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장성환 기자] 서울의 한 특수학교에서 교사가 장애 학생에게 손찌검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학부모들이 울분을 토하고 있습니다. 학부모들은 해당 교사에 대한 강력한 처벌 등을 촉구했습니다.
학부모단체 "장애 학생에 대한 교내 인권 침해 깊이 분노"…가해 교사, 과거에도 아동학대 저질러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 등 10개 학부모단체는 12일 서울 은평구 은평대영학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는 누군가가 경찰에 이 사건을 신고하기 전까지 해당 사건을 밝히거나 피해 학생 부모에게 알리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다"며 "우리는 장애 학생에 대한 교내 인권 침해가 끊이지 않는 것에 대해 깊이 분노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들에 따르면 지난달 9일 은평대영학교 국어 교과 담당 교사가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의 뺨을 세게 때리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당시 가해 교사는 피해 학생의 학부모에게 '아이가 같은 반 친구를 때려 행동을 제지하고자 했더니 교사까지 때려서 꽉 껴안자 자기 얼굴을 때리는 자해 행동을 했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후 지난달 16일 익명의 누군가가 해당 사건을 경찰에 신고했지만 학교 측은 그 즉시 관련 내용을 피해 학생 학부모에게 고지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가해 교사와 피해 학생의 분리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는 게 학부모단체의 설명입니다. 피해 학생의 학부모는 지난달 18일에야 제대로 된 사실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가해 교사는 지난달 22일부터 직무 배제된 상태입니다.
학부모단체는 학교 측이 사건을 은폐·축소하려는 태도를 보였다고 꼬집었습니다.
김수정 서울장애인부모연대 회장은 "해당 사건이 일어나고 한 달 넘게 흘렀지만 학교는 경찰 조사를 핑계로 가해 교사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단 한 번도 열지 않았고, 기자회견을 진행한다고 하니 뒤늦게 사과문을 내걸었다"면서 "가해 교사는 과거에도 학생을 때리고 신발을 집어 던지는 행위를 저질러 아동학대로 신고됐지만 한 달 정직과 두 달 감봉의 징계만을 받은 채 다시 근무했다. 그때 제대로 된 조치를 취했으면 이런 일도 없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자기 방어·자기 진술이 어려운 장애 학생들은 폭력에 노출되기 쉽다. 그리고 폭력이 깊은 상처가 돼 온갖 정서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며 "특수학교에서조차 장애 학생이 존중받지 못하고 폭력에 노출된다면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장애를 가진 이에 대한 폭력은 더 높은 수준의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현재 은평대영학교에 자녀가 다니고 있는 학부모는 기자회견문을 낭독하다 눈물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가해 교사의 즉각적인 해임 △사건 인지 즉시 가해 교사와 피해 학생의 분리 조치를 취하지 않고 오히려 은폐하려 한 학교장 등 학교 관계자의 징계 △이사장 퇴진 △가해 교사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학교의 대책 마련 등을 요구했습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 등 10개 학부모단체가 12일 서울 은평구 은평대영학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당 학교 교사의 학생 폭행 사건에 대해 비판 목소리를 높였습니다.(사진 = 장성환 기자)
학교 측 "사건 은폐·축소 의도 아니다, 진심으로 사죄"
은평대영학교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사죄의 뜻을 표했습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장애 학생이 행복하고 안전하게 다녀야 할 학교에서 있어서는 안 될 안타까운 일이 생겨 부끄럽고 참담한 마음"이라면서 "이 일로 마음에 상처를 받으신 장애 학생 학부모님들께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습니다.
학교 관계자는 "피해 학생 분리가 즉각 이뤄지지 못하고 관련 조치 역시 늦어진 부분에 대해 인정하고 사과드린다"며 "경찰이 수사 중인 사안이라 자세히 이야기해 드리지 못하는 것이지 은폐·축소하려는 의도는 아니다"라고 해명했습니다.
은평대영학교는 △가해 교사에 대한 엄중한 처벌 △피해 학생과 가족에 대한 보호와 안정 조치 △장애 학생 학대 재발 방지 및 대안 마련을 위해 교사와 학부모가 함께하는 위원회 구성 △인권 연수·아동학대 신고 의무자 연수 등 인권 감수성 연수를 실시해 장애 학생 학대 예방 등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한편 서울경찰청 여성청소년범죄수사대는 이날 가해 교사를 아동학대처벌법상 아동복지시설 종사자 가중 처벌 혐의로 수사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서울시교육청도 이날 특수학교 교장단 회의를 소집해 대책을 논의했습니다. 아울러 이번 주 안에 해당 학교에 대해 특별장학도 실시할 계획입니다. 은평대영학교는 사립학교라 교육청이 교원 징계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지만 특별장학 결과 불합리한 시스템이 발견된다면 시정 권고를 할 수 있습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 등 10개 학부모단체가 12일 서울 은평구 은평대영학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당 학교 교사의 학생 폭행 사건에 대해 비판 목소리를 높였습니다.(사진 = 장성환 기자)
장성환 기자 newsman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