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보연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3.50%로 동결했습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2월 1년 반 동안 지속된 금리인상 행보를 멈추고 금리를 동결했는데요. 경기가 둔화세를 보이고 있지만 최근 불거진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등 금융시장 불안감이 여전하다는 점을 감안한 조치로 풀이됩니다. 시장에선 금리 인상 종결을 넘어 인하 시점으로 시선이 쏠리고 있습니다.
한은 금통위는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 연 3.50% 수준에서 동결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금통위원 전원 만장 일치 결정이었습니다. 한은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글로벌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여전해 향후 추이를 보면서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사실상 금리인상 사이클이 마무리한 것이라는 '인상 종결론'이 고개를 드는 가운데 이창용 한은 총재는 "과도한 기대"라며 선을 그었습니다. 물가 안정세가 확실해질 때까지 금리 인하에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소비자물가추이(그래픽=연합뉴스)
국내 물가는 조금씩 안정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년 만에 가장 낮은 4.2%를 기록했습니다. 한은의 목표치인 2%보다는 높은 수준이지만 둔화세에 들어선 겁니다. 한은은 올 2분기 이후에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로 낮아지는 등 둔화 흐름을 이어가고, 연간으론 지난 2월 전망치인 3.5% 수준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시장에선 최종 기준금리가 현재 수준에 동결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는데요. 내 금리 인하 기대감도 커지는 상황입니다. 김상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지난 2월 조윤제 의원이 인상 소수 의견을 제시한 것과 달리 이번에 만장일치로 결정됐기 때문에 (더 이상 기준금리 조정없이) 앞으로도 지켜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이창용 총재는 추가 인상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뒀습니다. 이 총재는 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경제의 성장률이 낮아지고 물가도 상승률 둔화 흐름을 이어가겠지만 목표 수준을 웃도는 오름세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며 "물가 상승률이 한은의 중장기목표로 수렴한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는 긴축 기조를 상당 기간 이어가면서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금통위에선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아직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언급할 단계가 아니라는 것인데요. 실제로 이날 금통위원 5명은 당분간 3.75%로 가져갈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이었고, 1명은 3.50%로 동결하는 게 적절하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한미 간 금리 격차도 변수입니다. 이날 한은이 금리를 동결하면서 한미 간 금리 격차는 1.50%p를 유지하고 있는데요.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하면 미국(5.00~5.25%)과의 기준금리 격차는 상단 기준 1.75%p까지 벌어집니다. 사상 최대 금리차 기록을 경신한다는 점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과의 금리차가 더욱 벌어지면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 압박이 커지고 환율이 요동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한국은행)
김보연 기자 boye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