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얏나무 아래에서는 갓끈을 고쳐 매지 말라'는 중국의 격언이 있습니다. '오이밭에서는 신을 고쳐 신지 말라'는 격언과 함께 쓰입니다. 이미 널리 알려진 말이기에 부연 설명은 필요하지 않을지 모르나, 다른 나무보다 비교적 키가 작은 오얏나무, 즉 자두나무 아래에서는 갓끈을 고쳐 매면 자두를 따는 것으로 의심받을 수 있다는 말입니다. 오이밭에서의 신도 같은 맥락입니다. 결국 괜한 행동으로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말라는 의미입니다.
최근 정부가 첨단 산업 육성 방안을 발표한 이후 이어진 일부 여론을 접했을 때 이 격언이 떠올랐습니다. 정부는 지난 1일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전략회의에서 유망 클러스터를 선별해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의 육성 계획을 밝혔습니다. 이 계획에는 클러스터 입주가 쉽도록 규제를 완화하고 투자를 지원한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특히 조세특례제한법상 국가전략기술 범위에 바이오 의약품 관련 핵심 기술을 포함해 세금을 감면해 주겠다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이후 이 계획대로라면 대기업 위주로 혜택을 받을 것이란 보도가 나왔습니다. 정부는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이 더 높은 수준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해당 보도는 올해 세수 결손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감세 방안이 세수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도 우려했습니다. 정부는 올해 투자분의 세액공제는 내년도 법인세를 신고할 때 이뤄지기 때문에 올해 세수 상황과는 무관하다고 해명했습니다.
시민사회에서는 이번 정부의 발표를 더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특정 대기업이 일정 수준의 세금을 감면받을 것이란 예상도 내놨습니다. 새 정부 들어서 잇달아 발표된 세액공제 정책을 소환하면서 이를 중단하라고도 요구했습니다. 시민사회 주장의 핵심은 첨단 산업 육성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그 방안으로 세액공제가 제시된 것이 문제란 것입니다. 또 이들 정책이 결정되는 과정에서 충분한 의견 수렴이 없었고 그 효과도 증명되지 않았다는 점도 짚었습니다.
이미 반도체, 이차전지, 백신, 디스플레이 등의 분야에서 세액공제를 추진할 때부터 감세란 지적이 제기돼 왔습니다. 여기에 미래형 이동 수단, 수소까지 범위를 늘린 이른바 'K칩스법'이 국회에서 통과될 때는 거대 야당 모두 비판의 대상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또다시 세액공제를 추진한다고 하니 논란은 피할 수 없는 것이 당연해 보입니다.
계속된 논란의 배경에는 올해 국세수입이 역대 최대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법인세는 4월까지 35조6000억원이 걷혔는데, 지난해와 비교해 15조8000억원 감소한 수치입니다. 정부는 올해 법인세 예산을 105조원으로 잡았는데, 1분기가 지나고 나서 결손을 공식화했습니다. 세금이 들어오는 것은 감소하는데, 기업이 낼 세금을 줄여준다는 것이 시민사회의 지적입니다.
올해 들어 경기가 부진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어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세금을 줄여주는 것이 능사는 아닙니다. 이전 정부에서도 효과가 미미하다는 것이 확인되기도 했습니다. 이번 정부에서는 정말 효과가 있어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다고 판단하면 먼저 국민에게 이해를 구하고 충분히 의견을 듣는 것도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계속해서 자두를 따려는 것으로 의심받을지도 모릅니다.
정해훈 경제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