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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 농장 찍지 맙시다
입력 : 2023-05-17 오후 5:40:00
지난 2014년 제작된 영화 '나이트 크롤러'는 한 프리랜서 카메라맨이 사건 현장을 영상으로 담아 방송국에 판매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별점 4개 반을 줄 정도로 재미있게 본 영화 중 하나입니다. 무려 9년 전 영화이지만, 주연 제이크 질렌할의 차가운 표정 연기는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제이크 질렌할이 연기한 영화의 등장인물 루이스 블룸은 백수로 살던 중 우연히 특종 장면을 찍어 방송국에 파는 카메라맨을 만난 후 본인도 같은 일을 하게 됩니다. 영상이 더 자극적일수록 더 많은 돈을 받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자 루이스의 행동은 점점 대범해지고 급기야 범죄를 방관하거나 심지어는 유도하는 수준에까지 이르게 됩니다. 
 
이 영화는 자본의 맛을 본 한 인간이 어떻게 타락하는가를 보여주면서도 오로지 시청률을 높이기에만 혈안이 된 방송국, 즉 언론의 이면을 꼬집기도 합니다. 
 
영화만큼의 정도는 아니지만 평소에도 과도하다고 생각했던 부분은 장례식장 취재입니다. 공인의 빈소라면 일반인도 알고 싶은 내용일 수는 있겠으나, 필요 이상의 장면을 담으려는 언론의 성향은 그다지 바람직해 보이지 않습니다. 장례식장 취재는 영상만으로 충분합니다. 굳이 마이크를 내밀어야 합니까. 국민의 알 권리가 고인의 유족 또는 지인의 슬픔보다 우선일 수는 없습니다. 
 
최근에도 언론이 취재를 자제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4년4개월 만에 구제역이 확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한국기자협회 등 언론 단체에 근접 취재를 자제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습니다. 자칫 취재 활동으로 구제역을 전파할 우려가 있다는 내용입니다.
 
이는 단지 취재 윤리를 위반한 정도가 아니라 전염병을 옮기는 심각한 행위일 수 있습니다. 모든 언론이 자제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현장을 담고 싶은 욕심이 있는 언론이 있을 수 있습니다. 궁금한 시청자나 독자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참아 주십시오. 그러면 구제역이 종식됐다는 뉴스를 더 빨리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정해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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