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장성환 기자] 대학가의 불법 복제와 스캔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출판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대학생들이 교재를 구매하지 않고 불법으로 복제·스캔하거나 불법 PDF 파일을 사고파는 게 만연해진 상황입니다.
이에 위기를 맞은 출판업계는 대학생들의 인식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쉽지 않습니다. 이들은 불법 복제·스캔에 대한 고소·고발을 통해 처벌 사례를 만들어 경각심을 높이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대학가, 불법 복제·스캔 PDF 파일 사용·거래 사례 늘어
7일 대학가에 따르면 최근 대부분의 대학생들은 강의 시간에 종이책이 아닌 태블릿 PC를 활용해 공부하고 있습니다. 두꺼운 교재 여러 권을 들고 다니는 것보다 무게가 가벼울 뿐만 아니라 다양한 화면을 동시에 띄워놓을 수 있는 등 더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대학생들이 불법으로 교재를 복제·스캔해 PDF 파일로 만들어 사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렇게 불법 복제·스캔이 된 PDF 파일을 사고파는 일도 비일비재합니다. 이러한 불법 PDF 파일은 교재 정가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어 대학생들의 수요가 높습니다.
서울 소재 한 대학에 다니고 있는 대학생 A씨는 "전공 서적 자체가 워낙 비싸기도 하고 요즘 물가까지 급등해 생활비 부담이 커지니 돈을 아끼고자 온라인에서 PDF 파일을 자주 구매하고 있다"며 "종이책을 허락 없이 복제·스캔해 사고파는 행위가 불법인 것은 알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이 이러한 행동을 하고 있어서 별다른 죄의식 없이 하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저작권보호원이 지난해 5월 발표한 '2022 저작권 보호 연차 보고서'에 따르면 출판 불법 복제물의 이용률은 20대가 29.8%로 가장 높았습니다. 이용 경로는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 27.2%, 'SNS' 22.0%, '복사 인쇄 제본업소'(인쇄물·제본책) 16.0% 등의 순으로 조사됐습니다.
이에 출판업계가 큰 타격을 받고 있습니다. 학술 교재를 판매하는 출판사의 매출액이 크게 떨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대한출판문화협회에 따르면 학술·전문서의 매출액은 지난 2015년 2122억원 규모에서 2020년 1678억원까지 줄어들었습니다. 같은 기간 일반단행본 매출액이 7602억원에서 7150억원 규모로 감소한 것에 비해 그 폭이 매우 큽니다. 불법 스캔으로 PDF 파일을 만드는 것과 같은 '디지털 불법 복제'는 피해 규모조차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대학가의 불법 복제와 스캔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출판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사진은 한 대학 강의실의 수업 모습.(사진 = 뉴시스)
출판업계, 뾰족한 해결책 없어…고소·고발로 경각심 높여야 의견도
출판업계도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지만 뾰족한 해결책이 없어 고민하고 있습니다. 한국저작권보호원을 중심으로 불법 복제·스캔 예방 캠페인 등을 벌이고 있지만 효과는 미미합니다. 출판 관련 단체들은 지난달 16일에도 서울대에서 '대학가 불법 복제 및 스캔 근절 캠페인'을 진행했습니다.
출판업계 관계자는 "불법 복제·스캔이 저작권 침해라는 사실을 학생들에게 명확히 인식시키고, 학생들 스스로 의식과 행동을 변화하도록 유도하는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출판업계 일각에서는 불법 복제물 생산자나 이용자를 고소·고발해 처벌받는 사례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불법 복제나 스캔 행위를 하면 법적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겁니다.
박찬익 한국학술출판협회 회장은 "학술 서적의 경우 주로 대학교수·학생들이 교육 목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불법 복제·스캔으로 저작권법을 위반해도 고소·고발하거나 배상을 요구하기 곤란한 측면이 있었다"며 "하지만 지금과 같은 상태를 유지하면 학술 출판업계 전체가 무너지게 된다. 앞으로는 불법 복제·스캔 생산자·이용자 등에 대한 고소·고발로 처벌받는 사례를 만들어 저작권법 위반에 대한 경각심을 높일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고 밝혔습니다.
대학가의 불법 복제와 스캔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출판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사진은 지난달 16일 출판 관련 단체 관계자들이 서울대에서 '대학가 불법 복제 및 스캔 근절 캠페인'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 = 대한출판문화협회)
장성환 기자 newsman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