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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끝까지 '저자세 외교'…한미회담 '협상 주도권' 다 잃었다
미 도청 의혹에도 별다른 항의 없어…'국빈 방미 고려' 파장 최소화 안간힘
입력 : 2023-04-16 오전 6:00:00
지난해 11월13일(현지시간)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프놈펜 한 호텔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뉴시스 사진)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미국 정보기관의 국가안보실 도청 의혹에도 윤석열 대통령이 별다른 항의 없이 저자세 태도로 일관하면서 한미 정상회담 협상의 주도권을 미국에 다 빼앗겼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달 말 국빈 방미 일정을 고려해 미국 측의 입장을 변호해주며 파장을 최소화하는 데 급급한 모습을 보인 것이 오히려 우리 정부의 협상에 대한 운신의 폭을 스스로 좁혔다는 겁니다.
 
미국의 국가안보실 도청 정황이 담긴 기밀문건이 유출된 이후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의 대응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상당합니다. 도청 의혹의 피해자인 한국이 가해자인 미국의 입장을 변호해주는 듯한 메시지를 최근 대통령실과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잇달아 내놓기 때문입니다.
 
미 전면조사 들어갔는데도청 '단서 없다'는 대통령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도청 의혹이 제기된 이후 초반만 하더라도 대통령실은 '선 사실관계 파악, 후 조치'라는 신중론 기조를 보였습니다. 관련 논란이 보도된 직후인 지난 9일 대통령실은 "미국 측과 필요한 협의를 하겠다"고 밝혔고, 10일에는 "사실관계 파악이 우선"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11일 "용산 대통령실 도청은 거짓이고 문건 내용도 상당수 위조"라며 느닷없이 한미 동맹에 영향이 없다는 점을 부각했습니다. 급기야 김태효 차장은 12일 "미국이 우리에게 어떤 악의를 가지고 했다는 정황은 발견되지 않고 있다"며 미국을 적극 옹호하는 태도까지 취했습니다. 또 정부 고위 당국자는 13일(현지시간) "미국이 우리에게 도·감청을 했다고 확정할만한 단서가 없다"며 도청 의혹 자체에 선을 그었습니다.
 
대통령실은 또 13일(한국시간) "정치권에서 이렇게 정쟁으로 (만들고), 언론에서 이렇게 자세하게 다루는 나라는 없는 것 같다"며 한국 언론의 보도 방향이 국익을 우선해야 한다는 인식을 드러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 측은 미 측에 정확한 설명이 필요할 경우 합당한 해명을 요구하게 될 것"이라고도 밝혔습니다.
 
앞서 같은 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기밀문건 유출 사태와 관련해 "현재 전면 조사가 진행 중이며 진상 규명에 다가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기밀문건이 처음 유출된 온라인 채팅 서비스 대화방 운영자가 미군 주방위군 소속 21세 남성으로 확인됐습니다.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의 대미 저자세는 오는 26일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한일 정상회담 이후 대일 외교 악재가 계속되는 가운데 한미 정상회담에서 경제와 외교·안보 성과를 통해 이를 만회해야 하는데 미국에 항의했다가 자칫 회담에 악영향을 미치지는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가 읽힙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이 지난 11일 한미 정상회담 주요 의제 조율 등을 위해 인천국제공항에서 워싱턴으로 출국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뒤바뀐 '가해자·피해자'외교실리 걷어찬 '패착'
 
하지만 미국에 대한 윤 대통령의 저자세 태도는 오히려 한미 정상회담에서 우리 정부의 협상력을 저하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란 지적이 제기됩니다. 반드시 회담 성과를 내야 한다는 우리 정부의 조급함을 미국에 먼저 내비쳐 협상의 주도권을 미국에 내주게 됐다는 겁니다.
 
보통 협상을 처음 시작할 땐 전략적으로 실제 기대치보다 훨씬 더 큰 것을 요구해 협상력의 공간을 넓히고, 마지막 담판 때 상대방과 밀고 당기기를 통해 실제 요구 조건을 달성해야 하는데, 윤 대통령은 이와 반대되는 행보를 보였습니다.
 
앞서 여권에서도 한미 회담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미국에 도청 문제를 강하게 항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0일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미국에 강한 항의를 통해) 오히려 (한미) 정상회담에서 우리가 조금 더 우위에 설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며 "협상에 좀 이 사건을 잘 활용을 하면 좋을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김준형 전 국립외교원장은 이날 <뉴스토마토>와 한 통화에서 "한미 정상회담에 조금이라도 스크래치가 날까봐 정부가 저렇게 대응하고 있는 것인데 잘못하고 있다"며 "우리가 일본에 일방적으로 양보했을 때 일본이 호응했느냐"고 지적했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박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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