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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대만 해협 위기와 예방 전쟁
입력 : 2023-04-26 오전 6:00:00
대만 해협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계속되고 있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케빈 메카시 미 하원의장이 회동한 데에 대한 반발로 중국이 대만 포위 군사 훈련을 감행했고, 미국은 대만 해협에 미 7함대 소속 구축함 USS 밀리우스 호를 전개시켰다. 중국은 대만의 지위 변경 시도를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한 것이고, 미국으로서는 대만 해협과 남중국해가 중국의 내해로 변하는 것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특히, 대만 포위 훈련이 끝난 이후 중국의 항모 산둥함은 더 동쪽으로 이동해 괌 서쪽 약 700km 해역에까지 진출하는 모습을 보였다. 인민해방군의 작전반경이 제1도련선을 돌파한다는 상징적 의미를 노림과 함께 일본 열도와 괌에서 발진하는 미·일의 군사력 투사를 억지하겠다는 의도다. 
 
대만 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최근 들어 그 무게가 한층 심각해지고 있다. ‘하나의 중국’ 원칙 하에 대만 복속을 포기한 적이 없던 중국이지만 최근 기조는 더욱 강경해지는 모습이다. 2020년 대만 백서에 대만 문제 해결이 중화민족 부흥의 핵심 과제임을 분명히 했고, 특히 2022년 20차 당 대회에서 시진핑 주석은 대만에 대해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점을 천명한 바 있다. 이에 서방에서는 시 주석이 자신의 역사적 과업으로서 2027년 이내 대만 침공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자 대만 침공 시나리오는 더 절박해지는 형국이다. 유럽 한복판에서 주권 국가의 영토적 존엄성이 강대국에 의해 일방적으로 짓밟히는 상황을 맞자 대만 해협이 다음 지정학적 충돌의 장소가 될 것이라는 경고를 어느 누구도 가벼이 여기지 못하게 된 것이다. 동중국해와 남중국해를 연결하는 대만은 광활한 태평양으로 향하는 지정학적 요충이다. 중국이 대만을 장악하면 제1도련선을 넘어 자유롭게 군사력 투사가 가능해지고 이는 동아시아와 서태평양에서 유지되고 미 패권에 균열을 야기할 수 밖에 없다. 대만 해협이 미·중 전략경쟁의 향배를 가르는 최고의 시험대로 여겨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나 대만 해협을 둘러싼 미·중 간 ‘의지의 대결’은 간과하기 쉬운 또 다른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바로 예방 전쟁(preventive war)의 가능성이다. 미국은 중국의 대만 침공을 우려하지만, 베이징은 워싱턴이 대만의 현상 변경을 시도하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장관, 하원의장 등 전례 없는 미 고위직 인사의 대만 방문, 첨단무기 판매를 통한 대만 요새화 추구는 예전과 확실히 다른 움직임이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대만 해협에서의 군사적 충돌 시 미 군사 개입 가능성을 수차례 공개적으로 언급한 바 있다. 중국으로서는 미국이 1972년 수교 이후 지켜온 ‘하나의 중국’과 ‘전략적 모호성’ 기조를 조금씩 흔들고 있다는 의구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 미·중 양측 모두 현상 변경을 상대가 시도한다는 두려움을 갖고 있는 것이다. 
 
이때 작동하는 것이 예방 전쟁의 압력이다. 상황이 점점 불리하게 변해간다고 생각하면 더 늦기 전에 행동해야 한다는 압박을 말한다. 우크라이나 전쟁도 러시아 입장에서는 예방 전쟁의 발로다. 나토의 팽창이 러시아 국경까지 근접해 오자 미래에 대한 두려움으로 전쟁을 시작한 것이다. 태평양 전쟁을 촉발한 일본의 진주만 공습도 마찬가지다. 일본이 이길 수 없는 상대에게 전쟁을 걸어간 무모한 결정을 한 것은 석유 금지 조치로 서서히 목 졸려 죽는 미래를 기다릴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중국이 시간표를 정해 놓고 대만 침공을 준비하고 있다는 일각의 주장은 너무 기계적이고 단순하다. 중국 입장에서는 미국과 전쟁을 하더라도 더 힘을 키운 이후에 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중간 상호 의심과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오히려 충돌의 시간표를 앞당길 위험은 분명 존재한다. 미·중 간 벌어지는 억제력 경쟁, 의지의 대결이 오히려 예방 전쟁의 압력을 높이고 있는 건 아닌지 역사적 교훈을 상기해 볼 때다. 
 
김정섭 세종연구소 부소장
 
권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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