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주혜린·조용훈·김유진 기자] 정부의 '상저하고(상반기 저조·하반기 상승)' 경기 전망에도 하반기가 다가올수록 불확실성의 우려는 사그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예상과 달리 하반기 경기 회복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습니다. 이를 반영해 정부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낮추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견해입니다.
14일 <뉴스토마토>가 경제 전문가 4인을 대상으로 올해 하반기 경제 전망을 문의한 결과, 일제히 부정적인 답변을 내놨습니다.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계속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관측입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하반기 경기 회복이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물가가 충분히 진정되지 않아 통화 정책으로 금리 낮춰 경기를 회복시키는 데는 현재는 어려워 보인다"며 "수출 회복이 안 되는 상태라면 현재 하강하고 있는 경제 상황이 일정 부분 유지될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습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수출이나 자영업 부문이 좋지 않고 최근에는 소비도 전반적으로 부진하다"며 "'상저하고'란 기대 속에서 하반기에 들어가면 사람들이 투자도 해보겠다고 계획했던 것들이 빠른 속도로 위축되고 있는 분위기"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실물도 그렇고 사람들의 기대도 그렇게 악화하면 그것은 또다시 악순환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대부분 하반기 경기 회복이 더딜 수 있다고 예상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거기에 아직 전기요금 등 공공요금이 해결되지 않았다"며 "정부가 다른 대안이 없으니 공공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고 그러면 민생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남성집 한남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부는 예산 지출을 줄이거나 지난해와 동일하게 하겠다고 발표한 상황이기 때문에 정부 지출이 늘어날 수 없는 상황이고, 가계는 부동산 대출 등 때문에 소비를 늘릴 수 없는 상황"이라며 "그러면 거시적으로 봤을 때 너무나 당연하게 지난해보다 안 좋을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습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부교수는 "하반기에도 대중 수출이 코로나19 이전만큼 큰 폭으로 늘어날 가능성은 작다"며 "'상저하고'가 되기는 쉽지 않다"고 진단했습니다.
또 "국제 무역이 봉쇄된 기간에 중국도 자급화에 일부 성공했고 애국 소비 운동이 일어나 자국 제품을 쓰려는 경향도 강해졌다"며 "특히 리오프닝을 해도 반도체 대중 수출이 극적으로 늘어나 하반기에 경제가 좋아질 것이란 예상만 믿고 있기는 어렵다"고 강조했습니다.
경제성장률 전망과 관련해 성태윤 교수는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1% 초반대로 떨어져도 놀랍지 않을 정도로 경기가 가라앉고 있는 상황이고 그 핵심에는 수출 부진, 특히 반도체를 중심으로 약화한 것이 가장 크다"며 "기재부도 하향 조정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예상했습니다.
정세은 교수는 "미국에서 고금리 상태를 계속 유지하면서 그것이 또 다른 금융 위기나 실물의 위기를 야기할 가능성도 있다"며 "그동안 수출이 잘 버텨줬는데, 수출 부진에 대외적인 영향까지 고려했을 때는 정부에서도 성장률을 하향 조정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남성집 교수는 "하향 조정할 수밖에 없다"며 "과거 예측보다도 무역수지 적자가 장기화하고 있어 굉장히 이례적이고 너무나 심각한 상황"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석병훈 부교수는 "정부와 한국은행 모두 KDI가 전망한 수준으로 경제성장률을 조정할 것"이라며 "그보다 더 낮추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한편, KDI는 지난 11일 올해 경제성장률을 1.5%로 전망한 바 있습니다. 이는 지난해 11월 1.8%보다 0.3%포인트 낮춘 수치입니다.
올해 2월 1.6%로 경제성장률을 하향 조정한 한국은행은 오는 25일 발표할 경제전망을 통해 추가로 내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기획재정부는 다음 달 말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수정 전망치를 제시할 예정입니다.
14일 <뉴스토마토>가 경제 전문가 4인을 대상으로 올해 하반기 경제 전망을 문의한 결과 일제히 부정적인 답변을 내놨습니다. 사진은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 (사진=뉴시스)
세종=정해훈·주혜린·조용훈·김유진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