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로 예적금 금리가 하락세를 보이는 가운데에서도 '금리 노마드족'이 혹할 만한 연 10%대 금리를 주는 '워킹 적금'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다른 조건 신경 쓸 필요 없이 오직 걷기만 하면 되는지, 또 실질적인 수익률은 얼마나 될지 살펴볼까요.
우리은행의 '데일리워킹적금'은 기본금리는 연 1% 수준이지만, '우리WON뱅킹' 앱 내 만보기 기능을 통해 매일 1만 보를 걷고 미션을 완료하면 우대금리 10%포인트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일 최대 1만원까지 납입이 가능한 6개월 만기 상품입니다. 매일 입금할 필요 없이 자동이체도 가능합니다. 적금 가입 단계에서 건강데이터 접근권한을 허용하기 때문에 별도로 앱에서 '미션성공'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만보기에서 수치가 확인되면 반영됩니다.
해당 기간 동안 연이율 11%를 모두 받을 경우 이자는 총 5만187원입니다. 여기에서 15.4%의 이자소득세를 차감한 후 손에 쥐는 이자는 4만2456원입니다. 이자를 180일로 나누면 하루 만보 걸어서 버는 돈이 235원꼴이란 계산이 나옵니다.
1만보는 약 6~7km 거리로 걷는 데 1시간이 넘게 걸립니다. 책상 앞에 오래 앉아있는 사무직인 경우 매일 달성이 쉽지 않은 수치입니다. 하루를 빼먹으면 그날엔 100원밖에 받지 못하죠. 그런 날이 많을 것 같으면 이자는 적어도 별다른 조건이 없는 적금을 드는 편이 나을 겁니다.
KB국민은행의 'KB 온국민 건강적금'은 월 최대 20만 원까지 납입 가능하며, 월 10만 보를 걸으면 기본금리 2%에 우대금리 6%포인트를 더해 최대 연 8% 금리를 받을 수 있습니다. 만 60세 이상은 월 5만 보만 걸어도 같은 우대금리가 적용됩니다. 월 20만원을 납입하고 매달 우대금리 조건을 충족했을 경우 세후이자는 2만3700원입니다. KB매일걷기에서 매주 최대 600포인트리를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가입조건이 있습니다. 적금 가입 전전월 말 기준으로 6개월 이상 KB스타뱅킹에 로그인한 이력이 없어야 합니다. 사실상 신규고객과 휴면고객을 대상으로 한 것이지요. 월 10만보는 일평균 3333보 수준이라 달성하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지만, 기존에 서비스를 이용하던 고객은 연 2%포인트 우대이율을 받을 수 없어 최대 6%까지만 가능하겠네요.
(사진=뉴시스)
이럴 바엔 차라리 KB스타페이적금을 드는 것이 나을 수 있습니다. 기본금리 1.8%에 우대금리가 최대 연 4.2%포인트니까요. 안 걸어도 최대 연 6% 금리가 적용됩니다. 대신 KB스타뱅킹 앱 내 KB Pay로 결제한 일수를 따집니다. 1일당 연 0.1%포인트가 적용되니까 6개월 중 42일만 결제하면 4.2%를 채울 수 있습니다. 적금 만기 5일 전까지만 결제가 가능합니다. 단, 쇼핑몰 결제창에서 KB Pay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은행 앱을 구동시켜 그 안에 있는 KB Pay로 결제해야 하는 점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웰컴저축은행의 '웰빙 워킹 적금' 역시 월 최대 20만원까지 납입이 가능하며 가입기간은 12개월입니다. 기본금리 연 1%에 6회 이상 자동이체 이용 시 1%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연 걸음수에 따라 8%포인트의 추가 우대금리를 차등 제공합니다. 연 8%포인트를 다 받으려면 연 500만보를 걸어야 하는데, 하루로 환산하면 1만3000보 이상입니다. 사실상 달성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은행권의 각종 '워킹적금'을 뜯어보면 단순히 걷는 게 아니라 이것저것 챙겨야 할 요건도 많고,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대다수는 채우기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건강을 목적으로 하루 1만보 걷는 목표를 두고, 부수적인 보상을 기대하는 사람에게 적합한 상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앱테크도 같이 하면 시너지…활동량 적으면 '글쎄'
만약 워킹 적금 상품에 가입했다면 관련된 토스, 캐시슬라이드, 캐시워크 등 앱을 함께 활용하는 것도 좋습니다. '토스 만보기'는 하루 만보를 걸으면 하루 최대 140원 상당의 혜택을 주는 서비스입니다. 지난해 기준으로 누적 사용자가 400만명을 돌파했습니다. 캐시슬라이드는 가입 시 300캐시가 즉시 지급되고, 200보당 1캐시가 적립됩니다. 캐시워크는 1만 보를 걸으면 100포인트를 쌓을 수 있고, 포인트로 기프티콘을 살 수 있습니다.
걷기가 힘들다면 다른 조건이 붙은 적금 상품 중에서 고를 수도 있습니다. 우리종합금융의 '하이 정기적금'은 기본금리 2%에 우대금리 8%포인트가 붙어 최고 연 10%를 받을 수 있습니다. 가입기간은 12개월이며 월 최대 납입액은 10만원입니다. 우대조건은 신규고객, 통장 평균잔액, 마케팅 수신동의입니다.
광주은행의 '출첵적금'은 최고 9.8%의 금리를 제공하는데요, 우대조건은 스마트뱅킹과 모바일웹뱅킹에서 가입하고 마이데이터에 접속해 출석 체크를 하면 됩니다. 6개월 기본금리 연 3.3%에 우대금리 최고 6.5%포인트를 주는 구조인데요. 납입한도는 정액적립식의 경우 월 20만원 이내, 자유적립식은 5만~20만원입니다.
부산은행은 연 9.5% 금리를 적용하는 '에어부산 여행플러스 적금'을 출시했는데요. 우대조건은 카드사용, 첫 거래로 좀 까다로워요. 부산은행 카드로 에어부산 항공원을 결제한 이력이 있어야 하고, 최근 3년간 예·적금 신규 가입 이력이 없어야 합니다. 또 에어부산 회원이면서 올 7월말 기준 불입금액 30만원 이상이면 203명을 추첨해 3%포인트를 받을 수 있는 기회도 있습니다. 대다수는 3.5%포인트를 더한 6.5%의 이자가 적용되겠죠. 조건에 비해 품이 많이 드네요.
금융권에서는 고금리 특판 적금을 잇따라 내놓고 있지만 금액이 적고, 뜯어보면 우대금리 적용 기준도 까다로워 사실상 만기 시 이자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