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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혁신금융 뒷얘기>우리 금감원이 배워야 할 점
"싱가포르, 강력한 규제 만큼 불확실성 낮아"
입력 : 2023-04-11 오전 8:00:00
 
[싱가포르=이종용 기자] 싱가포르 마리나베이 고층 빌딩 숲. 건물 한 층의 절반을 쓰고 있는 한 국내 시중은행의 싱가포르 지점은 입구 초입부터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습니다. 싱가포르통화청(MAS)로 부터 검사 업무을 위탁받은 외부감사인(회계법인)이 지난 2월부터 한 달 넘게 상주하고 있었습니다. 회의실 외벽 유리창 틈으로 보이는 내부에는 기다란 회의용 탁자에 서류 더미와 노트북이 놓여있고, 서너명의 현지인 감사인들이 둘러앉아 있었습니다.
 
금융당국 자체적으로 감사에 나오는 경우는 드문 일이라고 합니다. MAS 당국의 정식 검사는 10년에 한번 나올 정도지만, 당연히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MAS로부터 감독 업무를 위탁받은 외부감사인이 나서는 구조인데요. 외부감사인들이 숫자(회계)만 들여다보는게 아니라 내부통제 체계까지 꼼꼼히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MAS가 외부감사을 지정하고 감사 방향을 통지하면, 한달 이상 체류하면서 철저하게 감사한다고 전했습니다.
 
금융당국의 검사와 징계라면 지긋지긋한 은행원들은 그래도 확실히 한국과 다르다고 전했습니다. 불확실성이 없다는 얘기였습니다. 검사를 받는 중인 이 은행 지점장은 "한국에서는 정권이나 주주, 정책이 바뀌면 금융사 입장에서는 대혼란을 겪잖아요. 사람이나 상황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예상이 되냐 안되냐의 측면에서 보면 싱가포르는 규제가 까다롭지만 확실히 선진국이 맞습니다"라고 했습니다.
 
싱가포르통화청(MAS)는 외부감사인에 감독 업무를 위탁해 외국계 은행 지점에 대한 정기 검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사진은 싱가포르 센톤웨이(Shenton Way)에 위치한 MAS 건물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은행원들은 금융업과 상관은 없지만 싱가포르 교통·흡연 단속을 예로 들기도 했습니다. 속도 위반이나 신호 위반을 하면 면허 정지를 당하고, 전자담배를 소지만 해도 1000만원 이하 벌금, 6개월 이하 징역을 맞는 싱가포르. 그러나 길거리에는 과속이나 신호위반, 담대를 단속하는 경찰은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경찰의 불시 단속에 적발되면 선처가 없는 것을 알기 때문에 알아서 잘 지킨다는 겁니다.
 
다른 은행 직원은 "우니나라 은행법과 같이 몇조 몇항까지 가능한 업무와 아닌 업무를 일일이 정해주는 게 아니라 포괄적으로 특정 조건만 지키면 금융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대신에 당국이 들여다봤을 때 이상이 있으면 면허 정지나 엄청난 규모의 배상금을 물릴 수 있다는 식으로 책임있는 자율을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관계자들은 앞서 지난 2월 내부통제와 지배구조 관련 해외사례를 들여다보기 위해 싱가포르를 방문했다고 합니다.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 제출을 앞두고 해외 출장을 통해 막판 점검에 나선 것입니다. 개정안은 불완전판매와 횡령같은 금융사고가 발생할 때 최고경영자(CEO)에게 최종 책임을 지울 수 있고, CEO의 장기 집권을 방지하는 장치를 마련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이 지배구조 개선을 목표로 경영 활동에 제약을 걸 수 있고, 내부통제 강화를 빌미로 정부 입맛에 맞는 의사결정을 유도하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외국계 금융사들이 싱가포르행을 선택하는 이유로는 자본시장 시스템과 법 체계가 꼽히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법 집행에 있어서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섭니다. 금융허브 추진과 지배구조 개선을 별 게로 볼 것이 아니라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규제와 제도 개선을 고민해야한다는 조언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겠습니다.
 
싱가포르=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종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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