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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서류일체 분실'…기정원, 루슨트코리아에 소송 당해
루슨트코리아 "특별정산·사업에 지장"…3억8천 손배소
입력 : 2023-04-17 오후 4:01:44
[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이 전기모터 개발업체인 루슨트코리아로부터 소송을 당했습니다. 루슨트코리아는 기정원이 제출한 서류를 모두 분실한 데다 유실 상황에서 특별정산을 진행해 손해를 입었다며 3억75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루슨트코리아는 지난 2017년 기정원 창업성장기술개발사업 디딤돌 과제에 선정돼 '필름형 동판 회전자와 이중자석 구조의 무철심 모터'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를 1년간 진행했습니다. 과제를 마친 뒤 2019년 경기지방청에서 문제과제 처리 요청이 들어와 기정원에서 특별점검을 실시한 결과 몇 가지 문제점이 발견돼 해당 과제는 특별평가에서 결국 '중단' 조치를 받았습니다.
 
이후 2020년부터 특별정산 과정이 시작됐습니다. 특별정산은 지급된 정부지원금 중 얼마를 인정·불인정 할지에 대한 정산을 하는 단계입니다. 2020년 4월, 루슨트코리아는 특별정산을 위해 회계정산 감사보고서, 사업비 집행내역서, 연구노트, 교수 의견서, 시험성적서, 시험데이터, 기구설계도면, 전자회로도면, 프로그램 데이터 등 17종의 서류 원본을 기정원에 제출했습니다.
 
이듬해인 2021년 6월 1차 특별정산 결과가 안내됐습니다. 이를 통해 2건에 대한 불인정이 이뤄져 루슨트코리아는 이의신청을 했습니다. 결국 1건에 대해서만 불인정으로 결론이 나 기납부한 세금을 제하고 899만6000원 환급이 결정됐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제출한 서류 일체가 분실된 사실이 2022년에서야 밝혀졌습니다. 제출한 서류를 기반으로 특별정산을 진행하고 이의사항을 검토해야 하는데 서류를 분실해서 제대로 된 정산이 이뤄지지지 못했다고 루슨트코리아 측은 주장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기정원 측도 서류 분실에 대해서는 인정했습니다. 당시 루슨트코리아 측과 연락했던 기정원 담당자는 이메일로 "대표님께서 요청하신 자료를 찾은 후에 연락을 드리려고 했습니다. 결론적으로 해당 자료를 찾지 못했습니다. 아마도 기관이 작년 5월에 이사를 하면서 분실된 것으로 보입니다. 해당자료는 기간이 오래되고 그 사이 담당자도 바뀌어 더 이상 찾을 수 가 없습니다. 죄송합니다"라고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기정원은 2021년 5월, 대전에서 세종으로 사옥을 이전한 바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루슨트코리아는 서류 작성비용 상당의 손해, 환급액 손해, 정상적으로 사업을 영위하지 못한 특별손해 등을 바탕으로 손해액을 산정해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루슨트코리아 측은 회사의 연구개발 내용이 고스란히 담긴 자료를 기정원이 분실해 피해가 크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서류가 없어 특별정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고, 이로 인한 사업비 관련 입증 방법의 부족을 루슨트코리아로 돌리는 것이 부당하다는 입장입니다. 또한 기술개발자료 원본을 제때 받지 못해 정상적인 사업 운용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루슨트코리아의 연구결과가 담긴 연구노트는 3명이 작성한 것으로, 150여 페이지 분량입니다. 이의 제출을 위해 만든 사본은 5~6페이지에 불과합니다. 연구노트에는 개발 목적, 개발 과정, 도면, 실험 과정, 실험 결과, 실패한 이유, 사진, 다음 실험 시 보완 내용 등이 포함돼 있습니다. 연구 시도 과정부터 실패, 성공까지 모두 기록돼 있어 제품 재개발과 생산 과정에서 시행착오와 실패를 줄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자산입니다.
 
성상준 루슨트코리아 대표는 "회사를 성장시키려고 과제를 진행했는데 연구자료와 시간만 날린 억울한 상황이다"라며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관이 역으로 기업에게 피해를 주고 서류분실 책임은 기업에 미루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성 대표는 "연구노트를 보고 기술을 전수하면 실험과정을 그대로 거치지 않아도 실패한 것과 대조하면서 제품을 다시 만들 수 있는데 지금은 그때 연구했던 직원들도 없기 때문에 다시 개발하려면 비용이 많이 든다"며 "일기를 보지 않고서는 당시 일을 제대로 기억할 수 없듯이 연구노트도 그런 토대가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성 대표는 당시 원본을 제출했던 다른 기업의 서류도 기정원이 분실한 것으로 파악하고 구석명신청서(상대방에게 법률적 증명을 요구하는 신청서)를 제출한 상태입니다. 성 대표는 "루슨트코리아처럼 작은 규모의 기업의 경우 정부지원사업이 꼭 필요한데 연구지원기관의 눈 밖에 나게 되면 영원히 다른 연구지원을 못 받는 경우가 생긴다"며 "위험을 무릅쓰고 겨우 소송을 진행하게 됐다. 지금 사업이 어렵기 때문에 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대해 기정원 측은 "기업 측은 2020년 4월에 제출한 서류를 기정원에서 분실해 기업의 손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하나, 이미 2019년부터 문제과제로 분류돼 기술개발 실패를 의미하는 '중단'조치가 내려졌다"며 "이에 정상적인 기술개발이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으며, 서류 분실이 평가 결과에 불리한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도 시기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보고 있습니다. 원본 제출의 경우에도 기정원 측이 원본을 등기우편으로 보내라는 의미가 아니었는데 기업 측이 오인해 보낸 것으로, 그 책임이 기업에 있다는 입장입니다.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
 
변소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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