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다음 주 주식시장은 긴축 경계심이 다소 완화된 환경 속에서 발표되는 주요 국가의 경제지표가 중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 은행권 사태는 다소 진정된 가운데 진행 방향에 주목하면서 변동성 높은 박스권 장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큽니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 코스피는 전주 대비 19.27포인트(0.8%) 오른 2414.96에 마감했습니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과 크레디트스위스(CS) 유동성 위기가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것이란 우려가 완화돼 위험선호 심리가 개선됐습니다. 반도체와 2차전지 상승이 증시 하단을 지지했으며, 주 후반에는 미국발 은행주와 금융 업종 주가가 전반적인 하락세를 나타내면서 변동성이 커졌습니다.
PMI·PCE 지수 발표
증권가가 제시한 이번 주 코스피 밴드는 2300~2450선입니다. 이번 주에는 중국의 3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발표가 예정돼 있습니다. 중국은 오는 31일에, 유로존과 미국은 지난 24일에 발표가 이뤄졌습니다. 이를 통해 전반적인 경기 상황을 가늠해볼 수 있겠죠. 선진국은 제조업 둔화 지속 여부, 중국은 회복 경로가 포인트라고 할 수 있는데요. 지난달에는 선진국의 제조업 PMI는 부진한 흐름을 이어간 반면 중국은 대조적으로 예상치를 크게 상회한 바 있습니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긴축 마무리 단계 인식 속에서 경기에 대한 서베이 지표 확인이 중요하다"면서 "긴축 경계심이 완화된 환경에서는 이익보다 앞서 주가가 긍정적인 흐름을 이어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2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도 눈여겨 봐야할 부분인데요. 현재 근원 PCE는 전월 대비 둔화할 것으로 보이지만 전년 대비로는 4개월 만에 상승 반전할 것이라고 현재 컨센서스가 형성돼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서비스 물가 상승 압력이 여전히 지속되면서 전반적으로 인플레이션 재점화 가능성이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김정윤 대신증권 연구원은 "1,2월에 노랜딩 기대감이 유입되면서 증시가 많이 올라왔는데 인플레이션이 재점화될 경우 시장 입장에서 통화 정책 컨센서스를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올 수 있다"면서 "경기가 양호할 때는 물가 상승을 오히려 높임으로써 금리 인하 기대감이 후퇴하고, 채권과 외환시장 변동성이 나타나면서 금리 조정이 이뤄질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지난 22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25bp 금리인상을 단행한 가운데, 5월 25bp 인상 이후 금리 인상은 종료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합니다. 추가 금리 인상 우려는 줄었지만 연준이 최근 발생한 은행권 사태를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고 중소은행 규제 강화 필요성을 시사하면서 기업 투자와 은행 대출은 악화할 가능성은 커진 상태입니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SVB 사태가 중소은행 건전성 우려 문제로 신재생 에너지 등 중소형 성장주 모멘텀이 악화된 배경으로 작용했는데, 이런 추세가 연장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면서 "매크로 관점에서는 금리인상 종료에도 중소기업 대출 악화로 투자에 영향을 주는 한편 기존 2분기 말로 예상한 경기 저점 통과 구간의 지연 가능성이 커졌다"고 했습니다.
업종·종목 간 차별 심화…'반도체' 주목
이번 실리콘밸리 사태가 향후 주식시장 내 업종·종목 간 차별화를 만드는 요인이 될 것이란 예상도 있습니다. 전통 은행 시스템에 대한 대안으로 비트코인과 금을, 기존 방어주 대신 현금이 많고 성장성이 담보된 대형 우량주를 더 안전하다고 인식하는 경향이 확대됐는데요.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금이 많고 성장성이 담보된 기업'들과 '하이일드 기업·흑자전환 구간에 진입하지 못한 스타트업' 간의 차별화 진행이 예상된다"고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주 관심업종으로 반도체를 제시했습니다. 반도체 업황이 저점을 통과해 3분기 이후에 점차 회복기에 접어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인데요. 최근 국내 반도체 업체의 1분기 실적 전망치는 추가 하향 조정됐고, 코스피 내 이익 비중이 높은 반도체의 12개월 EPS는 여전히 하락 중입니다. 오는 28일 예정된 마이크론 실적 발표에서 국내 반도체 1분기 실적과 하반기 업황 회복 가능성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예정입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긴축이나 금리에 대한 부담이 완화하면서 그간 많이 떨어졌던 종목이나 성장주에 대해서 다시 평가받을 수 있는 여력을 얻었다"면서 "그동안 오르지 못했던 반도체는 계속해서 반등 시도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습니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 역시 "최근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위원회를 통과해서 반도체를 좋게 보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