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한솔 기자]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야심 차게 출범시킨 여야정협의체가 집행부와 도의회 간 갈등으로 동력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집행부가 여야정협의체에서 논의된 일부 사업의 예산 집행 편성을 미루면서 갈등이 더욱 고조되는 상황입니다. 경기도와 도의회의 기싸움으로 피해는 오롯이 도민들에게 향하고 있습니다.
경기도와 경기도의회 국민의힘·민주당은 지난해 11월 여야정협의체 구성에 합의한 바 있습니다. 경기도의회가 사상 초유의 '여야동수' 의회가 되면서 온갖 사안에 여야 의견대립이 이어져, 이를 해결하고 소통과 협치를 잇자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남종섭 더불어민주당 대표의원(사진왼쪽 두번째), 곽미숙 국민의힘 대표의원(사진오른쪽 두번째)이 지난해 8월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경기도청에서 차담회에 앞서 손을 맞잡고 있다.(사진=뉴시스)
경기도, 예산 집행 편성 미뤄
여야정협의체 구성에 따라 경기도 6명, 도의회 13명 등 19명의 구성원이 참여해 도의회와 집행부 간 소통을 이어가던 중 불과 6개월 만에 국민의힘 대표가 김 지사 집무실에 찾아가 농성을 벌이는 등 사실상 협치를 찾아볼 수 없는 상황까지 번져 갔습니다.
곽미숙 국민의힘 대표의원이 김 지사 집무실을 찾아간 이유는 '천원의 아침밥', '전통주 산업 활성화' 등 여야정협의체에서 도비 지원을 합의한 사업들의 예산 집행을 요구하기 위해서 입니다.
'천원의 아침밥' 사업은 농림축산식품부가 시행하는 사업으로, 도의회 국민의힘이 도 차원의 추가 지원에 적극 나서는 등 사업 확대를 제안해 왔습니다. 지난달 여야정협의체 실무회의에서 추가 지원에 합의했습니다.
그러나 한달이 지난 지금까지 집행부는 예산 편성을 진행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김 지사는 곽 대표에게 절차를 통해 공정하고 투명하게 집행하겠다고 밝혔지만, 양측의 중점 사업 예산을 둔 힘겨루기가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경기도-도의회 기싸움…피해는 도민에게
김 지사의 핵심사업인 '기회소득' 역시 도의회 국민의힘의 산을 넘지 못하고 추진된 지 수개월 동안 표류 중입니다. 예술인 기회소득의 경우 도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민의힘 의원 전원의 반대로 4월 임시회에선 안건 상정조차 되지 못했고, 플랫폼 노동자 기회소득 역사 찬반이 크게 갈리면서 난항이 이어지는 중입니다.
김 지사의 역점 사업조차 국민의힘의 반대로 시작조차 하지 못한 상황에서 국민의힘의 추진 사업 역시 쉽게 진행되지 않을 전망입니다.
결국 피해는 도민들에게 돌아가게 됐습니다. 6월 지급 예정이던 '예술인 기회소득'이 불발되면서 기대감에 찼던 예술인들은 실망감을 표하기도 했습니다.
경기 민예총은 성명을 내고 "법적 근거가 될 조례안만 마련되면 바로 예술인 기회소득이 지급될 수 있는 상황에서 갑자기 조례안 상정을 가로막은 국민의힘 도의원들의 행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며 "더 늦기 전에 하루라도 빨리 기회소득 조례안이 상정되고 의결되길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경기도의회 전경. (사진=경기도의회)
수원=박한솔 기자 hs696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