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장성환 기자] 윤석열 대통령을 비판·규탄하는 종교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종교인들은 시국법회·시국미사·시국기도회를 열고 윤 대통령의 외교 정책과 사회 인식 등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퇴진·탄핵까지 요구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불교계 "윤석열정부 무능력, 대통령 인정 못 해…자리 내려오라"
불교계 시민단체와 승려들은 지난 20일 서울시청과 숭례문 사이 태평로 일대에서 '사대 매국 윤석열 검사 독재 정권 퇴진과 천만 불자 참회를 위한 범국민 시국법회 1차 야단법석'을 열었습니다.
이날 평화의길 이사장 명진 스님은 시국법문을 통해 윤 대통령의 외교 정책에 대해 "대통령실이 도청당해도 미국에 항의 한 번 못하고, 미국 눈치만 보다 중국을 상대로 한 무역 적자는 눈덩이처럼 불고 있다"며 "강제 징용과 위안부 문제 해법으로 일본의 사과와 배상 없이 한국 기업의 돈으로 해결하는 '제3자 변제안'을 내세우는 것은 물론 일본이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하는데 따지지도 못한다"고 질책했습니다.
시국법회 참석자들은 한목소리로 윤 대통령의 퇴진·탄핵을 촉구했습니다. 이들은 "윤석열정부의 무능력·무대책·무책임을 지켜본 우리는 더 이상 그를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 없다"면서 "그가 대통령의 자리를 지키면 지킬수록 대한민국은 끝없이 추락할 뿐이다. 하루빨리 내려오는 것이 국가와 국민을 위한 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사부대중 1255명이 참여하는 범불교 비상 시국선언 출재가자 일동도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앞에서 '범불교 비상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시국선언문을 발표했습니다.
이들은 시국선언문에서 "대한민국이 심각한 위기 상황이다. 파국으로 가고 있다"며 "윤 대통령은 헌법상 책무를 방기하고, 공정·법치·상식을 벗어난 국정 운영과 오만·독선으로 사회적 갈등과 대립을 증폭시켜 왔다"고 꼬집었습니다.
불교계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비판·규탄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사진은 지난 24일 범불교 비상 시국선언 출재가자 관계자들이 서울 종로구 조계사 앞에서 '범불교 비상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사진 = 뉴시스)
천주교, 전국 돌며 시국미사 진행…"이태원 참사 대처 보면서 이대로 안 되겠다 생각"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사제단)도 지난달부터 전국을 돌면서 시국미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난 22일에는 의정부교구 정의평화위원회가 의정부교구 주교좌성당에서 '친일 매국 검찰 독재 정권 퇴진과 주권 회복을 위한 월요 시국 기도회'를 열고 윤 대통령을 맹비난하고 나섰습니다.
사제단은 이날 발표한 성명 '분단, 겨레의 원한'에서 "고도의 직관과 용기를 가진 지도자가 필요한 시점에 하필 어떤 기준으로는 보통 이하인 자가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이 됐다"면서 "그 후 나라는 갈수록 '헬조선'으로 되돌아가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특히 이들은 현시대를 과거 군사 정권의 독재 시절과 비교하면서 윤 대통령의 '검찰 독재'가 '군사 독재'보다 더 나쁘다고 짚었습니다. 사제단은 "겪고 보니 '검찰 독재'보다 '군사 독재'가 덜 나쁘다"며 "'군사 독재'는 경제 하나만큼은 책임지겠다고 한 반면 '검찰 독재'는 어른들이 천신만고 끝에 거둔 성장과 민주화의 결실을 남의 나라 손에 넘기고는 국익을 챙겼다고 우길 정도로 반민족적·반국가적"이라고 힐난했습니다.
송년홍 사제단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10·29 이태원 참사 이후 윤 대통령의 제대로 된 사과는커녕 책임자 처벌도 없는 모습을 보고 도저히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시국미사를 하게 됐다"면서 "지금 우리 천주교는 물론 불교·기독교까지 종교계가 이렇게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윤 대통령은 전혀 듣지 않고 있다. 이제는 윤 대통령 퇴진을 넘어 탄핵 요구를 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고 밝혔습니다.
사제단은 다음 달 5일 인천에서 다시 시국미사를 진행합니다. 오는 8월 15일까지 시국미사를 이어간다는 방침입니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도 지난달부터 전국을 돌면서 윤석열 대통령을 비판·규탄하는 시국미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사진은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신부들이 지난 4월 10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전국 순회 월요 시국기도회'를 열고 미사를 하고 있는 모습.(사진 = 뉴시스)
기독교계도 시국선언·시국기도회 잇따라 열어…"사회적 양극화 심화·민생 파탄"
앞서 기독교계에서도 연달아 시국선언과 시국기도회가 열렸습니다. 기독교 목회자 시국선언 준비위원회는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 2층 조에홀에 모여 '윤석열정부 1년에 부치는 기독교 목회자 시국선언' 자리를 가지고 시국선언문을 발표했습니다.
이들은 "사회적 양극화는 더욱 심화되고 민생이 파탄 나고 있다. 성별 갈라치기는 여전하고, 사회적 약자들은 더욱 궁지로 내몰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장시간 노동과 산재, 불안정 고용과 임금 격차 등 산적한 노동 현실은 외면당하고 있고, 노동 개혁이라는 미명 아래 노동자들이 압박당하고 있다"고 현실을 짚었습니다.
한국기독교장로회 역시 지난 15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이태원 참사 합동분향소 인근에서 '나라와 민족을 위한 한국기독교장로회 시국기도회'를 열고 "나라와 민족이 총체적 위기 상황이다. 윤석열 정부에서 자행되고 있는 친일 매국의 망발과 외교 참사로 한반도 전쟁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면서 "부자 감세, 노조 탄압, 간첩단 사건 등 신 공안 정국이 조성되고 있는 듯하다. 집권 1년 만에 윤석열정부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국가를 총체적인 위기 속에 빠뜨렸다"고 평가했습니다.
기독교도 연달아 시국선언과 시국기도회를 열고 윤석열 대통령을 비판·규탄하고 있습니다. 사진은 한국기독교장로회가 지난 15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이태원 참사 합동분향소 인근에서 ‘나라와 민족을 위한 한국기독교장로회 시국기도회’를 마친 뒤 십자가를 들고 서울역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는 모습.(사진 = 뉴시스)
장성환 기자 newsman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