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보연 기자] 정부가 2금융권 연체율에 경고등이 커지면서 부실채권 매각 채널을 민간으로 확대했는데요. 악성 추심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지만 정작 취약 차주를 보호하기 위한 법안은 6개월째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습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금융위원회가 발의한 '개인금융채권의 관리 및 개인금융채무자의 보호에 관한 법률안(채무자보호법)'은 6개월째 국회에 계류돼있습니다. 여야 모두 입법 필요성엔 큰 이견이 없는 데도 시급하지 않은 현안이라는 이유로 국회 처리가 계속 미뤄지고 있는 것입니다.
채무자보호법은 현재 일부만 연체해도 원금 전체에 연체 가산이자를 부과하는 방식을 바꿔 연체한 금액에 대해서만 이자를 부과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취약계층의 이자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상황에서 채무액 전체에 대해 연체 이자를 부과하는 것은 과도한 부담일뿐 아니라 채무자보호체계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습니다.
또한 추심행위에 대한 법적 가이드라인을 강화해 추심업자가 채무자에게 돈을 갚으라는 등의 연락하는 횟수를 제한하고 금융기관이 연체채권을 대부업체 등 추심업체에 매각하거나 경매에 넘기는 경우 채무자에게 채무조정 신청 기회 등을 미리 통지하게끔 하는 등 금융기관에 채무자 보호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최근 금융위원회는 저축은행과 카드사 등 제2금융권 전역의 연체율이 심상치 않은 모습을 보이자 캠코로 일원화했던 부실 채권 매각 채널을 대부업체 등 민간 유동화전문회사로 넓혀줬습니다. 캠코의 부실채권 매입 가격이 시장 가격보다 낮아 채권을 소극적으로 매각할 수 밖에 없어 건전성이 악화하고 있다는 업계 요청이 있어섭니다.
문제는 채권 추심 방식에 있어서 불법·악성 추심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인데요. 대부업자 등이 본인 돈을 들여 금융사에서 연체 채권을 매입한만큼 추심 강도가 세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금융위원회도 지난 1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금리 상승으로 금융소비자의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으로 그 어느때본다 채무자 보호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며 입법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는데요. 채권자와 채무자 관계에 있어 상대적으로 약자인 채무자를 보호하기 위해선 하루 빨리 법적 테두리를 마련해야하지만 국회의 늦장으로 해당 법안은 6개월째 국회에서 잠들어 있는 상황입니다.
실제로 올해 1분기 기준 제2금융권의 연체율은 저축은행 5.07%, 상호금융 2.42%, 카드사 1.53%, 캐피털사 1.79%로 집계됐습니다.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해 각각 1.66%p, 0.90%p, 0.33%p, 0.54%p씩 오른 수치입니다.
금융권에선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저소득·저자산 계층이 비은행에서 고금리 대출을 받아 채무를 늘린 상황에서 인플레이션 여파를 맞아 금융상황 전반이 불안정해질 우려가 있다며 관련 법안에 대한 논의가 시급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서울 시내거리에 카드 대출 관련 광고물이 부착되어 있다. (사진=뉴시스)
김보연 기자 boyeon@etomato.com