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하늬 기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마약 청정국'에 힘을 쏟고 있지만 마약사범은 날로 늘고 있습니다.
문재인정부의 '검찰 힘 빼기' 때문에 전 정부에서 마약 단속을 느슨하게 했고, 검찰의 손발을 잘라 마약수사를 못했다고 탓했는데, 정작 시행령 개정 등을 통해 '검찰 힘 주기'에 주력해도 장관 의지와 달리 국내 마약사범 통계가 매번 '역대 최다'를 기록하고 있는 겁니다.
윤석열정부가 전 정부의 '느슨한 마약 단속'을 지적하며 날선 비판을 퍼붓지만, 실제로는 문재인정부의 마약단속도 만만치 않게 전개됐다는 점입니다.
이같은 점을 볼때, 한동훈 장관을 비롯한 윤석열정부의 최근 높아진 목소리는 검찰의 직접수사 부활을 위한 노림수였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올 1분기 마약사범 4124명, 1년새 33.9% ↑…올해 2만명 넘을수도
12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작년 마약사범은 역대 최악인 1만8935명으로 집계됐습니다. 2015년 마약청정국 지위 상실 이래 확산세가 커진 겁니다. 올해는 더 나쁜 성적표를 기록했습니다. 올 1분기에만 적발된 마약사범 수는 4124명으로 1년 전보다 33.9%나 급증했습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사상 처음으로 2만명을 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윤석열정부는 마약사범의 급증에 대해 검찰 수사가 제한돼 국가 전체의 마약 통제역량이 약화되고 마약류 범죄 대응 공백이 발생했다고 강조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검경 수사권 조정이 마약 수사를 위축시켰다고 전 정부를 탓했고, 한동훈 장관 또한 마약 수사를 주도해 온 검찰의 손발을 자르면서 마약의 위험 비용이 낮아졌다고 주장했습니다.
2018년 박상기 당시 법무부 장관은 대검찰청 특수부와 강력부를 통합해 반부패·강력부를 신설했고, 강력부 산하 마약수사 부서는 반부패·강력부로 이관됐습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시절인 2020년에는 마약과와 조직범죄과가 통합됩니다. 2021년에는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관세청은 500만원 미만, 검찰은 500만원 이상의 마약 밀수 범죄를 직접 수사할 수 있게 했습니다.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전북지부 관계자들이 9일 전북 전주시 전주역에서 '마약 없는 세상 캠페인'을 열고 시민들에게 홍보물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마약사범 검거도 '추세적 증가'…검찰 직접수사 부활위한 노림수 우려
그럼에도 '2021년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그해 정부는 1만6153명의 마약사범을 검거합니다. 검찰의 단속 점유율은 35.2%로 2020년 33.1%보다 되레 늘었습니다. 검찰의 마약 범죄에 대한 직접 수사권이 제한됐음에도 이를 대신해 관세청에 직접 수사권을 부여해 마약 범죄 수사 공백을 방지했기 때문입니다.
마약사범 검거 추이를 살펴보면 2018년 1만2613명, 2019년 1만6044명, 2020년 1만8050명, 2021년 1만6153명, 2022년 1만8395명 등으로 검거 실적도 계속 늘어났습니다.
하지만 현 정부들어 검찰은 축소되거나 폐지됐던 마약수사 관련 조직을 빠르게 복원하고 있습니다. 검찰은 작년 9월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대통령령)' 개정에 따라 대규모 마약류 국내 유통에 대한 직접수사를 가능케 했습니다. 또 대검찰청에 마약·조직범죄부를 복원했고, 마약 범죄 특별수사본부(특수본)도 출범시켰습니다.
서초동 한 변호사는 "국내 마약사범이 증가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 온라인과 SNS 등으로 쉽게 거래가 이뤄지는 점 등을 감안해야 하는데 검경 수사권 문제만을 강조하며 조직강화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렇게 조직을 복원했는데도 올해와 내년 등 유의미한 실적이 나오지 않는다면 검찰의 직접수사 부활을 위한 노림수 였다는 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하늬 기자 hani487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