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수출 부진 장기화 속에 중국의 경제 활동 재개인 '리오프닝 효과'가 하반기 나타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옵니다. 특히 수출 부진의 주요 품목인 반도체 산업의 사이클 회복세가 점쳐지면서 '상저하고'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의 자립화와 한·중 관계 경색 우려가 커지면서 중국발 리오프닝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적지 않습니다. 즉, '상저하고'를 전망하는 정부와 기관 입장과 달리 '성저하저' 관측도 만만치 않아 한국경제호의 앞날이 더욱 불투명해지고 있습니다.
23일 수출 업계 등에 따르면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를 반감시킬 요소로 한·중 관계의 경색이 우려되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은 최근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대만 해협의 긴장은 힘에 의한 현상 변경 시도 때문에 벌어진 일이며 우리는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절대 반대한다"는 취지로 말했습니다. 그러자 중국 외교부는 "말참견을 허용하지 않는다"면서 날 선 반응을 보였고 우리 외교부도 "심각한 외교적 결례"라고 맞받았습니다.
이번 사태가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지 예상할 수는 없지만, 지난 2017년 박근혜정부가 경북 성주군에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를 설치한 후 중국 현지에서 자동차, 유통, 화장품 등 산업이 직격탄을 맞은 것처럼 경제적 영향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사드나 대만 관계 등은 중국의 역린을 건드리는 것으로 전례를 보면 이번 경색 관계가 어느 정도 경제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중국 정부가 어떻게 나올 것이냐도 문제지만, 중국 소비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는 한국 제품을 더 찾지 않게 하는 부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 같다"고 우려했습니다.
23일 수출 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한·중 관계의 경색이 앞으로 나타나게 될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를 반감시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사진은 서울 중구 명동 먹거리 노점. (사진=뉴시스)
올해 누적 무역적자 265억8400만달러…작년 적자 과반
우리나라 수출 성적은 여전히 심각한 상태입니다. 우리나라 무역수지는 지난해 3월부터 올해 3월까지 13개월 연속으로 적자를 기록 중이며 이달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관세청 수출입 현황을 보면 이달 1일부터 20일까지의 수출액은 전년 같은 기간 363억6800만달러보다 11.0% 감소한 323억7000만달러로 집계됐습니다. 최대 수출품인 반도체 수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39.3%, 최대 교역국인 중국 수출액은 26.9% 줄었습니다.
지난 1월 무역수지는 126억9000만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이후 2월 53억달러, 3월 46억달러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이달 1일부터 20일까지의 무역수지는 41억3900만달러 적자입니다.
이에 따라 올해 1월 1일부터 누계 무역수지 적자는 265억8400만달러로 이미 지난해 적자인 477억8500만달러의 절반을 넘었습니다.
관세청이 발표한 수출입 현황'에 따르면 이달 1~20일 수출액은 전년 동기(363억6800만달러)보다 11% 감소한 323억7000만달러로 집계됐습니다. 표는 우리나라 월별 무역수지 추이. (그래픽=뉴스토마토)
수출 인프라 보강 외치는 정부…수출 성장엔 역부족
정부는 이번 수출 실적이 발표된 것과 동시에 무역금융, 물류·통관, 마케팅 등 인프라를 보강하는 등 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입니다. 하지만 경영난을 호소하는 기업들로서는 정부의 지원이 온기로 다가오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정부는 기획재정부 소속으로 지난 2월 정식 출범한 '원스톱 수출·수주지원단'을 통해 기업의 애로사항 해소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또 올해 상반기 중 수출 유망 품목을 선정하고 무역보험을 우대하는 등 금융 지원 방안을 마련할 방침입니다.
항만배후단지 임대 면적 제한을 완화하는 등 수출 물류 기업의 시설도 확충합니다. 자동차 전용 운반선이 부족한 것에 대응해 컨테이너선을 활용하도록 하는 등 완성차 업계의 물류 애로사항도 해소합니다.
올해 3분기까지 핵심 산업 원재료 제품을 공휴일과 야간 전자통관 심사 대상으로 확대하는 등 통관 분야도 지원합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시선이 곱지 않습니다. 수출업체 한 관계자는 "팔 물건을 쌓여 공장 가동을 멈췄는데 물건을 팔 곳이 없다"며 "외양간 고친다고 수출 실적이 늘어나겠냐. 설비투자하면 세액 공제를 한다는데 불투명한 앞날을 생각하면 정부를 믿고 섣불리 움직이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토로했습니다.
김광석 한양대 겸임교수는 "5월이나 6월쯤에 리오프닝이 본격화하면서 우리나라 수출 진작에는 긍정적인 기여를 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그러나 리오프닝과 함께 탈세계화란 흐름이 이어지고 있고 중국의 기술 자립화 의지도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예전처럼 효과가 클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반도체는 재고가 계속 쌓이고 있다 보니 가격 자체가 크게 떨어져서 매출량이 늘더라도 매출액은 줄어드는 현상이 계속 나타나고 있다"며 "재고가 충분히 소진될 시점은 올해 하반기 끝자락 정도는 돼야 할 것이라고 예상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 실장은 "중국의 봉쇄 해제로 이동이 자유로워지고 음식과 숙박 등 서비스 부분부터 회복된다"며 "또 현재 중국의 기술 자립도도 높아진 영향 등으로 중국 리오프닝 효과는 과거보다는 줄고 시간을 더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습니다.
23일 수출 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한·중 관계의 경색이 앞으로 나타나게 될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를 반감시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사진은 부산 남구 신선대(아래) 및 감만(위) 부두 야적장. (사진=뉴시스)
세종=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