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한솔 기자] "정부가 온라인 플랫폼 기업과 관련해 '플랫폼의 자율'에 맡기겠다고 얘기를 하고 있는데, 자율 보다는 어느 정도의 기준선을 만드는 것이 필요합니다. 플랫폼 노동 운동을 하는 사람으로 '자율 규제'는 무책임한 태도로 보입니다."
김지수 라이더유니온 사무국장은 1일 <뉴스토마토> 인터뷰에서 '배달 플랫폼'에 대한 가이드라인 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라이더유니온은 2019년 5월 1일 근로자의 날에 설립된 국내 첫 배달 노동조합입니다. 초대 위원장을 맡은 박정훈씨가 100원의 폭염수당을 요구하는 1인 시위로 시작해 점차 배달원들이 뜻을 모으며 총 41명의 조합원들과 함께 출범을 선언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배달 수요가 크게 늘은 만큼 현재는 약 1000여명의 조합원이 가입돼 있습니다.
배달 노동자들의 독립노조였던 라이더유니온은 지난달 말 민노총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에 가입했습니다. 길거리, 도로가 일터이며, 산재사고의 가장 최전선에 놓인 배달 노동자들이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연대를 통해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는 판단때문입니다.
민주노총에 가입하면서 라이더유니온은 기업의 배달 알고리즘 공개, 배달 대행사 등록제, 안전배달료 등을 구체화하는 노력에 나섰습니다.
김 사무국장은 "배달 플랫폼의 경우 배민이 거의 독점적인 지위를 누리고 있 데, 플랫폼이 마음대로 판단하고, 일자리를 결락하는 이런 문제들을 규제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기준선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며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서 알고리즘으로 인해 생기는 안전 문제, 윤리적인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알고리즘은 배달 노동자들의 업무환경으로, 주문이 접수될 경우 배달노동자에게 일을 전달하고, 수당도 책정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배달노동자가 주문접수를 거부할 경우 일감을 배제하거나 페널티를 부과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일부 노동자들은 이런 '알고리즘'이 배달 노동자들의 '목숨줄'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배달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목숨줄인 알고리즘의 정보 공개를 요구하는 상황이지만 배민과 요기요 등 배달앱들은 이런 '알고리즘'을 영업비밀이라고 강조하며 비공개를 고수하고 있어 계속해서 대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라이더유니온 조합원들이 지난해 10월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쿠팡이츠 본사 앞에서 파업 행진을 앞두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뉴시스)
다음은 김지수 라이더유니온 사무국장과의 인터뷰 전문
- 배달 플랫폼 노동자의 입장에서 윤석열 정부의 정책에 대한 평가를 하자면.
지금 정부가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노동 정책과 관련해 자율규제를 하겠다고 말하는데, 사실 플랫폼의 자본같은 경우에는 알고리즘에 대해서 설명할 기준이 마련되지 않으면 아무래도 기업의 이윤을 위해 움직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AI를 통해서 일하는 사람들(배달 노동자)의 안전이나 일자리의 안전성 등을 위한 알고리즘을 넣지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그렇기에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고, 배민과 같은 독점적 지위를 누리는 플랫폼에 기준선을 만들어 알고리즘으로 생기는 안전문제, 윤리적인 문제들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합니다. 지금은 이런 것들이 많이 부족하고, 플랫폼 노동운동을 하는 사람으로서 무책임한 태도로 보여집니다.
- 배달 노동자들을 위해 현재 사회에서 개선돼야 할 문제점이 있다면.
가장 핵심적으로 말하고 싶은 것은 '배달 라이더 자격제'입니다. 배달일을 하는 분들이 너무나 쉽게 자동차 운전면허만을 가지고 오토바이를 운전합니다. 안전에 대한 제대로 된 교육도 없이 위험하게 일을 하는 상황 속에서 최소한의 조건을 갖고 안전 교육을 받으신 분들이 현장에서 일할 수 있도록 라이더 자격제를 만들어 입식 제한도 하는 식으로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특히나 저희가 공장에서 일하는 것이 아니라 일터 자체가 도로인데, 이 도로는 우리 라이더들만 일하는 곳이 아니라 시민들도 같이 이용을 하고, 또 다른 노동자들도 이용을 하는 공간입니다. 여기서 발생하는 안전에 대한 문제들이 라이더들의 안전도 위협하지만 시민들의 안전도 위협하기 때문에 중요한 의제라고 생각합니다.
또 다른 부분은 '배달 대행사 등록제'입니다. 불법으로 운영하고 있는 지역 배달 대행사들이 많습니다. 제대로 된 자격 요건을 갖추고, 안전에 대한 산재 보험이라든지 이를테면 불법적으로 채용을 할 경우 운영을 못하게 하게 하거나, 갑질을 했을때도 운영할 수 없게끔 하도록 말입니다. 등록제를 위해 생활물류 서비스 발전법을 개정해보자는 취지에서 이걸 요구하는 상황입니다.
- 배달 플랫폼의 '알고리즘 정보 공개'를 요구하고 있는데, 진전된 상황이 있는지.
아무래도 플랫폼 배달 노동자들 같은 경우에는 AI 알고리즘의 지시를 받고 있습니다. 그게 사실상 취업규칙과 다름없는 것인데, 취업 규칙과 다름없는 알고리즘을 라이더들이 설명해 달라고 해도 기업에서 공개하지 않는 상황입니다. 기업의 비밀로 보호받고 있는 상황이죠. 법적으로 그런 것들을 법제화해서 알고리즘 협상권 모든 것을 다 공개해 달라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일하고 있는 취업 규칙과 다름없는 이 내용들을 좀 공개를 해달라, 설명을 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죠. 당연한 권리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최근 화두가 된 '안전배달료'는 무엇인지.
안전배달료 같은 경우 저희가 알고리즘 실험을 하기도 하지만, 배달 라이더들 같은 경우 소득 불황이기도 하고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상황입니다. 배달업에 있는 분들의 소득은 사실 보험료, 기름값, 오토바이 유지비와 수리비 사고에 대한 법적 책임과 연차 퇴직금이 다 포함된 금액입니다. 그래서 이런 것들을 따져봤을 때 지금은 라이더들의 최저 생활을 보장할 수 있는 수준의 소득이 보존돼야 하고, 안전하게 운행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기 위해서 '안전 배달료'를 주장하는 것입니다.
라이더유니온 조합원. (사진=뉴시스)
박한솔 기자 hs696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