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한결 기자] 기업인수목적회사 스팩(SPAC)을 통해 국내 증시에 상장한 회사 중 최근 전환사채(CB) 발행, 유상증자, 단기차입금 증가 등으로 각양각색 자금 조달을 하는 곳이 잇따라 등장했습니다.
회사 자금조달 방식에 따라 향후 주가가 희석될 수도 있는데요. 일각에선 스팩을 통해 증시에 입성한 회사가 상장 이후 자금 조달이 용이해진 점을 이용해 자금조달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습니다. 자금 조달이 기업 본연의 활동이긴 하나 주가 급등 이후 발표되는 유증이나 CB 발행에 대한 투자자의 시선은 곱지 않습니다.
스팩 합병 상장사, 주가 급등하자 자금조달 단행
그래프=뉴스토마토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스팩 합병으로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회사는 총 21곳입니다. 그 중 CB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한 회사는 총 두 곳이고 유상증자를 단행한 회사는 한 곳인데요. 해당 회사들은 주가가 크게 급등한 날 자금조달 결정을 발표해 투자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습니다. 향후 주가 희석화 우려에 노출될 수 있어섭니다.
경성 PCB(인쇄회로기판) 전문기업
화인써키트(127980)는 올해 2월 17일 신영해피투모로우제6호스팩과 소멸합병 방식으로 상장했습니다. 합병을 통해 조달한 약 96억원의 자금은 생산시설 확충, 연구개발, 차입금 상환, 운영자금 등으로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상장일 최고가 2만5500원을 기록했지만 이후 내림세가 지속됐습니다. 상장 후 한달이 갓 넘은 3월 28일, 주가는 오랜만에 크게 반등해 29.94% 오른 1만6970원에 마감했는데요. 이날 화인써키트는 6회차 CB 발행을 결정했습니다.
6회차 CB는 스팩 합병으로 조달한 자금 96억원보다 큰 규모인 105억원 규모입니다. 조달한 자금은 전액 운영자금으로 사용되는데요. 내년 3월 30일부터 주식 전환 가능하며 전환가액은 1만3462원입니다. 100% 주식 전환시 발행주식총수 대비 6.42%의 물량이 시장에 들어오는 것이죠.
온라인 및 모바일 게임 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업을 영위하는
밸로프(331520)는 작년 10월 31일에 상장했는데요. 교보9호스팩과 스팩 존속합병 방식으로 상장했습니다. 소멸합병과는 반대로 합병법인이 스팩사인 교보9호 스팩이고 피합병법인이 밸로프인 것이죠. 밸로프가 스팩 합병 상장으로 조달하는 자금은 총 86억원이었습니다. 운영자금, IP(지적재산권)인수·확보, 메타버스 플랫폼 강화, 해외게임대상 소싱 등에 자금을 활용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합병 상장 이후 밸로프는 지난 1월 유상증자를 결정했습니다. 장중 최고가인 2060원을 경신한 1월 18일에 유증을 결정한 것이죠. 제3자배정증자로 운영자금 27억원 가량을 조달했는데요. 발행금액은 1395원으로 대상자는
네오위즈(095660)입니다. 지난 3월 납입이 완료됐고 같은 달 16일 상장됐습니다. 네오위즈는 배정 받은 신주를 상장일로부터 1년간 한국예탁결제원에 전량 보호예수합니다.
웹툰, 웹소설 사업을 하는
핑거스토리(417180)는 지난달 30일 58억원 규모의 2회차 CB 발행을 결정했습니다. 핑거스토리는 작년 12월 8일 스팩 소멸합병 방식으로 코스닥에 입성했는데요. 유안타제7호스팩과 합병해 약 107억원 자금이 유입됐죠. 회사측은 유입된 자금은 웹툰 IP확보 및 IP제작 내제화, 운영자금 등으로 사용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지난달말 자금 조달 결정 시점은 코스닥 상장 후 6개월 가량이 지난 때로 CB 발행을 통해 추가 자금조달을 단행한 것이죠. 2회차 CB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은 전액 운영자금으로 사용될 계획인데요. 내년 6월 20일부터 전환 가능한 해당 CB는 전환가액 5591원으로 100% 주식 전환시 103만7381주로 전환됩니다. 현재 주식총수대비 7.85%에 해당하죠.
상장 당일 5180원으로 시작한 핑거스토리는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고 3일째에도 21.88%라는 급등세를 보였습니다. 지난 1월 17일엔 1만2800원으로 최고가를 찍었는데요. 이후 올해 상반기엔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기록해 12일 핑거스토리 주가는 5390원에 마감했습니다.
스팩 통해 증시 입성한 회사, 자금 조달 활용처 중요
국내 회사들이 증시에 상장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자금조달이 용이하기 때문입니다. 주식을 늘리는 유상증자나 일정 기간이 지나면 주식으로 전환 가능한 CB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데요. 기업공개(IPO)가 아닌 스팩 합병으로 증시에 입성한 회사들이 상장 이후 대규모 유증과 CB 발행으로 자금조달을 한다면 자금조달을 위해 상장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주식을 이용한 자금조달이 아닌 금융권에서 자금을 빌린 스팩 상장사와도 비교됩니다. 철강코일센터 사업을 영위하는
신스틸(162300)은 작년 12월 하나금융15호스팩과 소멸합병 방식을 통해 코스닥에 입성했는데요. 스팩 상장으로 10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습니다.
신스틸은 지난 4월엔 금융기관으로부터 단기차입금 67억원을 조달해 산업단지 토지 분양대금으로 사용한다고 밝혔습니다. 차입한 금액은 작년 말 연결기준 자기자본 629억원 대비 10.65%입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유증이나 CB 발행은 주식수 자체가 늘어나지만 단기차입금 같은 경우 금융기관에서 1차적으로 신용평가도 했을 것이고 발행주식 수도 늘어나지 않기 때문에 유증과 CB 발행과 비교했을 때 큰 무리가 있지는 않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유증이나 CB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을 어디에 사용하느냐가 더욱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단순 운영자금을 조달하는 회사 보다 증설 목적이나 특별한 사용처가 있는 있는 기업 등이 향후 실적 개선 가시화 가능성이 높은 만큼 자금 조달 목적과 자금 조달 대상자에 대한 꼼꼼한 체크가 필요하다"면서 "금융권 차입이 힘든 기업일 수록 유증이나 CB 발행에 나서는 만큼 이런 회사의 상황도 각별히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김한결 기자 always@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