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양국제공항을 모기지로 운영하는 항공사 플라이강원㈜(대표이사 주원석)의 기업회생 신청을 하루 앞둔 21일 오후 강원도 양양군 손양면 양양국제공항 국내선 발권 데스크 대합실이 한산한 모습. (사진=뉴시스)
320일.
제 22대 대한민국 국회의원 선거까지 남은 일입니다. 개월 수로는 10개월하고 15일입니다. 총선까지 1년도 남지 않자 여야에서는 최근 지역구 표심을 겨냥한 여러 정책들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특히 ‘공항’ 활성화는 총선 표심 단골 카드입니다.
전국에는 15개의 공항이 있습니다. 이중 국제선을 운항하는 국제공항은 과반이 넘는 8개가 있습니다. 여기에 내년 말 착공에 들어가 2029년 12월 개항을 목표로 한 가덕도신공항이 있고, 2030년에는 대구경북 통합신공항도 문을 예정입니다.
우리나라에 공항이 이렇게 많은 줄 아셨을지는 모르겠습니다. 물론 경남, 전남, 충남, 강원도 등 지방에 거주하시는 분들은 지방공항을 이용하시기에 잘 아실 수도 있겠지만 수도권에 사는 이라면 대개 인천국제공항이나, 김포국제공항, 제주국제공항 이외는 잘 모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인천, 김포, 제주공항은 이용객 수가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와 비교해 무안국제공항, 양양국제공항 등 몇몇 지방공항의 이용률은 현저히 낮습니다. 수도권 대비 지방의 인구밀도가 낮은 것도 영향이겠지요.
수도권 중심 공항과 그렇지 않은 공항의 이용률 격차는 올해 초 극심했습니다.
코로나 사태 기간이었던 지난 3년 동안 해외여행을 나가지 못하자 이에 따른 억눌린 여행심리가 엔데믹 국면에 접어든 올해 초에 폭발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국내항공사들도 1분기 분기 기준 최고 실적을 거뒀습니다.
구체적으로 올해 1분기 국내공항별 이용객수를 살펴보면, 인천국제공항 1553만2854명, 제주국제공항 939만5178명, 김포국제공항 733만9361명, 무안국제공항 7만3297명, 양양국제공항 14만5232명이었습니다. 가장 저조했던 사천공항은 국제선 운항을 하지 않지만 5만4191명을 기록했습니다.
더욱이 무안공항은 지난해 기준 국내 국제공항에서 운항편수가 가장 적은 공항으로 집계됐습니다. 양양국제공항을 모기지로 한 신생항공사 플라이강원은 최근 경영악화로 항공기 운항을 중단하고 최근에는 법원에 기업회생 신청을 했습니다. 해당 공항에서 항공기를 띄우는 유일한 국적항공사였는데 운항을 하지 않자 양양공항은 유령 공항이 되어버렸습니다.
물론 이용객 수가 낮다고 해서 공항이 폐지되거나 낮은 이용객 수가 전망되어 공항 설립 필요성이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하나의 공항이 만들어지고 이를 운영하는 데는 엄청난 세수가 들어가는 점 등을 고려한다면 공항 보다는 철도와 같은 다른 교통수단을 확장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 같습니다.
국내항공사 한 관계자는 “항공사들은 새로운 공항이 들어서면 정치권에서 항공사들에게 자기 지역구 공항을 모기지로 두라는 압박이 올까 두려워 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항공사들은 땅에 항공기가 세워지면 마이너스이고 무조건 항공기를 띄워야 수익이 나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어느 항공사가 인천공항을 두고 지역공항을 모기지로 두려고 할까요?
지역구 표심을 얻기 위한 ‘공항 활성화’ 플랜카드를 이번에는 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