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인구 소멸과 청년 일자리 문제에 직면한 지자체들에게 서울청년들을 연결하는 넥스트로컬이 새로운 상생모델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서울청년들의 일자리·창업 대안뿐만 아니라 침체된 지역에 활력을 더하면서 지자체들이 앞다퉈 유치 경쟁에 나섰습니다.
서울시는 올해로 5년째 서울청년들의 지역연계 창업을 지원하는 넥스트로컬 사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각 기수별로 선정된 참가자들은 2개월의 자원조사 과정, 5개월의 사업화 과정, 이후 후속 지원 과정을 거쳐 창업에 이르게 됩니다.
전체 사업 운영을 맡는 서울시는 청년창업팀 발굴과 창업 코칭, 비즈니스 교육, 홍보를 맡고, 현장활동을 지원하는 지자체는 지역 파트너, 현장 활동가 연계를 담당합니다.
지난 4년간 서울청년 총 770명, 전국 30개 지자체가 참여했으며, 91팀이 사업화를 거쳐 고용 509명, 매출 88억원, 투자유치 17억원의 성과를 냈습니다.
넥스트로컬에 참여한 청년 창업팀이 지역자원조사를 하고 있다. (사진=서울시)
지역에서 먼저 반기는 넥스트로컬
넥스트로컬은 서울청년들에게도 이득이지만, 무엇보다 지역에서 먼저 반깁니다.
기수를 거듭하며 사업 성과와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가 알려지자 기존 지자체에다가 신규 지자체들까지 참여 의사를 밝히고 있습니다.
이달 16일까지 모집하는 5기에는 10개 지자체 모집에 18개 지자체나 참여 의사를 밝혔으며, 각 지자체는 저마다 창업팀 지원 혜택을 제시하며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공유 오피스, 창업공간, 주거공간, 활동비, 지역청년 네트워킹, 지역 농가·기업 연계 프로그램 등을 내세우며 서울청년들이 보다 편하게 지역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당장 도시로부터 접근성이 떨어지고 지역청년들의 수 자체가 적은 지역 입장에서는 넥스트로컬이 서울청년들과 관계맺을 수 있는 기회입니다.
정체된 지역 산업들에 서울청년들의 아이디어를 접목하는 과정에서 보다 부가가치가 높은 사업 아이템들이 탄생할 수 있습니다.
넥스트로컬은 반드시 지역에 거주하지 않아도 되지만, 창업팀이 조사·창업 과정에서 지역을 수십 차례 이상 오가면서 자연스럽게 지역의 관계인구가 됩니다.
넥스트로컬 청년 창업팀이 전남 강진군을 방문한 모습. (사진=서울시)
전남 강진군은 4년째 넥스트로컬에 참여하는 우수 지자체입니다.
강원·충청권보다도 청년 구경하기 힘든 강진군 입장에서 서울청년들과 연결되는 넥스트로컬을 새로운 활력이 되고 있습니다.
강진군은 빈집을 활용해 창업팀의 사업장이나 거주공간으로 제공하고 있으며, 강진청년협동조합 ‘편들’을 비롯한 유관기관 및 지역 사업체와 연결하고 있습니다.
4기에 참여한 루나틱은 남부지방의 특성을 살려 차를 개발하고자 했으나 도라지는 쓴 맛 때문에, 감잎차는 단일차로 적합하지 않아, 동백차는 판로에 부딪혀 고민에 빠졌습니다.
루나틱은 강진군을 통해 동백꽃 생산 사업자 명단을 받았고 생산-가공 협약을 거쳐 침출차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강진차문화원, 강진에 있는 청자 작가와 협업해 티웨어 청자를 세트로 개발해 국내는 물론 일본에도 수출되고 있습니다.
강진군 관계자는 “청년들이 기본정보도 없는 강진에 와서 무작정 살라고 한다면 힘들텐데, 넥스트로컬로 접점을 갖고 비즈니스 파트너, 지역청년, 다른 창업팀까지 만나며 자연스럽게 강진의 관계인구가 된다”며 “청년들이 자리잡고 아예 이주하는 경우나 다른 청년들을 모으는 일도 생기면서 이를 소중한 기회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강진군이 베테랑이라면 이번 5기에 처음 참여하는 경북 영주시는 패기있는 신예입니다.
영주시는 앞서 참여한 지자체들로부터 추천받아 나름 탄탄한 준비를 거쳐 청년 맞이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청년정주지원센터를 활용해 공유오피스나 숙박공간을 제공하며, 동양대학교와 경북전문대에 있는 청년창업랩, 메이커 스페이스, SK스페셜티에서 출자한 STAXX를 이용 지원하며, 지역 청년 협의체와의 네트워킹도 구상 중입니다.
영주시 관계자는 “영주가 상대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지역으로 도시청년들이 새로운 시각으로 숨겨진 매력을 발굴해주길 기대한다”며 “인구소멸지역인 영주에 관계인구가 더 생겨 역동적인 도시가 되길 바라며, 현장에서 청년들에 맞춰 지원하도록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넥스트로컬 5기 포스터. (사진=서울시)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