 무효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수산물업체 A사가 금융업체 B사를 상대로 "부당이득금을 반환하라"며 낸 소송에서 B사의 손을 들어준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재판부는 "A사는 대출 이용자를 선별·알선할 의무만 부담할 뿐 대출 계약 체결이나 심사·약정에 관여할 아무런 권한이 없고 B사만이 독자적·최종적 결정권을 갖는다"며 "이용자의 채무 불이행으로 대출금 회수가 어려워짐에 따른 위험을 부담할 주체는 원칙적으로 B사"라고 밝혔습니다.
 
담보물 검수·평가를 해야 하는 A사가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아 B사가 손해를 입었다면 A사에 배상 책임이 있겠지만 추가 약정은 B사에 무조건적인 연대보증·대위변제·담보 매입 의무를 부과해 부당하다는 취지입니다.
 
재판부에 따르면 A사와 B사는 2014년 대출업무 위탁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A사가 수산물 담보 대출 상품을 이용할 업체들을 알선하면, B사가 대출금 중 1%를 업체들로부터 받아 A사에 0.5∼0.8%를 수수료로 주기로 했습니다.
 
누구에게 대출해줄지 결정할 권한은 B사에 있고 A사는 이의 제기를 할 수 없었고, A사가 알선·위탁업무 수행 과정에서 고의나 과실로 B사에 손해를 끼치면 배상해야 했습니다.
 
문제는 추가 약정인데, A사는 대출 때마다 연대보증을 서야 했으며 돈을 빌린 업체들이 상환 기한을 넘기면 '무조건' 대출금을 대신 갚고 담보를 매입할 의무도 졌습니다.
 
알선 담당 A사와 B사는 체급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였는데, A사는 이 계약 직전인 2014년 자본금 1000만원으로 설립됐는데 1997년부터 영업한 B사는 자본금 400억원이 넘는 중견 업체였던 것입니다.
 
계약에 따라 A사가 2015∼2016년 알선해 B사의 대출을 받은 업체는 모두 6곳에 대출금은 200억∼300억원이었습니다. A사는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한 업체들 대신 B사에 원리금 10억7000여만원을 대신 갚았고, 창고보관료로도 1억5000여만원을 썼습니다.
 
이에 A사는 "우리 회사는 오로지 B사와의 거래를 위해 설립된 업체"라며 "B사가 고의·과실과 상관없이 무조건적인 연대보증과 담보물 인수 책임을 부담케 하는 등 거래상 지위를 남용했다"고 주장하며 B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대법원 (사진=연합뉴스)
 
김수민 기자 sum@etomato.com
 
김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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