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한결 기자] 기업용 소프트웨어(UI/UX) 개발 및 공급 사업을 하는
투비소프트(079970)는 최근 몇년간 대손충당금이 폭증했습니다. 매출채권과 기타채권에 설정한 대손충당금 비율은 75%에 달하는데요.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이 큰 채권이 많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회계 전문가들은 비정상적인 대손충당금 비율로 인해 투비소프트가 향후 계속 기업으로서 유지가 가능할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투비소프트 2016년부터 2022년까지 대손충당금 현황 (그래픽=뉴스토마토, 자료=금융감독원)
매출·기타채권 대손충당금 '폭증'…설정 비율도 급등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투비소프트의 매출채권 및 기타채권 대손충당금은 2017년부터 급증세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대손충당금은 향후 회수가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채권에 대해 미리 적립하는 돈입니다.
2016년까진 177억원 규모의 매출채권에 한해서 대손충당금을 2억원 가량 쌓았는데요. 대손충당금 설정 비율도 1% 수준이었습니다. 2017년부턴 기타채권인 단기대여금과 미수수익에도 대손충당금을 적립했습니다. 매출채권 및 기타채권에 대한 대손충당금은 112억원, 설정 비율은 39.7%로 훌쩍 증가했죠.
2018년 대손충당금은 129억원으로 전년보다 금액도 늘었고 설정 비율도 46.7%를 기록했습니다. 2019년엔 80억원으로 설정 비율도 27.7%로 줄었지만 2020년 136억원, 설정 비율 52.56%로 다시 급등했습니다. 2021년 218억원으로 200억원대를 돌파하며 설정 비율 68.19%를, 작년엔 307억원, 설정 비율 74.96%에 이르렀네요. 매출채권 및 기타채권 중 75% 가량을 대손충당금으로 쌓은 것이죠.
작년 매출·기타채권과 대손충당금 내역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매출채권 41억원에 9억원을 대손충당금으로 쌓았고 설정 비율은 22.02%입니다. 기타채권은 단기대여금, 미수금, 미수수익으로 나뉘는데요. 단기대여금 219억원에 158억원(72.28%)을, 미수금 142억원에 136억원(96.03%)을, 미수수익 8억원에 3억원(44.51%)을 쌓았습니다. 매출채권보다 기타채권의 몸집이 더 크고 설정 비율도 더 많네요.
'비정상적'으로 높은 대손충당금
국내 소프트웨어 상장사들과 비교했을 때 투비소프트의 대손충당금 비율은 비정상적으로 높은 수준입니다. 대표적인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
안랩(053800)은 작년 말 기준 매출채권 및 기타채권 총 372억원에서 대손충당금은 13억원을 쌓았습니다. 설정 비율은 3.5%에 그쳤죠. 세부적으로도 투비소프트와 차이가 있었는데요. 대부분 매출채권(348억원)이고 설정율은 3.7%입니다. 미수금엔 대손충당금을 쌓지도 않았네요.
기업용 소프트웨어를 개발 및 판매하는 기업
더존비즈온(012510)은 작년 말 매출채권 420억원 중 대손충당금을 54억원(12.84%) 적립했습니다. 미수금에는 0.53%를 설정했지만 선급금(7.23%), 팩토링채권(7.96%) 등에 대손충당금을 많이 쌓았는데요. 그래도 총 540억원 중 57억원(10.48%)으로 투비소프트보다는 낮은 수준입니다. 공급망 관리 소프트웨어 기업
엠로(058970)의 경우 매출채권 89억원에 대손충당금을 1억원도 쌓지 않았고 설정 비율은 1.02%죠.
투비소프트의 시가총액은 806억원 수준으로 앞서 언급한 회사들보다 규모가 작은데요. 비슷한 몸집인 시총 7~800억원의 상장사들과 비교해도 결과는 동일합니다. 고해상도 인공지능(AI) 영상분석 솔루션 기업인
핀텔(291810)이 매출·기타채권에 쌓은 대손충당금 비율은 2.16%입니다. 패키지 소프트웨어 개발 및 판매 기업
브레인즈컴퍼니(099390)는 6.21%, 클라우드형 폰트 플랫폼 및 폰트 제작 기업인
산돌(419120)은 1.0%죠.
