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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행복한 국가 속 불행한 젊은이들
입력 : 2023-04-25 오전 6:00:00
시대를 관통하는 여러 문화와 사회 관습은 어느 지점에 이르러 변곡점을 맞이하게 되어있다. 더 진보된 구조나 행태로 발전하느냐, 혹은 영원한 가치를 인정받아 지속 가능한 영속의 영역에 들어가느냐, 그리고, 더 이상 그 쓸모와 영향력의 한계에 부딪혀서 소멸하느냐, 일것이다. 
 
얼마 전 ‘새로고침 노동자 협의회’가 양대 노총(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대안으로 MZ세대 노조로 불리며 등장하였다. 이 새로운 기류 우리 사회에 어떤 질문을 던지고 있는가 생각해 봤다.
 
"소위 MZ세대라 불리는 요즘 사람들의 노조에 대한 반감이 너무 큽니다. 이걸 어떻게 타파해 나가야 할지 고민이고요. 그런데 정작 기존 노동조합 문화는 아직 그 변화의 파장에 둔감한 것도 같아요. 미래세대가 현재의 노조 문화를 신뢰하지 못한다면 노조도 미래를 담보하지 못 할 텐데 걱정입니다."
 
"왜 노조가 싫어요? 우리 노동자를 대변하는 활동을 하는 곳이 노조인데요."
 
"빨아서 입기는 하는지도 모르겠는 그 투쟁 조끼에 자다 막 나온듯한 머리 그리고 매번 내용은 알아 듣기도 힘든 고함소리만 내지르는 투쟁 연설, 또, 진짜 나의 삶의 문제를 다루기는 하나 하는 의문이 들어요. 그래서 노조 활동에 공감이 가지 않아요."
 
어느 토론회에서 만난 노조위원장의 말이다. 이 대화가 모든 MZ의 생각을 대변한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분명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등장하고 있음은 확실하다.
 
‘새로 고침 노동자 협의회’가 닻을 올리며, 정치를 위한 정치적 투쟁을 지양하겠다고 자율, 공정, 상식 새로움을 내세우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윤석열 정부 관계자들과 자리를 함께하는 모습을 보였을 때, 역시 현재의 MZ는 보수화 되었다는 기성세대 기반의 평가가 있었다.
 
과연, 단순히 보수화된 세대로 단정 짓는, 일차원적 해석으로 현재의 변화를 규정할 수 있을까. 예로 윤석열 정부가 내세운 69시간 노동 유연제에 당당히 반대를 외치며, 대립각을 세우는 모습을 생각해 보자. 다분화되고 다층적으로 변한 시대 환경에 따라 MZ세대의 가치관과 시대정신이 기성세대와 달라진 것이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을까. 
 
산업화 이후 사회 전체 부의 규모 팽창 속에서 태어나서 선진국 반열에든 국가를 경험하고 있는 80,90년대생들 그러나, 현재의 세대들은 정규직이 되기 위해 인턴이라는 이름의 비정규직으로 직장 생활을 시작해야 하고, 세습자본의 크기에 따라 삶의 출발선에서부터 격차를 경험하는 시대에 살고 있으며, 이 격차를 극복하기위해 상위 50%에 속하는 사람들이 95%를 점유하고 있는 자산 점유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쉼없이 앞으로만 내달리고 있다.
 
그렇게 이들은 영끌족과 잡코인이라는 신조어를 생산해 내는 세대가 되어있다. 심지어 아이를 가질 것인가가 고민이 아니라, 결혼이라도 할 수 있을까를 먼저 고민해야 하는 삼미남이라는 신조어로 불리는 세대이다. 성적에 따라, 진학한 학교에 따라 삶이 달라지고 계급화 되는 무한경쟁 속에서 성장했다. 무엇보다 국가가 절대 개인의 삶을 책임져 주지 않는 독자생존 사회임을 그 어느 세대보다 명확히 알고 있다.
 
이렇게, 이들은 불안한 삶의 연속을 겹겹이 경험하며 성인이 되었다. 그 결과 그 어느 세대보다 공정과 상식에 민감하다. 그렇다고 절대 이기적인 세대라고 규정해서는 안 된다. 다만, 시대의 환경 변화에 따라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이익을 가져다주는 것에 더 큰 반응을 보이는 것일  뿐이다. 
 
세대를 탓하기 전에 과연 무엇이 원인이 되고, 진화하여, 이들에게 이런 냉혹하고 힘겨운 사회를 끌어안고 살아가게 만들었는지 제대로 짚어봐야 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거부감을 가지는 말 중에 ‘소확행(작지만 확실하게 실현 가능한 행복)’이라는 말이 있다. 기성세대 보다 더 나은 미래를 꿈 꿀 수 없는 현실을 직감하고 있는, 세대가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해 만들어낸 문화 기류를 가리키는 단어가 아닐까해서 이다. 결혼을 하고 집을 가지고, 행복한 노후를 누릴 것이라는 긍정적 낙담이 불가하다고 이미 진단하고 있기에 ‘휴캉스’와 ‘골프 사진 올리기’, ‘오마카세’에 열광하는 세대의 언어적 유희가 아닐까.
 
국가는 행복한데 국민이 불행하다면 그 사회는 절대 좋은 공동체가 아니다. 세대를 가르는 잣대를 들이대기 전에 여태까지 외면한 잘못된 사회 구조의 문제가 있다면 지금이라도 그 대가를 치루더라도 반드시 새롭게 바꾸어 나가야 한다. 그래야 더 나은 미래를 꿈꾸는 젊은이들이 살아가는 지속 가능한 사회를 그나마 담보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박창진 바른선거시민모임
 
권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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