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보연 기자] 다음달부터 은행의 영업점 폐쇄 절차가 더욱 까다로워집니다. 은행은 점포 이용 고객들의 의견 수렴을 거쳐 점포 폐쇄를 결정해야 하고, 공동점포·소규모점포·이동점포·창구제휴 등 대체 점포를 제공해야 합니다.
금융위원회는 '제5차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실무작업반 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은행 점포 폐쇄 내실화 방안'을 확정했다고 13일 밝혔습니다. 개선안은 '은행 점포폐쇄 관련 공동절차' 개정을 통해 다음달 1일부터 시행합니다.
그간 은행들은 은행연합회 가이드라인 성격의 '은행 점포 폐쇄 공동절차'를 운영해왔지만, 폐쇄 점포가 꾸준히 늘어나는 등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새 방안에 따르면 앞으로 은행들은 점포 폐쇄를 결정하기 전 점포 이용 고객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절차를 진행해야 합니다. 사전영향평가와 의견수렴 결과 금융소비자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판단될 경우 원칙적으로 점포를 유지해야 합니다.
만약 불가피하게 폐쇄 결정을 내렸더라도 소비자의 불편이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적절한 대체 점포를 마련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은행은 내점고객 수, 고령층 비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소규모점포, 공동점포, 우체국·지역조합 등과의 창구제휴, 이동점포 등으로 대체할 수 있습니다.
다만 금융소비자가 겪게 되는 불편·피해의 정도가 크지 않는 등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고기능무인자동화기기(STM)도 대체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는데요. 그 경우에도 안내직원을 두거나 STM 사용방법에 대한 교육을 진행해야합니다.
특히 그동안 은행이 점포 폐쇄의 대안으로 활용한 무인자동화기기(ATM)는 창구 업무를 온전히 대체할 수 없기 때문에 앞으로 대체 수단으로 활용할 수 없게 됐습니다.
점포 폐쇄 과정에 대한 정보공개 범위도 확대됩니다. 연 1회 실시하고 있는 점포폐쇄 관련 경영공시도 연 4회로 확대하고 신설·폐지되는 점포수 현황 등 비교정보를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 홈페이지를 통해 공시해야합니다.
이밖에도 은행 자체적으로 폐쇄되는 점포 고객을 대상으로 향후 발생할 불편 및 피해를 보상할 수 있는 직접적인 지원방안을 제공해야합니다. 폐쇄점포 고객을 대상으로 예금 또는 대출상품에 일정기간 우대금리를 제공하거나, 각종 수수료를 면제해주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모바일뱅킹이 익숙하지 않은 고객에겐 점포 폐쇄 전후로 디지털금융교육도 진행해야합니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사회공헌활동 관련 정성적인 항목들도 비교공시하기로 했습니다. 기존 사회공헌활동 공시가 지나치게 정량적인 수치에만 의존하고 있어 정량적 항목 외에도 금융소비자 교육, 대체점포 운영, 상생금융상품 출시 등 다양한 정성적 항목을 포함해야 한다는 겁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금융업의 본질은 '신뢰'에 있다"며 "단기적인 이윤추구보다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소비자 이익 증진에 최선을 다해야만 국민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오는 19일 진행되는 제6차 실무작업반에서는 은행권 성과보수체계와 관련된 클로백(Claw-back)과 세이온페이(Say-on-pay) 제도 등에 관한 논의가 이뤄질 예정입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19층 대회의실에서 개최한 은행권 경영.영업관행.제도개선 TF 5차 실무작업반 회의에서 은행권의 사회공헌 활성화 방안과 은행 점포폐쇄 내실화 방안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사진은 김소영 부위원장.(사진=금융위원회)
김보연 기자 boye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