시총 5000억원이 넘는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매출·기타채권에 대한 평균 대손충당금 설정 비율은 5%에 그쳤고 비슷한 규모의 기업은 3.12% 수준을 보였네요. 10%가 넘는 기업은 한 군데도 없는 것이죠. 즉, 투비소프트가 보인 75% 수준의 대손충당금 설정 비율은 일반적이라고 볼 수 없는 수준입니다.
특수관계 기업에 빌려준 돈, 회수 가능성 '희박'
투비소프트의 대손충당금 현황에서 눈여겨 볼 부분은 특수관계자 채권 사항입니다. 투비소프트는 종속기업 10곳 중 8곳에 받아야 할 채권이 있습니다. 그 중 투비바이오신약, 피티에프글로벌, 이강테크, Tobe Software Technology (Tianjin) Co.,Ltd, 투비디티엑스의 대여금 및 기타채권에 전액 대손충당금을 쌓았습니다. 총 78억원 규모네요.
특히 투비바이오신약과 이강테크에는 대여금과 기타채권 전액에 대해 각각 30억원, 34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적립했습니다. 종속기업 중 가장 큰 규모의 대손충당금인데요. 작년 말 기준 투비바이오신약은 7억원의 당기순손실을, 이강테크는 2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고 있는 적자 기업들입니다.
투비바이오신약의 경우 2021년에도 대여금 전액을 대손충당금으로 적립했습니다. 투비바이오신약에 빌려준 돈은 받지 못한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이강태크는 올해 1월부터 아이알테크로 상호를 변경했습니다. 2021년까지 투비소프트는 이강테크 대여금과 기타채권에 대손충당금을 쌓지 않았는데요. 작년부터 전액 적립을 시작했네요.
관계기업도 상황은 다르지 않습니다. 엔비레즈, 에스에프에이치, 디시지 등 관계기업에 대여금 및 기타채권 전액인 32억원에 대손충당금을 적립했습니다. 채권 전액에 대한 대손충당금을 쌓았다는 것은 해당 채권 회수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엔비레즈의 경우 작년 기준 4억원이 넘는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습니다. 디시지는 에스에프에이치의 자회사지만 2019년 3월에 폐업한 기업입니다. 게다가 에스에프에이치는 2018년 사실상 영업이 중단 투자금에 대해 전액 손상을 인식한 기업이죠.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는 "채권 전액에 대손충당금을 적립했다면 그만큼 거래 상대방으로부터 채권을 회수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또한 매출채권과 기타채권 대손충당금 설정 비율이 75%라는 건 사실상 정상적인 거래인지 여부가 의심 가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비대한 대손충당금 규모로 일각에선 투비소프트가 향후 계속 기업으로서 불확실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존재합니다. 다른 금투업계 전문가는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많은 기업인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감사보고서에서 적정하다고 낸 부분이 있어서 계속 기업 가능성이 없다고 속단하긴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뉴스토마토>는 종속기업, 관계기업의 채권 내역에서 전액 대손충당금을 쌓아놓은 기업 많은 것과 관련 문의를 위해 투비소프트측에 취재를 시도했으나 답변은 오지 않았습니다.
한편, 투비소프트는 투자조합발 전환사채(CB) 오버행(잠재적 대기물량)에 노출되고 있습니다. 이달 전환청구권을 행사한 CB가 신주 상장될 예정인데요. 이달에만 신주 673만주가 상장돼 현재 발행주식총수 대비 10%에 달하는 물량이 시장에 들어옵니다. 투비소프트는 지난해 말부터 지속적으로 CB 전환 청구 물량이 들어왔습니다. 미전환 CB 물량도 100억원 가까이 남아있는 상황입니다.
김한결 기자 always@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